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천성감리교회가 조성근 원로목사의 재정 유용과 섭정 의혹을 놓고 분열하고 있다. 최근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천성교회 10년치 장부를 보면, 조 목사는 10억에 이르는 돈을 증빙 없이 사용했다. 조 목사는 20억 원의 퇴직금도 받았다. 천성교회는 현재 1년 결산이 약 40억 원대에 이른다. 한때 4000명 이상 출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자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전 지역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천성감리교회 조성근 원로목사가 과다한 퇴직금 및 재정 집행 의혹으로 교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내홍은 천성교회를 설립하고 40년간 목회한 조성근 목사가 2017년 은퇴하면서 불거졌다. 조 목사는 원로목사로 추대됐지만, 후임자 선정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교인들은 재정과 인사를 마음대로 운영해 온 조성근 목사가 자신의 측근을 후임 목사로 앉혀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목사 4명과 교인 200여 명이 떠났다. 교회 내부에서는 조 목사의 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천성교회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도 생겨났다.

갈등이 표면화하는 과정에서 조성근 목사의 10년간 재정 사용 내역이 고스란히 적힌 장부가 공개됐다. 조 목사가 교단 총회 참석 여비, 신학 연구비 등 각종 명목으로 받은 액수만 1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추위 교인들은 장부를 분석하고 고발장까지 작성했다. 교인 250여 명이 고발에 동의하는 연서명까지 한 상태다.

증빙 없이 수천만 원 수시 지출
부흥회 강사는 700만, 자기는 1000만
피트니스 등 각종 명목 합치면 10억

<뉴스앤조이>는 수기로 작성된 2006~2017년 천성교회 지출 장부를 입수해 재정 사용 실태를 확인해 봤다. 장부가 시작하는 2006년부터 조성근 목사가 은퇴하는 2017년까지, 그는 사례비 외에도 거의 매달 이런저런 명목으로 거액의 교회 재정을 타 갔다.

조 목사는 자기 생일과 명절, 부흥회 때마다 상여금을 받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회와 총회에 참석할 때도 수백만 원 이상의 여비를 교회에서 챙겼다. 출처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선교비' 명목으로 한 번에 1000~2000만 원을 받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건강검진비나 연 100만 원 이상의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도 교회 돈으로 지출했다.

2006년 장부를 보면, 조 목사는 '생일' 명목으로 1월 8일 200만 원을 받았다. 2주 후인 1월 24일 '구정맞이 격려금' 150만 원을 받았다. 2월에는 '신학 연구 지원비'로 700만 원, '치료비'로 500만 원, '아내 치료비'로 100만 원을 받았다. 3월에는 '졸업논문 번역료' 30만 원, 4월에는 '연회 여비' 300만 원을 받았다.

4월에는 박사 학위 취득 차 미국에 가면서 경비 2000만 원을 받았고, 1주일 후 미국 경비 추가분으로 500만 원을 또 받았다. 박사 학위 경비 일부인 218만 원도 교회에서 받았다. 조 목사는 풀러신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오럴로버츠대학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반기에는 7월 '사모 생신 축하금' 100만 원, 10월 '총회 여비' 500만 원, 11월 '논문 제본비' 106만 원, '중국 경비' 300만 원, '중추절 지원금' 150만 원, 12월 '성탄절 지원금' 300만 원, 그리고 12월 31일 '생신 축하금' 200만 원을 받았다. 이렇게 2006년 한 해에만 본봉 외에 6300만 원을 받았다.

이러한 패턴은 매년 반복됐다. 명절 지원금이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향됐고, 연회와 총회가 있을 때마다 300만 원 이상의 경비를 꾸준히 받았다. 물론 부흥회나 명절 때는 조 목사뿐 아니라 부교역자들도 봉투를 받았으나, 70만 원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부흥회 강사에게 700만 원을 주고 자신은 1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2008년 3월에는 연회에 참석한다며 2000만 원을 받았다. 천성교회가 소속한 감리회 남부연회는 대전·충남 일부 지역을 연고로 한다. 충청도를 벗어날 일이 없는데도 거액의 여비를 받은 것이다. 2010년 4월과 5월에는 대전 성시화 및 지역사회 지원비로 2000만 원 1차례, 1000만 원씩 3차례를 받았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단체에 지출했는지는 기재하지 않았다. 2012년 12월 '신학 연구 활동 지원비'로 1000만 원을 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교인들은 2006~2016년까지 담임목사가 쓴 국내외 여비가 43회에 1억 9000만 원, 국내외 선교 지원비가 3억 9000만 원, 기타 비용이 2억 4000만 원이라며 총 10억 원에 달한다고 정리했다.

조 목사는 국내에서 열리는 감리회 총회나 대전 지역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하면서도 수백~수천만 원의 돈을 여비로 받아 갔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신학 연구 지원비 등으로도 수천만 원을 받았고, 명절과 부흥회, 성탄절 때도 수백만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조성근 목사는 "목회 활동비는 영수증 받기가 어렵다. 변호사에게도 자문했다"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07년 퇴직금 10억 받고
2017년 12억 또 받아
대전에만 부동산 7군데 이상
은퇴 후에도 연봉 1억

조성근 목사는 거액의 퇴직금을 두 차례 나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공주 계룡산 자락에 동월성경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사택 등 건물을 신축하고, 교회에서 건축 지원금 명목으로 10억 원의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다. 2017년에는 은퇴 예우 명목으로 12억 원을 받았다. 2007년 중간 정산액은 장부에 없으나, 2017년 퇴직금은 장부에 기록돼 있다.

조 목사는 대전 시내 여러 곳에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었다. 조 목사 소유의 도안신도시 아파트는 천성교회가 2014년 5월 5억 75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그는 상가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다. 2014년 8월 28억 원에 취득한 상가 건물은 현재 세를 주고 있다. 선친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을 포함해,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조 목사의 부동산만 7건이다.

조성근 목사는 은퇴 후에도 연 1억이 넘는 사례비를 받고 있다. 지난해 본봉으로만 월 900만 원씩 1억 800만 원을 받았고, 올해 9월 기준으로는 기본급 970만 원, 식대 및 차량 유지비 30만 원으로 합계 1000만 원에 목회비 명목으로 월 300만 원을 또 받고 있다.

천성교회는 현재 사용 중인 탄방동 예배당을 중문교회에 100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교회 앞 주차장 부지는 약 150억 원에 한 업체에 팔았다. 유성에 새로운 예배당을 짓고 있다. 정추위 교인들은 "유성 예배당 한 층을 원로목사 집무실로 쓰려고 한다.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섭정 아니고 무엇이냐"고 물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조성근 목사 "교인들이 책정한 것
큰 교회 목사들은 영수증 증빙 어려워
더 달란 적 없다, 오히려 깎아서 받아"

천성교회는 한때 출석 교인이 4000명에 이를 만큼 대전의 대표적 대형 교회였다. 그러나 지금은 1000여 명만 모인다. 추수감사절인 11월 17일에도 1200석 규모 본당에는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뉴스앤조이>는 이날 주일예배 후 조성근 목사를 만나 약 40분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 목사는 목회 활동비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요구해서 받은 게 아니다. 명절 때 교역자들 다 봉투 주지 않나. 매년 지출을 모으니까 큰돈처럼 보이는 거다. 내가 받아서 극빈자나 목회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람들에게 줬다. 큰 교회 목사들은 (증빙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장례식장 가서 영수증 달라고 할 건가. 또 연회나 총회 가면 후배들 격려금 주고 밥 사 주는데 영수증 받을 수 있는가. 관공서 회계로 보면 문제지만 목회자는 다르다. 변호사도 그렇게 말하더라"고 했다.

거액의 퇴직금과 은퇴 예우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조 목사는 "내가 퇴직금을 달라고 한 게 아니라 교인들이 책정해 준 것이다. 우리 교회에는 지성인이 많다. 여기가 그냥 '줍시다', '맙시다' 그렇게 결정하는 곳인가. 내가 달라고 하면 그들이 그대로 주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조 목사는 "장로들(은퇴준비위원회)이 목사님 은퇴를 처음 맞아 보니, 비슷한 규모 교회를 찾아가 봤다. 청주 ㅅ교회를 찾아갔다. 거기는 시내에 원로목사 쓰라고 비전 선교 센터도 지어 주고 직원과 예산도 지원해 주더라"고 말했다.

퇴직금은 오히려 깎아서 받은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은퇴할 때 장로들이 20억 원을 주려고 했는데, 자기가 반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그때 12억을 받았고 건축 헌금이랑 십일조 다 냈다. 2007년 받은 게 10억, 2017년 받은 게 10억 해서 총 20억 원이다"고 했다. 그는 "받은 건 그렇지만 내가 죽을 때 되면 교회에서 준 것(연구소와 아파트)을 팔아먹겠느냐"며 유고 시 교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최근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의 과다한 은퇴비 때문에 사회적 비난이 컸다고 말하자, 조 목사는 "나도 그것은 이해한다. 그게 돌을 맞을 문제면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퇴직금을 내가 더 달라고 했다든지 교회 결정보다 더 받아 갔으면 나쁜 놈이지만, 오히려 반으로 깎지 않았나. 협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성교회는 11월 18일, 예배당을 대전 중문교회(장경동 목사)에 100억 원을 받고 팔기로 했다. 조성근 목사는 "장로들이 농담으로 '목사님은 하나도 없는 데서 1000억 이상의 교회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번에 유성에 예배당 신축하면서 지금 있는 본당을 100억, 주차장을 150억에 팔았다. 그것만 해도 250억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나는 퇴직 예우 반으로 잘라서 받았고, 가족들이 공주 근방에 사 놓은 땅도 교회에 기증했다. 지금 유성 신축 예배당도 충청남도인재육성재단 관계자 협력을 받아서 불하받은 거다. 그러니 우리 교인들이 다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교회 행정에 관여하려 한다는 '섭정'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재정·인사·설교 다 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2018년에 총 네 번 설교했다. 목사가 강단에 서지 않고 물러나 있는데, 어떻게 섭정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집단 사퇴한 부목사 4명과 관련해서는 "교회에 노동조합이 있나. 주의종이 사명으로 일하는 것이지 집단 사표가 말이 되는 소리냐"고 비판했다.

교회는 분열을 겪으며 수백 명이 줄었다. 2017년 부임했다가 2년 만에 떠난 이창환 목사를 따라 200여 명이 나갔다. 1200석의 본당에는 빈 자리가 많이 생겼다. 조성근 목사는 참석만 할 뿐 예배에는 관여하지 않고, 감신대 교수들이 주일예배 설교를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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