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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징계 사유 된 무지개 옷과 페미니즘 강연
장신대·한동대 학생들, '쫓겨난 사람들' 간담회 "성소수자 옹호 표현 막기 위해 본보기 징계"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12.09 21:03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가 대학에서 쫓겨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서총명 씨와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 지민 씨 이야기다.

서 씨는 친구들과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가 학교에서 징계를 당했다. 지민 씨는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교계에 부는 반동성애 광풍이 사상·학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대학까지 집어삼킨 결과였다. 서 씨와 지민 씨는 12월 6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쫓겨난 사람들: 장신X한동 부당 징계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청년 8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독교 학교를 표방하는 두 대학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지금까지 교회 밖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혐오해 온 한국교회가 이제는 내부 사람들까지 내쫓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참석자는 서 씨와 지민 씨가 겪은 일이 자신들에게도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을 토로했다.

학내에 부는 반동성애 광풍
교단 총회, 성소수자 입학 금지
페미니즘·동성애 강연 돌연 취소

간담회 현장은 성소수자이거나 이들을 지지하는 기독 청년들로 가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사건이 발생하기 전 장신대·한동대에서는 비슷한 전조가 흘렀다. 장신대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은 2017년 9월 총회에서 동성애자나 지지자가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를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사랑으로 포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총명 씨는 성소수자들 입학을 막아 놓고 사랑으로 포용한다는 교단의 입장이 좋은 말만 갖다 붙인 모순처럼 들렸다고 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장신대 신학생들은 총회가 결의한 동성애가 정말 문제인지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소수자 사역을 하는 목회자 초청 강연을 준비했다. 학교는 강연을 승인하더니, 3일 전 돌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이듬해 페미니즘 강연을 기획했다. 학교는 이번에도 강연을 허가하지 않았다. 서 씨는 "단순한 페미니즘 강연이었는데, 종북이니 친동성애니 논란이 돌았다. 학교가 학생들이 아무런 생각도 의견도 나누지 못하게 막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동대는 장신대처럼 신학교는 아니지만 자신들을 '하나님의 대학'이라고 자칭한다. 학생들은 매주 채플에 참석해야 하고, 일정 학점 이상 기독교 관련 수업으로 채워야 한다. 지민 씨는 "그중에 창조과학을 설파하는 수업이 있고, 포스트모더니즘·페미니즘·퀴어 등을 기독교의 적으로 묘사하는 강의도 있다"고 했다.

한동대는 2016년부터 반동성애 행동대장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17년 5월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반동성애 선언을 발표했다. 반동성애 강사 등을 초청해 '동성애 바로 알기'라는 강연을 열기도 했다. 반면, 한 인권 학회가 준비한 퀴어신학 강연은 학교 반발로 무산됐다. 지민 씨는 이러한 사건들이 성소수자·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줬다고 말했다.

무지개색 옷 입고 예배
페미니즘 강좌 개설
무작정 징계로 대응한 대학

장신대 서총명 씨는 친구들과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고 징계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생들은 학교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했다. 2018년 5월 18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었다. 서총명 씨를 포함한 장신대 학생들은 '함께 살자'는 문구를 적어 피켓을 들려고 했다. 교수들은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서 씨는 학생들과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하는 정도로 그날을 기념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학교가 점점 폐쇄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는 게 답답했다. 우리도 이렇게 느끼는데, 분명 학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러다 수년 전 선배들의 무지개 퍼포먼스가 떠올랐다. 학교 신문에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소개되기도 했고, 강연과 피케팅을 막은 학교가 설마 옷 입는 것까지 뭐라 할까 싶었다"고 말했다.

지민 씨와 한동대 '들꽃' 학생들은 2017년 2학기 페미니즘 강연을 기획했다. 이전에도 학교에서 페미니즘 강연이 여러 차례 열린 적 있어서 학교가 크게 문제 삼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학교 안에 있는 카페에 장소를 섭외하고, 학생지원팀 허락을 받아 교내에 홍보 포스터를 게시했다. 전날까지 아무 말이 없던 학교는, 당일 돌연 강연을 열 수 없다고 통보했다. 행사 당일이라 취소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계획대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민 씨는 "학교가 강하게 나왔다. 우리가 페미니즘 강연이라고 설명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우리에게 동성애 강연을 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갔다. 우리는 학교 결정이 법에 위배되는 부당한 처사라고 항의했다. 학생처장은 여기는 대학교라며 우리를 징계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말했다.

한동대 지민 씨는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생들은 온갖 거짓 정보에 시달려야 했다. 서총명 씨는 "'장신대 예배당이 동성애에 넘어갔다', '장신대 예배당이 더럽혀졌다'는 내용의 글이 카카오톡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평범한 신학생인 우리가 하루아침에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세력이 됐다. 어떤 기독교 언론사는 '장신대 연이은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를 다뤘다. '논란'은 여럿이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툰다는 의미인데, 우리가 옷을 입은 게 다툼이라는 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민 씨도 자신들과 관련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었다고 했다. 그는 "다급한 느낌이었다. 페미니즘 강연이 열리면 앞으로 동성애 강연이 열리는 것도 학교가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당시 한동대 교목실장은 채플에서, 들꽃의 강연이 가증스러운 내용으로 가득했다며, 지민 씨 개인 신상을 밝혀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두 학교 모두 학생들 징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장신대는 퍼포먼스에 참여한 서총명 씨에게 정학 6개월, 나머지 4명에게는 각각 근신·사회봉사(3명), 엄중 경고(1명)로 징계했다. 한동대도 강연을 주최한 학생들 중 지민 씨만 무기정학으로 처분했다.

법원, 절차상 하자로 징계 무효
"한국교회, 과거부터 차별·혐오 반복"
쫓겨난 학생들, 자조 모임 활동 시작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모두를 위한 평등 약속문'을 읽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신대 학생들은 징계를 결정한 학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징계 처분 과정에서 사유를 고지하지 않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징계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간담회에는 학생들 재판을 도운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가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다. 그는 "학교 징계 과정이 너무 터무니없어 재판에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칙을 어기지 않았는데도 학교가 무리하게 이들을 징계했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표현을 하면 불이익을 얻는다고 본보기를 보여 주려는 것이라며,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자신도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고 했다. 불의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기독교인들을 보며 교회를 떠났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학생들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교회에서 배제되고 이탈한 사람들을 향해 뻗은 학생들의 용기가 자신 같은 사람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고 했다. 장 변호사는 이번에 징계를 당한 학생들이 꼭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오현선 전 호남신대 교수는 한국교회가 특정 대상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태생적으로 성장주의와 자본주의에 물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본과 권력 등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등 특정 계급을 배제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쫓겨난 학생들은 앞으로 '갓길'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할 예정이다. '갓길'은 '같이 걷는 길'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비슷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을 초청해 자조 모임을 열 계획이다. 지민 씨는 "두 사건에 공통점이 많다. 우리뿐 아니라 교회나 학교에서 비슷한 경험 혹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위로하며, 우리 경험을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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