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성령 - 새 창조와 성령론적 일 신학> / 미로슬라브 볼프 지음 / 백지윤 옮김 / 박득훈 해설 / 360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종교와 공동선을 비롯해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잇는 주제의 저술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의 초기 저서. 해외에서 1991년 처음 출간됐던 이 책은 1985년 위르겐 몰트만의 지도 아래 쓴 자신의 박사 학위논문을 확대한 것이다. 새 창조와 성령론 관점에서 일의 신학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노동을 둘러싼 역사적·경제철학적·경제학적 분석과 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1부에서는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의 이론도 살피면서 오늘날 일의 철학을 생각해 본다. 2부에서는 개신교가 전통적으로 이야기해 온 루터의 소명 개념을 넘어서 성령론의 은사 관점에 기초한 일의 신학을 제시한다. 일에서 발생하는 소외와 일의 비인간화를 넘어서는 길을 이야기한다. 영국 더럼대학교에서 '경제 정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성서한국 사회선교사 박득훈 목사의 해설도 실렸다.

"일의 비인간화가 갖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많은 나라의 경우 (특히 제3세계에서) 노동법이 존재하지 않거나 시행되지 않는다. 이는 경영진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폭압적 군주로 행동하면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노동량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짜내는 데만 혈안이 되게' 만든다. 노동자는 종종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사용하고 학대하는 압제적 구조에 맞서 싸우지 못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그들에게서 자유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인간 영혼의 가치를 좀먹는다.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성에 대한 부정과 함께, 일에서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일의 비인간화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다." (1부 '이 시대 일의 세계' - 1장 '일의 문제', 75쪽)

"은사의 통시적 다원성은 현대사회의 일자리나 직업의 통시적 다원성에 들어맞는다. 일을 소명으로 이해하는 관점과는 달리, 일을 성령론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하나님이 한 사람을 하나의 직업으로 부르셨다거나 모든 살마이 상대적으로 고정된 패턴의 직업적 특성을 갖는다는 이유로) 직업 선택이 일회성 사건이어야 한다거나 모든 이들에게 오직 하나의 올바른 직업만 있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중략) 그들의 직업 결정은 철회할 수 없는 결단일 필요가 없으며, 그들의 선호와 재능이라는 한편과 존재하는 직업 기회라는 다른 한편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안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2부 '성령론적 일의 신학을 향하여' - 4장 '일, 성령, 새 창조', 186~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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