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 준 예장통합 104회 총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교계 안팎으로 파장을 낳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이 교회 갱신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총회 개혁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와 이를 용인해 준 총회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이 만든 '한국교회갱신과회복을위한신앙고백모임'이 11월 26일 장신대에서 '104회 총회 결의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임희국 교수(장신대), 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 정재훈 변호사(기독법률가회), 박은호 목사(정릉교회)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교회 세습이 왜 잘못됐는지, 일반 사회도 왜 세습을 비판하는지, 총회 수습안이 법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교회와 교단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포럼에는 목회자·신학생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104회 총회 결의의 신학적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임희국 교수(장신대)는, 세습은 공교회 정신에 어긋나며 '교회 사유화'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교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데, 몸 된 교회를 세습할 수 있다는 희한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초대형 교회의 세습은 부동산 등 재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공교회 정신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교회 세습을 신사참배에 빗대기도 했다. 임 교수는 "지금 교회를 위협하는 '제2의 신사참배'는 맘몬, 곧 돈의 힘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이다. 맘몬의 지배는 번영신학, 성장제일주의, 세속적 성공을 기원하는 기복신앙, 물신주의, 돈의 힘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초대형 개교회 중심주의와 연계되어 있다"고 말했다.

교회 세습은 사회에서도 손가락질받고 있다. 고형진 목사는 "사회는 촛불 시대를 넘어 공정 시대로 가는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민주화 시대도 넘지 못하고 있다. 세습은 가장 비민주적인 결정이며, 공정 사회 시각으로 보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게 만들거나 외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한국 사회는 공정을 공론화하며 빠르게 소통하고 변화하는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권위와 독선으로 점철된 불통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금까지 누려 온 수많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은호 목사, 고형진 목사, 임희국 교수, 정재훈 변호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단 헌법 무시한 '총회 수습안'
법률적 효력·구속력 인정 어려워
"105회 총회서 반드시 재론,
명성 세습 바로잡아야"

'104회 총회 결의의 법률적 문제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정재훈 변호사는 세습을 용인해 준 '총회 수습안'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수습안의) '법을 잠재하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총회 스스로 수습안이 초법적인 것을 인정하고 있다. 교단 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낸 수습안의 법률적 효력이나 구속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을 어기고도 제대로 된 책벌을 받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질서를 어지럽힌 당사자들에 대한 책벌이 전혀 없거나 경미한 것은 부당하다. 총회장이나 노회장이 판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다. 노회는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고, 명성교회는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무엇보다 총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박은호 목사는 "총회의 미래와 개혁 교회의 정체성을 교단 정치 기구인 노회와 총회에 맡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며 "교단 정치의 틀거리를 벗어나 소수의 남은 자들이 모이는 교회 연합 운동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단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하나님나라에 반하는 결의나 행보를 일삼는 노회와 총회에 '저항 운동'을 펼치자고 이야기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총회의 잘못된 결의는 105회 차기 총회에서 반드시 재론해 헌법과 헌법 절차에 따른 바른 결의를 할 수 있게 제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목회자, 신학생, 교인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질의응답 시간, 한 참석자는 모든 결정은 '총회'에서 하다 보니, 밖에서 아무리 외쳐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고형진 목사는 "총회에 직접 가서 보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명성 측과 달리 반명성 측은 조직화가 어렵다. 결국 정치화가 중요하다. 노회에서 40~50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소위 '정치 목사'를 총대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과감하게 총대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 신학생은 "지난 2년간 세습 반대 운동을 열심히 했다. 목회 현장에 나가야 하는데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사역해야 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박은호 목사는 말씀을 바로 외치는 용기 있는 목회자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 목사는 "나는 담임목사와 같은 신학적 방향으로 설교하거나 목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담임목사를 추종하는 설교자가 아니라 말씀을 바로 외치는 목회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전도사나 부목사 시절에 하지 못하면 담임이 되어서도 못 한다"고 답했다.

포럼이 끝난 후에는 조별 모임을 진행했다. 1~15조로 나뉘어 '교회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논의했다. "교회는 의로워야 하며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 "교회는 감동을 주는 공동체여야 한다",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 "교회는 밑바닥부터 개혁되어야 한다", "세습은 기독교인의 부끄러움이다. 교회는 정직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한국교회갱신과회복을위한신앙고백모임은 12월 9일 저녁 7시 안동교회(황영태 목사)에서 기도회를 연다. 주최 측은 "세습은 한국교회의 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교회와 총회를 갱신하는 게 인간의 힘으로, 정치력으로 가능할까.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국교회갱신과회복을위한신앙고백모임'은 명성교회 세습 문제의 해결을 넘어 교회와 총회 개혁 운동으로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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