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정관과 주보를 임의 변조해 퇴직금을 대출받은 노은교회 김용혁 목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김 목사에게 불법영득 의사가 없었고, 김 목사에게 사문서위조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퇴직금 정산용 대출을 받았다가 고소당한 노은침례교회 김용혁 목사가 11월 28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전지방검찰청은 김 목사에게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고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사기·배임, 업무상 횡령·배임 등 7가지 항목에 대해 모두 불기소처분했다.

김용혁 목사는 종교인 과세를 피하고자 2017년 말 급히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정관을 변조하고 은행 제출용 주보를 10여 부 별도 제작했다. 이 정관과 주보로 은행에서 총 6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고, 그중 3억 원은 자기 퇴직금으로 셀프 정산했다. 노은침례교회 교인 56명은 올해 4월,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사기 등에 해당한다며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사문서위조죄는 타인의 권리·의무 및 사실 증명에 관한 문서를 위조한 경우 처벌하고 있으나, 교회 주보 및 정관의 작성 주체는 교회 담임목사인 피의자 김용혁 본인이므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고 나와 있다. 허위 서류를 제출해 새마을금고 직원을 속였다는 고소 내용도 "대출 과정에 기망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조 사문서 행사 및 특경법상 사기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다"고 판단했다.

김용혁 목사는 교인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정관을 변조해 제출하고, 주보를 은행 제출 용도로 10여 부만 따로 제작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2018년 10월 임시 사무처리회에서 교인들이 김 목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추인이 있었고, 김 목사에게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인들은 김 목사가 교회 부설 요양 센터와 아동 센터에 직원을 허위로 채용한 뒤 월급 일부를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용혁 목사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로 누명이 벗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 내용대로만 보면 된다. 저들(고소 교인들)이 검찰 수사 결과도 못 믿겠다고 하면 뭘 믿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2주 전 쓴 글을 참고해 달라고 했다. 김 목사는 11월 말 교인들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에서 "지난 1년간 은퇴금 문제로 잡음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 괴로워, 2017년 10월 임시 사무처리회에서 모든 것을 다시 결정하자고 제안해 101대 61로 재결의를 받았다. 또 나의 행정적 실수에 대해 더 이상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도 100대 40으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 교회 제직회나 사무처리회가 법적인 의사정족수나 의결정족수를 채워 결의한 적이 거의 없었다. 6억 5000만 원 대출(3억 5000만 원 타 은행 상환, 3억 은퇴금) 건도 지난 20억 대출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요구에 따라 관행적으로 임의로 정관을 변경하여 제출했던 것이다. 아무리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 해도 법적으로 따지면 잘못된 것이기에, 실수에 대해서 정중히 여러 차례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김용혁 목사는 자신의 재정 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한 교인들을 비난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개혁한다는 미명 아래 교회는 찢겨져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진정 교회를 바로잡겠다면 고발자 스스로가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고, 예배의 자리에 앞장서고, 영혼 사랑하여 전도하고, 교회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물질로도 솔선수범해야 하나,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은 교회의 어떤 기도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십일조나 헌금조차도 내지 않고 있다. 교회 개혁을 외치는 이들에게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주님의 음성을 먼저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 목사는 노은교회가 운영 중인 아동 센터가 2500만 원 환수 조치를, 요양 센터는 2달 영업 정지와 7000만 원 환수 조치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행정 제재가 나왔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그는 "행정적으로 실수해서 처분을 받았지만, 내가 횡령한 것은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고소 교인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할 것인지 등 향후 계획을 물었으나, 김 목사는 "지금은 검찰 수사 결과만 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김용혁 목사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한 교인들은 이번에 검찰이 부실하게 수사했다고 반발했다. 고소인 중 한 명은 12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검찰에 제출된 사무처리회 회의록 등 대부분의 자료가 실제와 다른 내용이다. 검찰이 재정국장 김 아무개 집사나 사무처리회 회의록을 갖고 있는 조 아무개 집사 등을 불러 조사했으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료를 가져가서 진술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교회 재정을 잘 아는 사람은 부르지 않고 김 목사만 5번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 센터와 아동 센터는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적발돼 환수 조치와 함께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사건은 유성구청이 경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김 목사 측 말만 듣고 무혐의 처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항고할 예정이다.

김용혁 목사 은퇴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교인이 노은교회를 떠났다. 김 목사를 고소한 교인 56명을 포함해 약 100명은 '노은교회와성도의회복을위한모임'(노성회)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주일부터 따로 예배를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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