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있는 ㅊ교회가 이단으로 규정된 하나님의교회에 넘어갔다. 이단 매각을 놓고 교회는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경상남도 통영시에 있는 ㅊ교회는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있다. 1983년 설립된 ㅊ교회는 23년 전 이곳으로 거취를 옮겼다. 한때 300명이 다닐 정도로 성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세는 점점 줄어들었다. 교인이 200명대로 떨어지자 ㅊ교회 당회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교회가 언덕배기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부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체 교인에게 동의를 얻어 교회 이전을 추진했다.

ㅊ교회는 2017년 초 예배당 부지를 매물로 내놓았다. 1000평에 이르는 부지는 시가로 23~25억이었다. 예배당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돼 매수 의사를 밝힌 사람이 나타났다. 그것도 시가보다 10억이 많은 35억을 제시했다. 예배당 매매는 시무장로 6명 전원이 위임받아 진행했다.

당회는 2017년 4월 30일, 예배당을 35억 원에 내놓기로 결의했다. 일주일 뒤 공동의회에서 예배당 매매와 부지 매입에 관한 안건을 당회에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102명 전원이 찬성했다. ㅊ교회는 6월 22일, 매수자 요청에 따라 당회 회의록과 교회 운영 규칙(정관) 등을 제시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 매수인란에는 '김주철'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총회장이었다.

교회가 이단에 매각됐다는 사실은 ㅊ교회 이 아무개 담임목사가 가장 먼저 알았다. 12월 13일 ㅊ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6월 22일) 통장으로 돈이 들어온 걸 보고 알았다. '하나님의교회'라고 찍혀 있었다. 계약 전 이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사실을 장로들에게 알렸다. 당회는 하나님의교회를 상대로 '매매계약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당회원 장로들은 2017년 7월 2일 "모두 사임하고 교회 원상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의하고, 행정 처리를 위해 장로 1명을 남기고 모두 사임했다. 이 목사도 책임을 지고 노회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완패'로 끝난 소송
법원 "이단 교회라는 이유,
매매계약 효력에 영향 못 미쳐
ㅊ교회가 확인했어야"

ㅊ교회는 하나님의교회를 상대로 한 매매계약 무효 확인소송에서 △매매계약서만으로 매수인이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ㅊ교회는 정관이 따로 없으며 △부동산 매매를 결의할 당시 공동의회 소집 통지 기간을 지키지 않았고 △이단으로 취급받는 피고가 ㅊ교회에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ㅊ교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를 기각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8년 5월 29일 "매매계약서 매수인란 대표 김주철 옆에 날인된 인영印影에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대표이사'가 나와 있고, 종교 단체 등록 번호가 기재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매수인이 사회 통념상 피고로 특정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선고했다.

ㅊ교회에는 정관이 없지만, '운영 규칙'이 정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운영 규칙은 ㅊ교회 조직과 활동에 관해 규정한 근본 규칙인 정관에 해당한다. 운영 규칙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는 당회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중략) 운영 규칙에는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사전 당회 심의를 거쳐야 함을 규정하고 있을 뿐, 공동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하지 않았다"며 ㅊ교회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하나님의교회가 이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며, 하나님의교회가 ㅊ교회에 교리나 정체성 등을 알려야 할 의무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ㅊ교회에 매수인이 이단 교회인지 직접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법원은 "교회 건물의 특성상 이를 매수하는 자는 유사한 종교 단체일 가능성이 크며, 원고 대표 이 목사는 매매계약 체결 전부터 이단 교회에 교회 건물을 처분하는 것에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매매계약서 등을 봤을 때 원고는 피고가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회협회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피고에게 그 사실을 숨기려는 기망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ㅊ교회는 항소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2018년 12월 12일 "ㅊ교회가 운영 규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당회 심의를 거쳐 피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ㅊ교회는 상소하지 않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연말까지 교회 내줘야
담임목사 책임론 제기
"교회 운영 규칙
'정관'으로 바꿔치기
당회 회의록도 조작해"

소송에서 패한 ㅊ교회는 올해 12월 말까지 예배당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교회가 이단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교인은 100명대로 떨어졌다. ㅊ교회는 인근 작은 교회와 합병하기로 했지만, 내부 갈등은 계속되는 상태다.

교회 안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은퇴장로와 무임장로 등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교인이 담임목사에게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무장로들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니, 이 목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박 아무개 원로장로는 이 목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교회 사무실에서 8일간 단식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반대 측 교인들은 매수자가 이단이라는 사실을 이 목사가 알고도 눈감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년 전에도 통영 경기가 좋지 않았는데, 시세보다 10억이나 더 주고 언덕에 있는 교회를 살 곳이 이단 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계약 당일 이 목사 행적도 문제라고 했다. 이 목사가 교회 운영 규칙을 '정관'이라고 고쳐 하나님의교회 측에 제출했고, 당회 회의록 일부도 조작했다고도 했다. 양측은 원래 35억 원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계약서에는 36억 원이라고 나와 있다. 이 목사는 당회 회의록에 적혀 있는 35억을 36억으로 수정해 계약 당일 제출했다.

박 원로장로는 단식 중이던 12월 13일 교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나도 처음에는 담임목사를 믿고 적극 협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상한 정황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해명을 요구해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있다. 재판에서 지면 책임을 지겠다고 해 놓고 지금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원로장로로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직접 나서게 됐다. 가만히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석한 김 아무개 무임장로는 "나도 예배당 매매 때문에 사임한 장로 중 한 명이다. 지금 이 목사는 장로 1명과 마음대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 교회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목사는 1억 5000만 원짜리 사택을 계약하기도 했다.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니까 나중에 계약을 취소했다"고 언급했다.

소송에서 패한 통영 ㅊ교회는 12월 말까지 예배당을 비워 줘야 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 목사 "장로들 요청받고
운영 규칙, 당회 회의록 수정"
재신임은 '거부'
교인들, 노회에 목사 고소

이 목사는 12월 13일 기자와 만나, 교인들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자신은 전적으로 교회 매매를 장로들에게 위임했으며, 매수자가 하나님의교회인 줄 몰랐다고 했다. 반대 교인들의 퇴진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계약 전 공인중개사에게 이단과의 매매는 안 된다고 주의까지 줬다고 했다. 근거로 녹취록을 제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17년 5월 19일 이 목사는 공인중개사에게 "하나님의교회 아니면 신천지인지 알아봐 주면 좋겠다. 그쪽에서 비밀로 하면 계약서 쓸 때라도 그 부분(단서 조항)이 명시가 됐으면 좋겠다. (중략) 보통 하나님의교회나 신천지나 이런 사람들이 주로 교회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총회에 불법을 행하는 게 돼서 조금 문제가 될 수 있다.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여러 의심이 들었지만, 계약 당일까지 저들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직접 계약을 체결한 장로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직인에 '하나님의교회'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계속 (이단 여부를) 확인해 왔는데, 당일에 또 '이게 맞나 봅시다 맙시다' 할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직인에 하나님의교회 문구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운영 규칙과 당회 회의록 조작 의혹도 해명했다. 교인들이 지적한 대로 임의로 변경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계약 당일 장로들이 정관이 필요하다고 해서 운영 규칙에 '정관'이라고 표기해서 건네줬을 뿐이다. 역시 장로들이 당회 회의록에 나와 있는 35억을 36억으로 수정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이제 와서 문제를 삼으니 황당하다. 계약 당일인데 '우리 교회에는 정관이 없다', '당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로 부임 10년 차가 되는 이 목사는 교회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반대하는 교인은 얼마 안 된다. 교회 일에 참석 안 하고, 치리받은 소수가 나를 반대하고 있다. 그분들 뜻대로 내가 사임하면 다수의 성도는 뭐가 되느냐"고 했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도 한 만큼, 교인들에게 재신임을 받을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이 목사는 "내가 사임한다고 했을 때 잡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재신임을 받으라고 한다. (재신임은) 성도 다수의 뜻이 다니다. 재신임은 2/3가 찬성해야 하는데, 반대 교인들은 나의 재신임을 막으려고 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대 측 교인들은 12월 17일, 이단에 예배당을 매각한 이 목사를 치리해 달라고 노회에 소장을 제출했다. 한 교인은 "자기 입으로 책임지겠다고 해 놓고 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가. 담임목사도 장로들과 같이 책임을 지라는 차원에서 소송을 하는 것이다. 다수가 자신을 지지한다면 공동의회를 열어 재신임을 받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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