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배교자' 이승훈의 편지> / 윤춘호 지음 / 푸른역사 펴냄 / 280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다산 정약용의 매형이자,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을 주인공 삼아 '믿는 일의 어려움'을 다룬 책. 조선 천주교회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승훈은 배교와 회개를 거듭하다, 결국 배교자로 참수된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목숨을 얻고자 배교하고 온갖 거짓을 지어내면서도 동료 신자들을 팔지 않았다. 처남 정약용은 서학을 비난하면서 동료 신자들을 팔아넘기고 혼자 살아남았다. 이 책은 처형을 앞둔 이승훈이 신앙 동지였던 정약용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해, 환갑을 맞은 정약용이 세상을 떠난 이승훈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난다. 기록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운 가상의 편지이지만, 전적으로 역사 자료에 바탕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승훈의 행적을 통해 시대상을 살필 수 있다. 서울대에서 서양사를 공부한 SBS 윤춘호 논설실장이 썼다.

"이 책은 믿는 일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중략) 계속되는 박해와 내면의 회의 끝에 스스로 믿음을 내려놓은 한 인간의 이야기다. 그가 왜 믿음을 가졌으며 왜 그 믿음을 스스로 내려놓았는지, 목이 잘려 죽으면서도 왜 그는 회개하지 않았는지 묻고 답하는 글이다." (머리말 '믿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4쪽)

"다산! 답해 보게. 자네에게 한순간이라도 천주가 자네의 모든 것이던 시절이 진정 있었나? 두 발을 온전히 교회에 둔 적이 있었나? 있었다면 그게 언제였던가? 말해 보게. 주문모 신부를 피신시킨 것도 자네였고, '내포內浦의 사도' 이존창 루도비코를 붙잡아 들인 것도 자네였어. 두 사건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난 일이네. 한 손으로는 성서를 읽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천주교도를 사냥하던 사람이 자네였네. 자네는 양쪽을 모두 기웃거리며 조정과 교회, 세속과 성직 사회 두 곳 모두에서 인정받고 출세하고 싶어 했던 것이네. 그게 자네의 진정한 얼굴일세.

나 역시 자네처럼 천주를 부인하는 글을 썼네. 그래, 여러 번 썼어. 글만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에서 천주와 신앙이라는 두 단어를 지워 버렸어. 아니 영구히 파내 버렸네. 천주를 버렸어." (1장 '여보게, 다산!',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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