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김 의원이 총리 후보로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수차례 나왔지만, 시민사회계 반발이 잇따르자 청와대는 한발 물러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5일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추미애 의원을 지명하고, 국무총리 후보자는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재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의원을 반대하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종교 편향' 문제다. 수원중앙침례교회(고명진 목사) 장로로 현재 국회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그동안 보수 개신교계와 활발히 소통하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그는 10년 전부터 종교 편향으로 구설에 올랐다. 2009년 4월 민주당 기독신우회 예배에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하나님 마음에 합한 다윗 같은 신정 정치인이 되자"고 설교하자, 신우회장이던 김 의원은 "신정 정치를 통해서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 야당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표 의원은 독실한 개신교인으로, 현재 국회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다. 독실한 만큼이나 '종교 편향'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최근 몇 년 사이 김진표 의원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이슈는 '종교인 과세'였다. 국회가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2017년 6월 종교인 과세를 2년 미루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에 제일 민감한 보수 개신교, 그 가운데서도 고소득 성직자가 몰려 있는 대형 교회 목회자 편의를 봐주기 위해 과세를 유예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 반대론자'로 몰리는 데 대해 억울해했다. 그는 유예 법안을 낸 이유를 "과세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박근혜 탄핵 사태로 국정 공백이 발생하면서, 과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2년 유예안이 불발되고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 시행을 거스를 수 없게 되자, 김진표 의원은 국세청 훈령에 '교회 세무조사 금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보수 개신교계가 요구하던 내용이었다.

그는 2017년 9월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회가 주는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상'을 받았다. 수상 후 김 의원은 '세무조사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기자들에게 "교회 내 통합을 깨뜨리려고 하는 불순 동기를 가진 이단 세력들이 있다"며 이단들이 탈세 제보로 교회를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세무서가 진위를 확인하고 교회와 문답을 받는 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면, 사회에서는 '어느 교회가 탈세해서 세무조사 받는다더라'고 소문나게 된다. 소문만 나도 도덕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했다.

2년 유예 법안은 철회했지만, 사실상 유예 효과를 거뒀다고도 자평했다. 김 의원은 2017년 11월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대책 보고회'에서 "2년 유예와 똑같은 효과가 일어나도록 하는 제도 보완을 시행령 개정으로 확정했다"며 "빨리 과세해야 저소득 종교인이 근로장려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보수 교계는 요구안의 80% 이상이 수용됐다고 평가했다.

2017년 11월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과세 대책 보고회'에서 김진표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그는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교회 세무조사와 불성실 납부 가산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진표 의원은 보수 개신교계의 '반동성애' 기조를 따르고 있기도 하다. 수차례 반동성애 성향을 피력해 왔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민주당 종교특별위원장을 지내면서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절대 반대하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의 건의에 대해, 민주당은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는 보수 개신교계가 주장하는 내용과 같다. 그는 2016년 6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안이 올라왔을 때 '절대 안 된다'며 막았다.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 기구로 격상하지 않겠다고 했다. 2017년 4월 기공협이 주관한 공공 정책 발표회에서, 김승규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는 김진표 의원에게 "(문재인 후보자가) 국가인권위를 헌법기관으로 격상하려는 게 맞느냐. 그렇게 되면 차별금지법도 통과될 것이다. 목사님과 신자 1000만 명이 땅에 드러누워 반대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물어봤다.

김진표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상 기구로 격상하겠다는 건 문재인 후보의 공식 입장이 아니란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 방금 문 후보와 통화했다. 기독교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12월 4일 청와대 앞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김진표 의원 총리 지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종교투명성센터

정부가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김진표 의원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계는 반대 입장문을 연달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12월 2일 논평에서 김진표 의원이 지속적으로 종교 편향 문제를 지적받는다면서 "종교계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종교인 과세를 뒤로 미루자거나, 채권 추심업자들에게 부가세가 아니라 1/10 수준에 불과한 교육세를 부과하자는 그에게 어떤 공정 경제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일 "정치인으로서 김 의원은 이미 2012년 총선에서 야당 후보로서는 유일하게 시민단체가 선정한 반민생·반민주·반역사·반헌법·반환경·반생태 인사에 포함됐던 인물이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5일 또다시 성명을 내고 "최근 20대 국회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던 종교인 과세 도입을 막아 조세형평성까지 훼손하려 했다"며 김진표 의원 총리 지명을 반대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4일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법을 유예시키며 누더기로 만들어 결국 종교인 특혜법으로 만든 장본인이고 종교 특권 세력으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은 자"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면 "원망을 넘어 민란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도 "국회의원으로서 특정 종교 기득권 보호에만 몰두해 온 이가, 국무총리가 되면 개과천선하여 공평무사하게 총리직을 수행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4일 논평에서 "김진표 의원은 여성 인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낙태 금지를 주장하고, 동성애와 동성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해 왔다"며 김 의원이 국무총리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2017년 1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대회에서 김진표 의원이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보수 교계 인사들은 김진표 의원을 적합한 총리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는 12월 2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분은 장로라서 목사들 말에 귀를 기울인다. 민주당 안에서도 온건 세력이고, 경제에 바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김 의원은 동성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 딱 중도적 인사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김진표 의원과 교류해 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도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진표 의원은 중도적 성향이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다. 균형 잡힌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소 목사는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지 않았고 더 잘 시행하자는 차원에서 유예하자고 한 것이다. 그 부분을 오해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회장이었던 김성복 목사(연산중앙교회)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진표 의원을 총리 후보로 거론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청와대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가진 경제적 역량이 있고, 또 너무 진보적 이야기에 휘둘리게 되면 집권 후반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 청와대가 김 의원을 재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악수를 두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