[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여전히 서울 정부종합청사 옆 천막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관에서 투쟁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도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여전히 해고 노동자 중 일부를 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성탄을 맞은 노동자들을 위해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와 정의평화사제단은 12월 25일 세종로공원에서 '성탄 연합 감사 성찬례'를 열었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다. 수도권과 춘천 지역 나눔의집 활동가들과 가족들, 교인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성찬례가 열린 광화문 주위는 어수선했다. 길 건너 광화문광장 초입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하는 성찬 예배 준비가 한창이었다. 참석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전원 복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아직 복직하지 못한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 20여 명도 감사 성찬례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배는 성공회 전례를 따라 진행했다. 이사야 52장 7-10절, 시편 98편, 히브리서 1장 1-4절을 차례로 읽고, 요한복음 1장 1-14절을 읽을 때는 모두가 일어나서 성경 말씀을 들었다. 수원나눔의집을 담당하는 정일용 사제는, 하느님은 이 땅의 작고 연약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설교했다.

"기독교는 나약함을 거부하지 않는다. 연약함과 불완전함을, 제거해야 하는 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희 중에 가장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분은 오늘도 한결같이 굶주린 모습으로, 목마른 모습으로, 옥에 갇힌 모습으로, 가난한 나그네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는다고 하셨다.

하느님을 체험하기 위한 무수한 종교 상품이 팔리는 시대다. 그런데 그거 어렵지 않다. 가장 낮고 연약한 그곳에 우리가 있으면 된다. 하느님의 사랑은 늘 더 낮은 곳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더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가 결국 스스로 가장 여린 모습으로 이 땅에 태어난 날이 바로 오늘, 성탄절이다.

그래서 성탄은 지금 이 땅의 가난한 사람, 지금 슬피 우는 외로운 사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박해받는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다. (중략) 하느님께서는 가장 작고 연약한 바로 그 사람, 바로 우리를 통해 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약속하신다. 오늘은 특별히 우리가 '나약하다', '불완전하다' 생각하는 육신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 땅에 드러나신 날이다."

정일용 사제는 교회가 땀 흘려 노동하는 이들의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와 함께한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헤아리고, 그분들의 노동을 존중하자. 그분들의 권리를 지켜 주자. 그분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현장으로 돌아가게 해 주자. 이것이 가장 낮고 추운 이 땅에 오셔서 완전한 사랑으로 자신을 불태운 우리의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문한수 정책부장은 노동자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도 싸움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문한수 정책부장은 이 땅의 가난하고 힘없고 약한 존재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그는 "해고당할 것을 알고도 두려움 없이 해고를 받아들이고 이 싸움을 시작했다. 우리 싸움이 옳다고 느낀 것은, 주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힘없고 이 땅의 약자로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의 삶이 우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모든 소송에서 이기면서 우리의 옳음을 증명하고 있다. 끝까지 싸워 우리가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은 현재 한국도로공사와 협상을 반복하고 있다. 쟁점은 2015년 이후 고용한 노동자들의 처우다. 한국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 고용된 노동자들은 불법 파견 요소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모든 노동자가 동일 조건으로 복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법원에서도 노동자들 손을 들어 줬다.

또 하나는 손해배상 소송과 연관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본관을 점거한 노동자들에게 1억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한수 정책부장은 예배 후 기자와의 대화에서 "회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복직 여부를 논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개인을 옥죄는 일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했던 것처럼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한수 정책부장은 종교계가 계속 회사와 노동자들 사이에서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처럼 기도회를 열어 주시는 것도 좋고, 직접 만나서 설득해 주시는 것도 좋다. 3대 종단이 한국도로공사를 곧 만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양쪽을 오가며 중재해 주시는 게 고맙다"고 했다.

예배 참석자 모두 자기 차례를 기다려 성찬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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