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갱신위가 강남 예배당 사용 및 오정현 목사 사과문 발표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 초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7년 마당 기도회 400회 기념 포럼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가 강남 예배당 사용 보장 및 소송 취하, 오정현 목사 공개 사과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갱신위원장 김두종 장로는 12월 22일 강남 예배당에서 열린 마당 기도회에서 사랑의교회와 합의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합의안의 핵심은 사랑의교회가 갱신위 교인들이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것이다. 갱신위는 2026년 1월 31일까지 강남 예배당을 무상으로 사용하며, 필요하면 2028년 12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교회는 강남 예배당 명도 소송 등 교회가 제기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갱신위 교인들에게 자유로운 예배당 사용을 보장하고, 권징으로 박탈한 교인들 지위를 회복하기로 했다.

갱신위도 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공동의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 등)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또 교회가 회계장부 열람을 거부해 지급받았던 간접 강제금(약 3억 원) 중 강남 예배당 수리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교회에 돌려주기로 했다.

오정현 목사는 논문 표절, 목사 자격 의혹, 예배당 건축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것을 공개 사과하기로 했다. 사과문 내용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를 거친 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갱신위 김두종 장로, 교단을 대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입회해 각각 합의서에 서명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는 합의문 작성 배경에 대해 사랑의교회와 갱신위 입장을 들어 봤다. 이들은 지난 7월 소강석 목사 중재로 극비리에 협상을 시작해, 합의와 결렬을 반복하다 최근 초안 작성에 다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갱신위는 강남 예배당 사용 기간을 오정현 목사 정년인 2026년까지로 정했다. 오 목사 은퇴 이후 갱신위 거취를 다시 정하겠다는 뜻이다. 갱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정현 목사가 은퇴한 후 서초 예배당과 합칠지, 아니면 분립할지, 해산할지 등을 그때 결정하게 될 것 같다. 필요 시 (2028년까지) 2년 연장할 수 있다는 안도 그래서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까지 강남 예배당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서초 예배당 대학부 모임 장소가 비좁다고 하더라. 갱신위가 일요일 오전 마당 기도회로 모이고,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서초 쪽이 쓰는 형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정현 목사 사과문 발표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큰 만큼, 소강석 목사가 양쪽 안을 받아 절충안을 내놓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갱신위 관계자는 "사과가 합의의 제1조건이다. 건축 문제나 논문 표절 문제 등에 대한 내용을 다 포함해서 사과해야 한다. 이 내용을 소강석 목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도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교회는 12월 22일 "지난 7년 동안 강남 예배당에서 독자적으로 기도회 모임을 가진 갱신위원회(일명 마당 기도회)와 하나님나라의 큰 그림 아래에서 화해를 모색 중이며, 협의 내용은 확정되는 대로 공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교회 관계자는 "오늘 갱신위에서 발표한 건 최종 합의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초안일 뿐이다. 확정된 것처럼 얘기하는 건 오해 소지가 있다. 중요한 건 사랑의교회가 화해하는 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으니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도출되면 다시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사랑의교회 교인 2000여 명이 2013년 12월, 전기가 끊긴 강남 예배당 본당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논문 표절과 관련한 오 목사의 거짓말에 분노한 교인들은 서초 예배당 출석을 거부하고, 갱신위가 주관하는 '마당 기도회'로 따로 모이고 있다.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

오정현 목사 박사 학위논문 표절과 거짓말 때문에 2013년 태동한 갱신위는, 지금껏 오 목사의 회개와 사랑의교회 갱신을 촉구하며 지난 6년간 강남 예배당에서 따로 기도회를 열어 왔다. 수년간 교회와 법적으로 다투면서 오 목사의 예장합동 목사 자격 무효, 교회 회계장부 열람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오정현 목사를 비호하며 갱신위를 탓하던 사람들 중에는, 갱신위가 강남 예배당을 가지기 위해 분쟁을 이어 간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갱신위는 선을 그으며, 오 목사의 책임 있는 결단과 교회 개혁만이 목적이라고 천명해 왔다.

그랬기에 이번 협상은 타협이라는 비판도 나올 만하다. 협상을 주도한 갱신위 관계자는 "우리가 재판에서 모두 이겼으니 용서하자는 취지로 협상을 진행했다. 일부가 독단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약 50명이 모여 있는 사역협의회 동의를 얻은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갱신위 교인은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부적으로 서로 계속 소송전만 하다 끝날 것인가 하는 딜레마가 있었다"고 했다.

사랑의교회 한 당회원도 "현실적으로 양측 모두 교회 문제가 소송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게 해서 사회적으로나 교단에 좋을 게 없다. 결국 협상하고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협상이라는 게 양쪽 다 만족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세부 내용은 계속 협의해야 할 것 같다. 오정현 목사가 공개 사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회·공동의회도 거쳐야 해서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부총회장이 되기 전부터 한국교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중재해 왔다. 아직 초안일 뿐이라 자세한 얘기는 말하기 어렵다. 합의가 확정되면 자세한 내용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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