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의원은 '초갈등 사회'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나서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교가 평화와 화합을 위해 애를 쓴 적도 있지만, 가끔은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한다. 지금도 일부 기독교인이 그런 입장에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기독교가 사회 분열이 아닌 통합에 앞장서야 할 때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계를 향해 통합과 화합을 주문했다. 전직 국회의장인 정 의원은 12월 1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국민 미션 포럼 – 초갈등 사회 한국교회가 푼다'에서 기조 강연을 했다. <국민일보>가 주최한 포럼에는 이영훈·소강석·박종화·한기채 목사, <국민일보> 조민제 회장, 박성철 회장(신원그룹)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세균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이 '초갈등 사회'라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했다. 정치로 갈등을 풀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니까 교회가 나서겠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교회가 초갈등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고, 꼭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러면 정치도 좀 더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앙인이기도 한 정 의원은 성경 구절을 인용해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는 "시편 58편 1절을 보면 '통치자들아 너희가 정의를 말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한가. 인자들아 너희가 올바르게 판결해야 하거늘 어찌 잠잠한가'라고 말씀한다. 정치인들이 시편 말씀에 귀 기울여 한다"고 했다.

기독교계를 향해서도 당부했다. 정세균 의원은 "우리 교회가 어떤 주장을 하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청하고 상대방 주장을 수용하는, 경청과 수용의 미덕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기조 강연자로 나선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교회가 진영 논리에 빠지거나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진영 논리를 신앙화하고 있다며 이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합리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 목사는 "교회는 합리적 소통을 통해 해결의 접촉점을 찾아야 한다. 교회는 대통령, 권력 기관, 사회문화가 잘못되면 비판하되 합리적 대화로 풀어 가야 한다. 교회가 날마다 광장 집회만 주도하면 안 된다. 그것보다 먼저 합리적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 정세균 의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소 목사는 "정세균 의장님은 좌우를 다 포용할 수 있는 살인 미소로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설교를 전한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초갈등 사회를 극복하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 서로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다양성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관용·이해·포용하고 하나 돼 화합을 이루고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할 수 없지만, 성령이 도우셔서 하나 되게 해 주시면 대화합을 이루고, 초갈등 사회를 치유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봉준 "대한민국은 내전 상태"
소강석 "문 대통령, 친사회주의적"
한기채 "교계 단체 수단화하면 안 돼"

소강석 목사는 진보든 보수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토론 시간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패널들은 정부가 잘못하면 비판할 수 있다거나, 정치 활동을 위해 교계 단체를 이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등 여러 의견을 냈다. 김봉준 목사(아홉길사랑교회)는 "대한민국은 내전 상태다. 총만 안 들었을 뿐이다. 힘을 쥐고 있는 쪽은 갈등을 부추기고, 힘을 잃어버린 사람은 불만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쓴소리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정권의 나팔수 되지 말고, 용비어천가도 하지 말아야 한다. 바른 말을 해야 할 때는 교인들 눈치 보지 말고 해야 한다.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세워지는 게 중요하지, 정권의 안녕을 위해 교회가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품성이 온유하고 겸손하다"고 말했다가, '종북 좌파', '주사파'라는 비난을 받은 소강석 목사도 토론에 임했다. 소 목사는 "(문 대통령에게) 너무 친사회주의적으로 가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는데, 기자들이 그건 안 썼다"며 "기본적으로 목회자들은 보수적 성향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우리 교회는 6·25 참전 용사 기념을 올해로 15년째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독교는 '보수 라인'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동성애나 국가 안보 등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는 보수 라인과 손잡고 사역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분배와 복지, 나눔 쪽에는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럴 때 사회 화합을 이룰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는 "교회는 정파에 매몰되지 않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목회자는 성경을 오용하거나 기독교 단체를 수단화하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규호 목사(큰은혜교회)는 초갈등 사회를 해소하기에 앞서 심판자 역할을 해 온 한국교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힘과 물질을 얻으려고 하니까, 우리 스스로가 판사처럼 재판하려고 하니까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주는 운동'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주고 나누면 한국교회가 초갈등 사회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초갈등 사회'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국민일보>가 주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국민 미션 포럼' 참가자 일동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12월 25일 성탄절을 '대한민국 대화합의 날'로 선포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기도하기로 했다. 정부를 향해 '(가칭)대통령직속갈등조정통합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 기구로는 대사회갈등조정센터를 설립·운용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도 초갈등 사회 극복을 위해 국민을 도구로 하는 정쟁을 끝내고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에 나서라고 했다. 지자체 및 시민단체는 초갈등 사회 극복을 위해 공공 갈등, 사회 갈등 등 해소를 위한 사례를 발굴 장려하며, 갈등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해법 확산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한국교회는 초갈등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고 자각하며, 연합 기관과 교단·교회·교인이 하나 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오직 평화의 도구로서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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