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성희롱대책위·이희성 위원장)가 수업 중 성희롱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교수 4명 중 3명을 징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기사로 알려지자, 사람들은 "합동이 또 합동 했네", "역시 총신이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강경 대처하는 척하더니, 역시 '가재는 게 편'이었다는 조롱 내지 체념이었다.

총신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직영 신학교다.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예장합동과 총신대는 끊임없이 성희롱·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총회장을 지낸 한 목사가 2003년 총신대 채플에서 "어디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오느냐"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전병욱 목사 성범죄는 '설교 2개월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덮었다. 전 목사를 추궁하는 자리에서, 한 목사는 "사람이 지은 죄로 하나님을 욕되게 해서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총신대에서는 계속해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구약 강사 이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 6월 "남자는 여성을 만난 지 30분 만에 섹스할 수 있다. 더 이상 진도 나가지 않도록 여학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는 유아교육과 강 아무개 교수가 학생들에게 "여자는 무조건 아이를 10명 이상 낳아야 한다", "신학과 학생들이랑 연애해라"라는 발언을 일삼았다.

징계까지 할 사안이 아닌 걸까. 인천대학교는 12월 2일, 수년간 성희롱성 발언을 이어 온 A 교수를 해임했다. 인천대A교수사건대책위원회는 A 교수가 "여자들은 취집(취업+시집)만 잘하면 된다", "여자가 40 넘으면 여자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 재밌는 걸 봐도 기쁘지 않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지 않은데, 젊고 예쁜 여자만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A 교수 파면을 촉구했으나 학교는 한 단계 낮은 처벌인 해임을 결정했다. 10월 초 문제를 제기했으니 약 두 달 만이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총신대 교수들의 강의 중 성희롱 논란. 총신대 학생들은 이번만큼은 학교의 조속하고도 공정한 처리를 기대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 이재서 총장과 교수들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이번 일을 '진정성 있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매주 대책 회의를 열고, 이 총장이 두 차례나 직접 입장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반동성애 세력이 공격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원칙대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의 교수들을 징계 요청하지 않기로 결론 내린 후에도, 징계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학생들을 장시간 설득했다. 학생들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며 눈물까지 보이는 교수들 말을 외면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점을 보면, 처음부터 '가재는 게 편'이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는 그들만의 진정성이다. 사회는 총신대 대책위가 내놓은 결과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 기독교 공동체에 은혜가 넘치기 때문에 이런 발언들은 용인되는 것인가. 아니, 기독교 공동체이기 때문에 이런 발언들을 더욱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개신교에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에서 돌아가는 상식이라도 맞춰 주길 바랄 뿐이다.

다행인 점은 총신대 이사회가 성희롱대책위 보고를 받지 않은 것이다. 현 이사는 모두 총신대나 예장합동, 개신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정원 11명 중 10명이 타 대학 교수이거나 현직 변호사다. 이사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 상식에 준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 종전대로 이사회가 예장합동 소속 목사들로 구성됐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가 파행을 겪어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총신대가 사회적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길을 마련해 주었다. 이는 어찌 보면 하나님이 주신 기회다. 재논의 과정에서는 세상이 이해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또 합동 했다", "또 총신 했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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