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1월 17일 '기독 청년 전태일 49주기 예배'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 청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고 산화한 지 49년. 그동안 한국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근로 현장에서 죽음을 당하는 노동자는 여전히 많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노동자 10만 명에 10.8명으로 10만 명에 2.3명이 죽는 EU(유럽연합)의 5배 수준이다(2017년 기준).

기독 청년들이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며 노동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남기평 총무)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는 11월 1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협 정기총회 사전 대회 겸 전태일 49주기 예배를 열었다.

김미숙 씨가 '시대의 증언자'로 나섰다. 지난해 말, 불의의 사고로 노동 현장에서 죽음을 맞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며 같은 아픔이 벌어지지 않도록 '김용균재단'을 세우고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김미숙 씨는 예배에서, 아들을 보내고 전면에 나서 싸우게 된 이유, 한국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김용균재단 설립 취지 등을 설명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용균 씨는 회사에서 내린 작업 수칙을 다 준수하고도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원칙만 지켰어도 그렇게 비극적으로 사망하지 않았을 텐데, 김용균 씨는 곁에서 지켜보는 이가 없어 사고가 발생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이미 여러 차례 한 이야기인데도 눈물이 난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미숙 씨는 사고 현장을 방문한 당시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여러 번 했는데도 얘기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며 간신히 발언을 이어 갔다. 김 씨는 "용균이가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줄 몰랐다. 너무 어둡고 분진이 뿌옇게 흩날리는 곳이라 옷이라도 끼면 죽을 수밖에 없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위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니까 위험해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용균 씨가 떠난 뒤 김미숙 씨는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함께 아들의 동료들,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발로 뛰었다. 국회에서 기업 대표자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통과를 이끌었다.

김용균재단은 10월 26일 설립됐다. 김미숙 씨는 사고 초기 수많은 연대의 힘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김용균재단 또한 그때의 기억을 발판으로 만들게 됐다. 김미숙 씨는 "지금도 매일매일 또 다른 용균이가 생긴다. '다치고 죽고 있는 이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재단까지 설립하게 됐다. 사고당한 유가족 찾아가서 힘내라고 손잡아 주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도록, 힘내서 싸울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매해 2400여 명, 하루에 7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부품처럼 쓰이다 죽음을 맞는다. 우리 아들 죽은 건 폭탄 맞은 것과 같았다. 매해 2400명 가족이 이런 아픔을 겪는다. 이렇게 누군가 죽으면 그 가족은 파탄 지경에 이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가슴으로 공감해 주시고 다른 사람이 같은 아픔 겪지 않도록 여러분이 움직여 나서 달라."

예배에 참석한 청년 15명은 김미숙 씨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청년 노동자 김용균을 기리며 △우리 시대 모든 청년 노동자의 버거운 삶을 위해 △우리 사회 열악한 노동 현실과 제도 개선을 위해 잠시 침묵으로 기도했다.

홍콩 상황을 전해 들은 참석자들은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에 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배가 끝난 후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국제부에서 일하는 홍콩인 파니 간사가 홍콩 상황을 전달했다. 파니 간사는 얼마 전 홍콩중문대학에 이어 자신이 졸업한 홍콩이공대학도 새로운 전쟁터가 됐다고 했다. 파니 간사가 보여 준 영상에는 학교 식당에서 시민들 스스로 밥을 해 먹는 장면, 물대포와 최루탄을 번갈아 가며 시위대에 발포하는 홍콩 경찰 모습이 담겨 있었다.

파니 간사는 언론에서 소개하지 않는 생생한 홍콩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에 머무르려는 학생들을 경찰이 강제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협상을 이야기하다 돌변해 협상은 없다며 학생들을 향해 최루탄을 쏴 버렸다. 하루에만 최루탄 1500발 이상 쐈다"고 말했다.

파니 간사는 국제사회 관심이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기독교계에서 홍콩인과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달라고 했다. 파니 간사는 "현장 모습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더 많이 언급해 주면 좋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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