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예비역 장성을 비롯한 전현직 기독 군인이 모여 있는 단체가, 평소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목사를 설교자로 초빙했다.

국군장로연합회(권오성 회장)는 12월 7일 국군중앙교회(이성호 지도목사)에서 열린 송년 예배 및 정기총회에서, 정동수 목사(사랑침례교회)를 주 강사로 초청했다. 정 목사는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개신교인은 정부가 하나님 가치에 위배되는 정책을 펼칠 때 항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많은 기독교인이 정교분리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교회는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말이다. 정교분리를 시행하는 미국 같은 경우를 봐도 대다수 교인이 누구를 찍겠다고 공개 선언한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정부가) '자유'를 빼고 사회주의·공산주의, 독재 체제로 가는 쪽으로 헌법 개정을 이루려고 하면 우리 기독교인들이 모두 반대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이건 아니라고 말씀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국회의원을 뽑으면 안 되지 않나. (나라를) 사회주의로 바꾸겠다고 하는 사람도 안 되지 않은가"라며 "예수 믿는 사람이 좌익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성경을 잘못 읽은 거다. 하나님은 오른쪽의 하나님이지, 왼쪽의 하나님이 결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극우 성향을 드러낸 정동수 목사가 전·현직 군인들이 모여 있는 모임에서 설교했다. 국군장로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정동수 목사는 정치적으로 극우 성향을 드러내며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주장해 왔다. 그는 10월 2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청와대 앞 시위에 참석해 "지난 2년 반 문재인 정부 시책을 가만히 보면, 국가 근간을 자유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회주의·전체주의로 바꾸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승만 대통령을 통해 해방의 자유를 주었다. 우리가 자유 안에 굳게 서야지, 속박의 멍에를 다시 맬 필요가 있겠는가. 오늘 우리 간절히 기도하자. 이 나라와 우리를 위해 자유를 지켜 달라고 간구하자"고 말했다.

일부 교단은 킹제임스성경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정동수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은 지난해 9월 103회 총회에서, 정 목사가 킹제임스성경만 무오하다고 주장한다는 이유로 '참여 금지'를 결의했다.

정 목사는 대통령 퇴진 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군장로연합회는 1995년, 예비역·현역 장로들이 군 선교를 위해 만든 기독교 단체다. 창립을 주도한 권영해 전 국방부장관이 초대 회장을 맡았고, 이후 이필섭 전 합참의장, 박용옥 전 국방부차관 등 고위급 지휘관 출신들이 회장을 역임했다. 권오성 회장도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단체에는 장교·부사관 출신 장로 48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그중에는 현역 군인도 있다.

<뉴스앤조이>는 국군장로연합회 측에 현역 군인들도 배석한 자리에 정부에 반하는 극우적 인사를 초청한 게 적절한지 물었다. 전 육군 소장 배봉원 사무총장은 12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사 성향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유튜브에서 그분의 정교분리 관련 강의를 몇 번 봤는데 내용이 괜찮아서 섭외했다. 최근 청와대와 광화문에서 집회가 자주 열리는데, 우리 기독교인이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배 사무총장은 "정 목사를 섭외할 때 정부 비판 내용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국가와 교회 관계만 다루고, 객관적인 사실만 전해 달라고 했다. 당시 예배에서도 문제가 될 만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송년 예배에 참석한 전 해군 소장 오성규 전 회장(국군장로연합회)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나라 안위를 생각하면 위태로운 부분이 많지 않나.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인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정 목사가) 바른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메시지를 무조건 반정부라고 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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