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대 비대위가 학교 매각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학교 징계와 고소로 맞대응하고 있다. 사진 제공 비대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평강제일교회(이승현 목사)에 매각한다는 의혹에 휩싸인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황원찬 명예총장)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매각 의혹을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황원찬 명예총장과 서재주 총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투쟁하는 중이다. 학교 측은 비대위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징계를 넘어 고소로 대응하고 있다.

대한신대 이사회가 평강제일교회에 학교를 넘기려 한다는 의혹은 올해 5월 불거졌다. 몇몇 교수와 박 아무개 총학생회장은, 평강제일교회 측 이사 4명이 학교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일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2015년경 서재주 총장이 이승현 목사에게 돈을 빌려 학교에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총학생회는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평강제일교회가 학교를 매수하기 위해 돈을 주고 이사를 파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원찬 명예총장은 매각설을 부인하면서 평강제일교회 측 이사 4명을 내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내보내겠다는 발언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교는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총학생회를 해산시키고, 관련 교수들을 직위 해제하고 보직 해임 처분했다. 이 문제에 가장 앞장선 박 총학생회장은 퇴학당했다. 

징계를 받은 교수들과 박 총학생회장 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다른 의혹들도 제기했다. 비대위는 11월 21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 급여 미지급 △교수직 채용 비리 △황원찬 명예총장 일가의 학교 사유화 의혹 등을 주장했다. 교육부는 교수 임금 및 채용 문제와 관련해 12월 9~10일 대한신대 회계감사를 진행했다.

학교 측은 강경했다. 황 명예총장을 지지하는 대한신대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에 임한 교수 2명과 학생 5명을 11월 27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온갖 의혹 등을 제기해 학교 명예를 실추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장이다. 박 아무개 교목실장은 12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이단 매각 문제로 몇 달간 시끄러웠다. 매각이 아니라는 걸 그분들(비대위)도 아는데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평강제일교회 측 이사 4명을 정리하는 중에 있다. 1명은 정리했고, 1명은 진행 중이다. 절차를 밟다 보니 늦어지는 것이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실장은 "어쨌든 학교는 평강제일교회와 함께 갈 수 없다. 교목실장인 나부터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명예총장님이 밝힌 것처럼 (평강제일교회에) 매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신대는 의혹을 제기한 교수와 학생은 징계·고소하면서, 정작 이번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서재주 총장에게는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박 실장은 "서재주 교수를 정리하고 빌린 돈도 갚으면 이단 매각 의혹이 명확히 해소될 것으로 안다. 다만 절차를 따라야 한다. 빌린 돈도 갚아야 하는데, 내년 2월 정도에는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비대위, 이승현 문자메시지 공개
"소문나는 순간 일 안 돼,
인수할 의사 없다고 말하라"

대한신대 비대위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비대위

비대위는 학교 측 대응에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12월 8일 입장문에서 "교수들이 불법 매각에는 침묵하고, 자처해 황원찬 총장의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평강제일교회에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학교 측 주장도 반박했다. 박 총학생회장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자료를 가지고 주장하는데, 학교 측은 '아니다'는 말만 반복한다. 당사자인 서재주 총장이나 황원찬 명예총장은 나서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학생회장은 매각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또 입수했다면서 문자메시지가 담긴 파일을 보내왔다. 2017년 4월경 이승현 목사가 평강제일교회 한 관계자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학교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져 일이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목사는 "OOO 박사를 통해 대한신학교를 우리가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일이 어렵게 돼 가고 있다. (박윤식) 원로목사님 명령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게 사실이지만, 평강제일교회서 이 일을 한다는 소문이 나는 순간 이 일은 안 되게 되어 있다. (중략) 우리 교회에서는 인수할 의사가 전혀 없고, 추진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셔야 한다. 중요한 일이니, 제가 말씀한 대로 해 줘야 한다"고 했다.

박 총학생회장은 "이미 공개된 이승현 목사 녹취록만 보더라도 평강제일교회가 학교를 매수하려 한 정황이 제대로 드러나 있다. 이번에 우리가 입수한 문자메시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재주 총장이 돈도 빌려 오고 이사까지 파송받았는데도 학교 측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단 매각을 중단시킨 비대위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징계와 고소로 다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이승현 목사의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비대위 자료는 정확히 확인된 게 아니다. 문자메시지도 이승현 목사가 보낸 게 맞는지 확인해 보겠다. 정말 이 목사의 문자인지, 아니면 단순히 누가 (조작해서) 보냈는지, 확인하고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 매각 의혹의 직접적 당사자인 황원찬 명예총장과 이승현 목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두 사람은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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