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교회 재정 장부에서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게 1500만 원을 지원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10년간 거액의 교회 재정을 마음대로 사용한 의혹을 받는 천성감리교회 조성근 원로목사가 헌금 중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천성교회 재정 장부를 보면, 교회가 2014년 6월 1일 '성도 가정 지원금(담임목사님 집행) - 박성효 시장(선거 등) / (박성환 서구청장)'이라는 명목으로 1500만 원을 지출했다는 내역이 기록돼 있다.

박성효 전 시장은 천성교회 집사다. 당시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3일 전으로, 박 전 시장이 대전광역시장 후보로 나선 상태였다. 장부 내역대로라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거액의 헌금을 후원금으로 건넨 셈이다.

정치자금법 제11조 2항 2호에 따르면, 후원인 한 명이 연간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은 500만 원이다. 또 제40조 3항 1호 나목에 따르면, 각 후보 후원회는 1회 30만 원 초과 또는 연간 300만 원 이상 기부자의 성명·생년월일·주소·직업·전화번호 및 수입 일자 등을 기록하고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뉴스앤조이>가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4년 박성효후원회 회계 보고서'를 보면, 후원회는 2014년 5월 15일부터 6월 20일까지 총 3억 5487만 원을 후원받았다. 300만 원 이상 기부한 후원자 중 조성근 목사 이름은 없었다. 교회 장부상 지출 날짜인 6월 1일에는 박성효후원회에 수입 자체가 없었다.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장부 기록이 사실일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에 따라 개인은 연간 500만 원까지밖에 후원할 수 없고, (교회 등) 단체나 단체와 관련한 돈으로는 기부 자체를 할 수 없다. 만일 개인이 기부했다고 해도, 후보자에게 직접 제공하면 안 되고 후원회를 통해서 해야 한다. 우리도 자료를 찾아봤으나 조성근 목사의 후원 기록은 명단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천성교회 집사다. 그는 2006년 대전시장과 2012년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2014년과 2018년 다시 대전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현재 2020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2018년 대전시장 선거 유세 당시 모습. 사진 출처 자유한국당 대전광역시당

당사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근 목사는 11월 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 기록(장부)을 내가 보지 못했고, 그런 기억이 없다. 그런 것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 목사는 "거기(박 전 시장)는 그렇게 만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고도 했다.

조성근 목사 아들은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사무처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대전광역시장과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박성효 전 시장은 현재 자유한국당 유성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020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11월 1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옛날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선거한 지 벌써 5년이 지났고, 내가 선거를 한두 번 치른 것도 아니지 않나. 후보자가 무슨 정신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후원회에도 내역이 없다고 하자 "장부 정리를 내가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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