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지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은 새로운 신자를 전도할 때 정체를 밝히지 않는 이른 바 '모략 전도'를 사용한다. 정체를 밝히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한 뒤 전도 대상자의 신뢰를 얻어 교육한 후 신천지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모략 전도'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명 '청춘 반환 소송'이다. 신천지를 탈퇴한 함 아무개 씨 등 3명은 자신들을 신천지로 이끈 서산교회를 상대로 총 7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춘 반환 소송 세 번째이자 마지막 변론이 11월 19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열렸다. 이번 변론에서는 신천지 쪽 증인 두 명이 출석했다. 이들은 전도 초기에 모략 전도를 하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자들이 원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청춘 반환 소송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천지 교인도 위장 교회서 교육받아
"기성 교회서 신천지 안 좋게 얘기해
전도 초기에는 정체 숨겨"

증인 A와 B는 모두 기성 교회를 다니다 신천지에 발을 들였다고 했다. 이들 역시 모략 전도를 당했다. 처음에는 기성 교회 목사와 전도사가 하는 성경 강의인 줄 알고 듣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인도자가 신천지 소속임을 밝혔다고 했다.

서산교회 보조 전도사로 약 1년간 활동했다는 A는 신천지가 어떻게 정체를 숨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전도 초반에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했다. "왜 처음부터 신천지임을 밝히지 않느냐"는 원고 측 변호사의 질문에, A는 "인터넷에 신천지 비방 자료가 많고, 수강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신천지 서산교회에서 홍보부장으로 5~6년간 활동했다는 B 역시 모략 전도를 인정했다. 신천지는 기성 교회로 위장한 '복음방'을 거쳐 본격적으로 성경을 가르치는 '센터'를 운영한다. B 역시 장로교회인 줄 알았던 복음방에서 교육받을 때는 그곳이 신천지임을 몰랐다가, 센터에서 교육받은 지 2주 정도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B는 "보통 센터 교육 초기 1~2달 사이에 신천지라는 사실을 대상자에게 오픈한다"고 말했다.

전도 초기, 신천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접근해 복음방을 거쳐 센터까지 이끄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인정한 상황. 원고 측 변호사는 "만약 신천지임을 사전에 알았다면 계속해서 교육을 받았겠느냐"고 질문했다. A는 "교회에서 신천지를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확인하고 싶은 점도 있어 듣고 싶은 마음 반, 안 듣고 싶은 마음 반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B는 A와 다르게 복음방 교육 때 신천지임을 알았으면 "안 받았을 것"이라고 답했다가, 이내 "알았어도 받았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신천지 쪽 변호사는 두 사람에게, 설령 신천지라는 사실을 늦게 알았더라도 나오지 못하게 막지는 않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변호사는 "신천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입교가 가능한가", "자기 의사로 그만둘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답을 얻는 데 주력했다.

"영생은 영원히 사는 것 아닌 오래 사는 것"
"누구나 이 시대 구원자 될 수 있다"

두 증인은 신천지 핵심 교리와 관련해 엇갈린 답을 내놓기도 했다. "신천지에서는 이만희 총회장이 '이긴 자', '육의 보혜사', '이 시대 구원자'라고 가르치느냐"는 질문에, A는 "맞다"고 답했다. "재림 예수의 영이 함께하는 사람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B는 "신천지에서 교육받은 누구나 이긴 자, 육의 보혜사, 이 시대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 사람만 특별히 가능하다고 가르치지 않는다"며 "이만희 총회장 외에도 목자 교육을 받으면 약속의 목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교리 중 하나인 이만희의 육체 영생과 관련해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뜻의 영생이 아닌 오래 사는 의미의 영생을 믿는다고 했다. "이만희 총회장이 육체로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믿느냐"는 원고 측 질문에, A는 "돌아가시지 않고 오래 사시면 좋겠다. 오래 사실 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B 역시 "영생은 한자 '길 영' 자를 써서 장수를 뜻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신천지 신도들은 전도 초기에 정체를 숨기고 접근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청춘 반환 소송의 변론은 이날로 끝이 났다. 신천지 측 변호사는 "신천지라는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나중에 밝힌 뒤에는 그만둘 수 있는 자유의지가 원고들에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사소송에서는 각 불법행위를 특정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원고 세 명이 어느 시점에 자신이 신천지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인지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싸잡아서 얘기하면 신천지를 나온 사람은 다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변호사는 "시기에는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미혹해서 신천지로 데리고 간 것에는 다툼이 없다. 원고들을 미혹한 이들이 한꺼번에 신천지를 탈퇴하지 않는 이상 전도 미혹 과정을 밝히는 건 어렵다. 다만 원고들 모두 복음방을 거쳤고 센터에서 교육을 받다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접하게 됐는데, 이 상황에서는 이미 교리 교육을 통해 충분한 세뇌가 가능했다. 자유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왜곡된 자유의지'라고 봐야 한다"고 맞섰다.

일본 통일교 탈퇴자들이 통일교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전도 소송'을 모티프로 시작한 '청춘 반환 소송'. 재판부는 12월 3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선고할 것이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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