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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을 섬기는 교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단양감리교회
  • 이근복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12.13 12:37

12월 8일 대림절 두 번째 주일예배를 서울 성북동 덕수교회(김만준 목사)에서 드렸습니다. 이날 이진우 목사가 '연약함 속에 깃든 진리'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습니다. "연약함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사랑과 구원을 베푸시고자 선택하신 하나님의 눈높이 사랑 방법입니다"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얼마 전 들은 이야기가 기억났습니다. 요즘 농촌 교회들이 어려워서 2~3개 교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담임목사가 아닌 목회자들은 사회복지 기관 등에서 일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연약해질 많은 교회가 걱정됩니다.

1부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 손인웅 원로목사님을 뵈었습니다. 다리가 아프셔서 지팡이를 짚고 계셨습니다. 팔십 평생 많은 교계 단체에서 헌신하셨는데, 이제는 약해지신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히 지난 11월 26일 방문한 단양감리교회(서영석 목사)는 소도시의 교회이지만, 연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주보를 보니 11개 교회와 2개 기관을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신앙 공동체이지만 상생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조찬 인문학 모임을 하는 목회자들과 단양관광호텔에서 1박 2일로 수련회를 하고 떠나는 길에 단양감리교회에 들렀습니다. 전날 방문하여 예배당 전경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날씨가 흐려서 다시 촬영하러 간 것입니다.

단양감리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단양감리교회는 1913년 5월 9일 설립되었습니다. '단양교회 5대 비전'에 "지역사회 섬김"이 있듯이 단양 지역을 정성껏 섬겼는지, 2013년 6월 23일 100주년 감사 예배에 1000여 명이나 참석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단양교회는 지난 106년 동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를 어머니처럼 품고 길렀습니다. 우연히 이현주 목사가 인터뷰한 내용(2015년 김문음 작가의 인터뷰)을 봤는데, 바로 이 단양감리교회 출신이었습니다. 두어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 목사님은 성서 해석에 탁월하여 개신교와 천주교를 넘나들며 강연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동양 고전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저서 <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생활성서사)를 보면, 어머니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머니는 외지에 나가 관리 생활을 하는 남편과 떨어져 시골 본가(충북 중원군)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시집살이를 하던 1948년 4월 어느 날 밤, 잠을 청하다가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노래가 들려와서 가 봤더니 아랫집 사랑방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새댁의 몸으로 낯선 남자에게, 그것도 어둔 밤에 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하여 권서인勸書人(성경을 보급하러 다니던 전도자)이 가르쳐 준 찬송가가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였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예수를 만났고, 어머니는 남편의 근무지였던 단양으로 가서 단양감리교회 예배당에 첫발을 들여놓았고 모든 집회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열두 살 되던 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 35세에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는 아들 셋, 딸 하나를 혼자 힘으로 온갖 궂은일을 하며 양육했습니다."

진실한 어머니의 신앙은 연약한 이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매개하여, 이현주 목사와 얼마 전에 감신대에서 은퇴한 교회사가 이덕주 교수를 키운 것입니다.

이현주 목사님은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언젠가 구학산 기슭을 걷다가 작은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누군가를 물에 빠지지 않고 건너가게 하려고 자신은 언제나 물에 빠진 채 있어야 하는 징검다리가 문득 고맙게 느껴집디다. '물에 안 빠지고 건너가는 자'와 '물에 안 빠지고 건너가게 하려고 물에 빠져 있는 자'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한 몸一體'이라는 생각이 바늘 끝처럼 제 몸을 스쳐가더군요. 돌이켜 보면 저는 결국 저를 밟고 오늘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숱하게 많은 실수와 잘못, 상처와 부끄러움을 딛고, 그나마 세속의 검은 강에 빠져 익사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고마운 노릇이지요."

그날 일지에 이런 낙서를 해 두었다고 책에 나와 있습니다.

"고마운 징검다리 / 나로 하여금 / 물에 빠지지 않고
물을 건너게 하는 / 고마운 징검다리
나로 하여금 / 물에 빠지지 않고 / 물을 건너게 하면서
저는 언제나 물에 / 빠져 있는 징검다리
너의 나의 고마운 / 징검다리"

단양감리교회는 106년간 이현주 목사 모친을 비롯해서, 녹록지 않은 시대에 여러 인생을 떠받치는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척박한 땅에 성육신하셔서 구원과 해방의 복음을 전하고 십자가를 지셔서 하늘과 땅을 잇는 생명과 평화의 징검다리가 되셨듯이 말입니다.

원래 단양감리교회는 저 아래 마을에 있었습니다. 충주댐을 건설되어 거대한 충주호가 생기는 바람에 소도시(구단양)가 수몰되자 지금 터전으로 이전한 것입니다. 언덕길의 교회 마당으로 들어가니 바로 오른쪽에 성탄절을 상징하는 소박한 소품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작은 십자가 위에 달린 노란색 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헤롯 정권의 위협에 노출된 연약한 아기였지만 희망의 빛이 되신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이 곤고한 땅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시길 소망합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교회활력화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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