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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음식으로 만난 난민·이주 여성들
조이어스교회·희망의마을센터 '맛나 만나 바자회'…"한국 사회·문화 접할 기회 더 많이 만들어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11.27 19:51

조이어스카페에서 아랍권과 한국 여성들이 만나는 음식 바자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 한남동 한 카페 테이블이 중동 가정식으로 가득 찼다. 병아리콩·레몬·후추, 깨 소스 등을 섞은 '홈무스', 홈무스와 곁들여 먹는 '펠레팔', 우유와 오이로 만든 수제 요거트, 생선을 넣고 만든 '쿠스쿠스', 감자·가지·토마토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만든 '무사카', 손수 반죽해 구운 빵 '홉스', 깍지콩을 올리브유와 마늘, 각종 허브와 함께 버무린 샐러드 등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지중해 음식이 한곳에 모였다.

음식을 만든 요리사는 한국에 살고 있는 중동 출신 난민·이주 여성들이다. 시리아·리비아·튀니지·이집트·이라크·예멘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은 고향 음식을 한국 여성들과 나누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했다. 경기 북부에 사는 시리아 여성들은 이 행사를 위해 하루 전 서울로 와 음식을 준비했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식, 고향의 맛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조이어스교회(박종렬 목사)와 난민 지원 단체 희망의마을센터(정연주 센터장)는 11월 27일 '맛나 만나 음식 바자회'를 열었다. 조이어스교회가 운영하는 조이어스카페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랍 여성과 아이들 열댓 명에, 수요 예배를 마친 조이어스교회 교인 60여 명이 합류하면서 카페에는 활기가 돌았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섞여 준비된 음식을 먹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주 여성들을 향해 연신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음식을 다 먹은 후 히잡을 쓴 여성들이 한국 여성들 앞에 섰다. 한국인이 이렇게 많은 공간에 있어 본 게 처음이라는 여성들은, 수줍은 듯 작은 목소리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각자 자신이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고, 어떤 음식을 만들었는지 이야기했다. 교인들은 이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축복송을 불렀다.

6개국 여성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음식들. 채소로 만든 건강식이 주를 이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조이어스교회는 지난해부터 한국에 있는 이주 여성, 난민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다 장안동 희망의마을센터를 찾았다. 처음에는 물질적으로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교회는 이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집중한다. 한국인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 여성들과 함께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아기를 낳은 여성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여러 정보 및 출산 용품을 전달했다. 얼마 전에는 미용 기술자들이 아랍 여성들 머리를 다듬어 줬다. 남편 외에 다른 남성 만나기를 꺼리는 이슬람 여성들 특성상, 같은 여성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맛나 만나 음식 바자회'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기획했다. 조이어스교회 수요예배는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한나공동체' 예배다. 이날 바자회에 참석한 교인들도 사역자 두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여성이었다.

참석자들은 음식을 두고 즐거운 대화를 이어 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에 산 지 수년이 지난 이주 여성들도 언어 장벽 때문에 집에만 있거나 말이 통하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려 한다. 희망의마을센터 정연주 센터장은 이들이 좀 더 한국 사회에 잘 동화할 수 있도록 한국인을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마침 조이어스교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 협력하게 됐다.

정연주 센터장은 이 여성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 사회 구조·문화를 억지로 가르칠 수는 없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집 밖으로 나와 한국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도록 하는 게 첫 목표였다.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들이 오늘의 환대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집 밖으로 나와도 된다',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도 된다' 정도만 느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바자회에서는 참가자들에게 티켓을 판매했다. 수익금은 전부 이집트 장애인 고아원 지원금으로 전달한다. 정연주 센터장은 "아랍 여성들이 그동안 받기만 하는 수혜자 입장에서 이제는 자신들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기여자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아랍 여성들을 만나고 나니 선입견도 사라지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난해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입국한 사건은, 한국 사회가 난민과 이주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 주는 바로미터였다. 당시 이슬람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한국 사회를 지배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을 테러리스트,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묘사하며 공포심을 조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난민 당사자를 직접 만나 보지 않았기 때문에 혐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랍 여성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해 왔다는 한 권사는 "직접 만나고 나면 모든 선입견이 사라진다. 언론에서는 남성들만 묘사하는데 여성·아이도 많다. 이들 모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이어스교회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찾은 이슬람 난민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고 했다. 한나공동체를 담당하는 김하영 전도사는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집중한다. 나도 이들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니까 편견이 깨졌다. 현지에 가는 것만 선교가 아니라 한국을 찾은 이들을 환대하는 것도 선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연주 센터장(맨 왼쪽)은 아랍 여성들이 이렇게 많은 한국인과 한 공간에 있는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참석한 아랍 여성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시리아에서 온 야스민 씨(가명)는 "한국에 와서도 시리아 사람들과만 교류해 왔다. 비록 한국어가 서툴러 한국 사람들과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음식을 대접하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정연주 센터장은 "앞으로도 아랍 여성들이 한국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이들과 만나기 원하는 공공 기관, 단체, 교회가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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