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 성서 비평> / R.S. 수기르타라자 지음 / 양권석, 이해청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272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탈식민주의 성서 비평의 선구자이자 세계적 권위자 R.S. 수기르타라자(R.S. Sugirtharajah) 영국 버밍엄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대표적 개론서. 탈식민주의 성서 비평의 역사, 방법론, 실제를 종합적·교과서적 관점에서 다룬다. 독립운동·항일운동을 비롯한 피식민지인의 투쟁을 무의미한 것으로 매도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며, 식민화 덕분에 발전이 가능했다는 주장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는 오늘날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책이다. △'탈'의 때늦은 도착: 탈식민주의와 성서 연구 △지속되는 오리엔탈리즘: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적 관례의 재탕 △탈식민주의의 계기들: 성서와 그리스도교를 탈중심화하기 등 7장으로 구성됐다. 미국에서 진행된 제국 연구의 상황과 내용,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의 상호 관계 등을 다루는 3장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 기원과 궤적'은 랠프 브로드벤트라는 학자가 썼다.

"탈식민주의 성서 비평은 기본적으로 성서의 서사들 및 이 서사들이 해석되어 온 방식에 다른 차원의 질문을 제기하는 법을 다룬다. 탈식민주의 성서 비평은 여타의 비평적 실천이 제기하는 바와 똑같은 종류의 질문을 가지고서 텍스트에 접근한다. 다시 말해, 텍스트란 무엇인가? 누가 이것을 생산했는가? 이것의 의미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것은 어떻게 유포되었는가? 누가 이것을 해석하는가? 해석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텍스트를 생산한 환경은 어떠했는가? 텍스트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의미가 있다면, 어떠한 종류의 의미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중략) 본질적으로, 탈식민주의 성서 비평이란 누가 이야기할 권리를 부여받았는지, 또한 누가 이야기를 해석할 권리를 지녔는지에 관한 탐구이다." (서론, 20~21쪽)

"다른 비판적 실천들과 달리, 탈식민주의 성서 비평은 식민주의적 충동으로부터 성서를 끄집어낸 다음 반식민주의적 문헌으로 제시하는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 여성주의 운동, 달리트 운동, 환경운동, 퀴어 운동 같은 몇몇 해방적 실천들은 성서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적·카스트적·반자연적·성차별적 편견들을 비판한다. 하지만 동시에 평등주의적 가치가 성서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성서를 합당하고 존경할 만한 책으로 제시하고자 애쓴다. 이러한 실천들에는 성서의 골치 아픈 텍스트를 해방적 실천을 지지하는 텍스트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성서가 해방적 경향을 띨 수도 있지만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지배적 규범을 긍정한다." (6장 '되받아 주석하는 제국: 탈식민주의적 독해의 실제',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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