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말씀, 그리고 하루> / 헤른후트형제단 엮음 / 홍주민 옮김 /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펴냄 / 252쪽 / 1만 5000원

29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출간된 개신교 성경 묵상집이 한국어로 번역 출판된 지 12년이 되었다. 매년 이 작은 묵상집에 흘린 땀과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보석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기에, 한 단어 한 단어 소중하게 옮겨 보았다. 눈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2020 말씀 그리고 하루>(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는 매일의 영적 무기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강력한 슬로건이다. 구약성서 말씀은 기도한 후 제비 뽑아 선택해 '로중'이라고 한다. 이 로중을 푸는 유일한 말씀은 신약성서 한 구절인 '가르침의 말씀'이다. 두 말씀을 명상하다 보면, 깊은 울림으로 마음에 부딪히는 어떤 말씀이 생긴다. 그것이 오늘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소리다.

이 헤른후트 로중의 백미가 있다. 주일날 주어지는 3개의 성경 말씀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주일날 기도회나 예배 시 이 말씀을 읽고 하나의 메시지로 주시는 말씀을 마음판에 받는다. 한 주일을 그 말씀으로 살아 내라는 하나님 말씀이다. 한 권으로 1년이 충분하다. 하나님 한 분으로 충분하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 하나로 하루, 일주일, 한 해가 부족하지 않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헤른후트 로중은 헤른후트형제단에서 290년 전부터 매년 출판했다. 형제단에 속한 다양한 신앙인들을 일치시키기 위한 묘책으로 친첸도르프가 고안한 것이다. 형제단 안에는 1415년 스승 얀 후스의 순교 이후, 체코의 모라비아와 보헤미아 지역에서 난민으로 유랑하던 형제단이 1721년 독일 헤른후트에 정착해, 독일 루터 정통파와 개혁교회 정통파 안에서 '갱신'을 바라던 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 자신의 신앙 노선에 대한 분명한 입장 때문에 갈등이 잦자 친첸도르프는 하루의 영적 슬로건인 로중을 제안하고 오늘날까지 이어 온 것이다.

전 세계 110여 만 명이 속한 헤른후트형제단은 아직 한국에 없다. 2019년 3월 말 세계헤른후트형제단 대표단이 내한해 한국디아코니아와 만난 후, 한국헤른후트형제단이 싹틀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에서 288일 억류되었다가 10월 11일 공항 밖으로 나온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의 난민 루렌도 가족 6명의 진실을 밝히는 데 세계헤른후트형제단과 앙골라형제단이 크게 의미가 있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개신교에서 가장 오래된 디아코니아 공동체의 원형 헤른후트형제단에서 출간한 성경 묵상집으로, 다가오는 한 해에 디아코노스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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