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주최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 포럼이 '교회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11월 29일 경동교회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법원은 지난 10월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이 공공 도로를 위법하게 점유하고 있다며,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영적 공공재'라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랑의교회 판결은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예배당 건축과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1월 29일 경동교회에서 '교회와 공간'이라는 포럼을 열고, 신학자와 건축가가 본 교회 건축을 다뤘다.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또 교회에 어떤 신학을 투영해 예배당을 지을 것인지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사랑의교회 도로점용
근본적으로 잘못,
국내 최고의 예배당은
강남 사랑의교회"

홍기협 대표는 국내외 다양한 교회 건축물을 소개했다. 그는 예배당이 영성을 느낄 수 있고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발표 후에는 경동교회 건축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건축가가 본 교회 건축'을 주제로 발표한 홍기협 대표(자오개마을 대표건축가)는 "사랑의교회 도로점용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는 엄밀히 말 그대로 공공재고, 모든 건축가가 그렇게 느낀다. 원상 복구하는 게 힘드니 계속 점용하겠다는 생각은 크리스천답지 않다. 원상 복구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고의 예배당 건축물로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을 꼽았다. 그는 "강남 예배당은 완벽한 카타콤으로서의 예배 공간을 가지고 있다. 지상 건물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고 했다. 삶과 죽음이 연결된 카타콤 형식의 건축물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엄숙해지고, 영성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홍기협 대표는 "서초 예배당도 본당이 지하에 있다는 이유로 카타콤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카타콤으로 볼 수 있는가. 두 예배당이 모두 한 교회라는 점이 너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대형 교회 건축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홍 대표는 "건축 설계하는 사람에게 대형 교회는 유혹이다. 설계비를 많이 받을 수 있고, 오브제로서 기억되는 교회 건축물을 남길 수 있다는 유혹이 있다. 하지만 모든 건축가가 존경하는 르코르뷔지에는 사람, 특히 노동자에게 관심이 있었다. 노동자의 집, 그리고 공동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했다. 라투레트수도원이 종교적이라기보다 공동체적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고 이야기했다.

홍 대표가 강조한 것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영성과 공공성이다. 그는 <이머징 처치> 등에서 제기하는 "왜 교회가 월마트처럼 보이는가. 이곳이 극장이지 교회인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지도로부터(from mapping), 걷기로부터(from drifting), 접기로부터(from folding)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교회와 공간 건축물 사례를 들면서 발표했다. 특히 교인들이 생각해 볼 만한 교회 건축물로 부산 구덕교회와 대전 대덕교회, 서울 동숭교회, 그리고 홍 대표가 설계한 잠실 정신여고 내 주님의교회 등을 소개했다.

그는 이런 교회 공간들이 교회 앞 공간을 넓게 틔우고, 본당의 제대 벽 등 물성物性을 강조해,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순례자'로 여기게 하고 지역과 단절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부여한다고 했다.

예배당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서관'을 꼽았다. 홍 대표는 "농촌 미자립 교회인데도 작은 도서관 만든 교회들을 볼 수 있었다. 교회들이 도서관을 꼭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통해 교회를 지역에 개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포항공대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제일 중요했던 것은 '미디어 키친'을 만들자는 점이었다. 누구나 와서 요리를 해서 자기가 원하는 미디어를 갖고 가는 것이다. 교회가 이런 도서관을 꼭 품어야 한다"고 했다.

공공성 없는 교회 건축
"십자가 첨탑, 잘못된 신학의 형상화"
여성·장애인·생태적 배려 부족

곽호철 교수는 예배당이 타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과 여성 등 교회 구성원 누구나 소외받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곽호철 교수(연세대)는 '신학자가 본 교회 건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교회 예배당은 타자를 환대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당은 '절대타자'인 하나님이 머무르는 곳이며, 이웃인 타자가 드나들기 때문에 '환대'와 '개방'의 공간으로서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곽 교수는 교회들이 폐쇄적이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지난 10월 서초동 집회 당시 사랑의교회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곽 교수는 "사랑의교회뿐 아니라 상가 교회들도 화장실을 잠그는 경우가 많다. 교회 목적에 맞지 않으면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 교수는 교회 내 구성원들에게도 배타적인 구조를 갖춘 예배당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예배당 접근성을 생각해 보라. 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휠체어가 이동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주로 여성들이 봉사하는 주방이 어디에 있는가. 교회 구석에, 불편한 곳에 있지 않나. 교회에서는 봉사를 강조하면서, 봉사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공간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교회가 장애인을 위한 장의자 및 식탁 배치, 자모실과 수유실 운영, 구성원 성비에 따른 화장실 크기 조정, 주방 등 봉사 장소의 이동 편의성, 친환경적 건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배타성을 제거하려면 교회를 개방하고 이웃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도서관과 체육관 등을 갖추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익명의알코올중독자들(AA) 모임 장소를 제공하는 미국 교회나, 동절기 교회 쉼터(Churches' Cold Weather Shelters)를 운영해 노숙인에게 잘 곳을 제공하는 영국 교회 등이 타자 환대 공간을 실천할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호철 교수는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가 된다"는 디트리히 본회퍼 말을 인용했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은 타자 사랑으로 요약된다. 예수의 가르침이 타자 사랑으로 요약된다면 예수의 가르침이 이뤄지는 공간은 타자 사랑이 구체화되는 곳이어야 한다. 본회퍼의 주장처럼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하며 그에 합당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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