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웃 - 어느덧 우리 곁에 깃든 한국의 난민들> / 이재호 지음 / 이데아 펴냄 / 328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민주화 운동, 종족 분쟁, 외세의 억압, 내전 등 12개국에서 갖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아 한국으로 온 난민 이야기를 담았다. <한겨레21> 사회팀 이재호 기자가 2018년부터 1년에 걸쳐 취재한 결과물이다.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 난민의 세계사'는 난민 11인과의 인터뷰다. 타이·카슈미르·발루치스탄·시리아·로힝야·민주콩고·수단·이집트·에티오피아·중국·줌머 사람이 왜 난민으로 한국에 오게 됐는지,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 준다. 2부 '거짓과 혐오, 우리가 모르는 난민'은 △한국에 오는 난민은 대부분 가짜다? △보험료도 내지 않고 혜택만 받아 재정을 축낸다? 등 난민을 둘러싼 허위 정보의 사실관계를 짚어 본다. 3부 '갑자기 찾아든 예멘 난민, 제주에서의 기록'은 2018년 전국적 이슈가 됐던 제주 예멘 난민들 이야기를 다룬다.

"취재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쉽지 않았던 건 언어가 달라서였고, 어렵지 않았던 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되레 제게 물었습니다. '왜 하필 지금 난민인가?'

취재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입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만, 대답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예멘 난민 취재를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은 그 사회에서 가장 배제된 사람들을 통해서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한다면, 2018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차별받은 사람은 단언컨대 '난민'이었습니다." (프롤로그, 7쪽)

"후티 반군의 지배를 받았던 이브 지역의 에브라힘 집 바로 옆에 후티 반군의 군사기지가 들어섰다. 에브라힘은 중등교육을 채 마치지 못했지만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지 두 달 뒤인 2015년 5월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집 안으로 폭탄이 떨어졌다. 에브라힘의 집을 후티 반군 기지로 오인한 연합군의 폭격이었다. 폭탄 파편이 집 안 곳곳에 퍼지면서 에브라힘의 배에도 박혔다. 부모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에브라힘은 나흘 동안 혼수상태에서 대수술을 받은 뒤 몇 달의 치료 끝에 겨우 살아났다. 집과 부모, 모든 것을 잃은 그는 고향인 이브를 떠나 자신을 도와줄 친구가 있는 하드라무트로 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에브라힘의 형제들이 아픈 그에게 생활비를 보내 주긴 했지만 계속 신세를 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친구 하산이 있는 서울에 가기로 마음먹고 2018년 1월 고향을 떠났다. 에브라힘은 오만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들어왔다." (3장 '갑자기 찾아든 예멘 난민, 제주에서의 기록' - 2 '배꼽 없는 에브라힘',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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