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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에 침묵하는 그대에게
한국성소수자연구회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창비) 출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12.10 16:18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이들은 분명 '일부 보수 개신교'다. 하지만 '일부'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것은 교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반동성애 진영의 혐오 논리에 잠식당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주요 교단에서 동성애자 및 동성애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목사·교인이 될 수 없다. 이미 있는 사람이라도 언제든 내쫓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한 곳도 있다.

주류 개신교의 이 같은 일방통행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개신교인도 있다. 심정적·신앙적으로 동성애를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데 동의하지 않거나 일부 극성스러운 반동성애 활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어도, '동성애 옹호자'라는 마녀사냥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잠자코 있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이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창비)이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 소속 19명이 집필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는 교육학·법학·보건학·사회복지학·사회학·신학·인류학 등 자기 분야에서 성소수자 관련 연구를 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학회다. 2016년 3월 시작됐다.

(왼쪽부터) 자캐오 사제, 홍성수 교수, 박한희 변호사, 최훈 교수가 12월 1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문을 쓴 홍성수 교수(숙명여대)는 12월 10일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성소수자 혐오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많이 유포되고, 학생들이 이를 과제물에 인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전문가를 자처하는 대학 교수들까지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발언하고 논문 혹은 책을 펴내는 것을 보며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급한 대로 3년 전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이라는 소책자를 펴냈고, 그걸 보완한 게 이 책"이라고 설명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책에서 한국 사회 성소수자가 마주한 여러 오해를 설명한다. '1장 젠더와 성소수자: 성별 이분법, 불가능한 상상'을 쓴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려는 시도 등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오가는 사회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차별 금지는 국제 인권 규범이다. 유엔은 두 차례 결의안을 통해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이 책은 차별을 없애는 게 인권 원칙에서 왜 중요한지 다양한 방면에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에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주장이 왜 논리적으로 옳지 않은지 지적하는 글도 실렸다. '5장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논리적 오류를 넘어서'에서는 △성소수자가 왜 문제인지 근거를 설명할 수도 없으면서 존재를 배제하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하는 '선결 문제 요구의 오류' △동성애를 찬성과 반대로 이야기하는 게 옳은지부터 따져 봐야 하는데 답부터 요구하는 '복합 질문의 오류' △성소수자가 자연을 거스르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연주의의 오류'를 설명한다.

해당 부분을 쓴 강원대 최훈 교수는 "성소수자 혐오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최근 혐오 담론 발전 양상을 보면, 나름대로 논리를 개발해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내세운다. 이에 대응할 때도 논리가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팩트 체크, 팩트가 맞아도 논리 체크를 해야 대응할 수 있다. 논리를 내세우며 혐오에 편승하는 이들과 대화할 때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혐오와 그리스도교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용산나눔의집 자캐오 사제는 '6장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성공할 수 없는 그들만의 마녀재판'을 썼다. 자캐오 사제는 현장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접하는 개신교인들이, 질문을 던지면서 이 상황을 돌파해 나가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각자가 속한 교회·성당에서 지도자들이 혐오와 차별을 말하고 있다면, 이를 통해 누가 어떤 유익을 얻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캐오 사제는 이 책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교계의 일방적 성소수자 혐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속한 공동체에서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공포 때문에 침묵하는 이들,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혐오 발언에 대응하지 않았던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 성소수자 혐오를 넘어 인권의 확장으로> / 한국성소수자연구회 지음 / 창비 펴냄 / 344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밖에도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에는 △성소수자의 노동권 △청소년 성소수자의 현실 △성소수자와 가족 △성소수자와 가족 구성권 △퀴어 운동과 민주주의 △성소수자 인권과 법적 쟁점 등도 담겼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는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임시대표를 맡은 홍성수 교수는 "성소수자를 연구하는 신진 학자가 많다. 서로 교류하고 지식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내년 1월, 학회 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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