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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노동자들, '직접 고용' 요구하며 오체투지 "마음속으로 '주여', '주여' 외치며 기도했다"
개신교·가톨릭·불교 3대 종단 종교인 함께 기독교회관→명동성당→조계사→청와대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11.05 18:29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 오체투지 행진으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체투지 한번 하면서 장갑 몇 개를 해 먹는거야~ 여섯 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하하."

"아니 오체투지하는데 왜 남자는 없어. 어째 죄다 여자야. 하하."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광화문 앞에 앉아 잠깐 숨을 돌리던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청와대까지 가기 전 마지막 쉬는 시간. 이들은 새벽 6시 경상북도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출발해 서울로 넘어와 오전 10시부터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잠시 휴식할 때는 웃음꽃이 피었지만, 노동자들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직접 고용'을 위해 투쟁 중인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과 개신교·가톨릭·불교 3대 종교 성직자들이 함께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이들은 11월 5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시작해 명동성당,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 입구까지 약 5.5km 길을 다섯 번 걷고 한 번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절하며 이동했다.

오체투지 행진은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냥 걸으면 넉넉잡아 1시간 반이면 도착할 거리. 노동자들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흙먼지를 마시며 5시간 걸려 도착했다. 오체투지는 거의 마지막에 선택하는 투쟁 방법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간 캐노피 위에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투쟁했지만, 회사가 이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리한 게 아니다. 법원도 한국도로공사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강래 사장은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겠다고 하거나, 고용 대상자 사정에 따라 조건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했다.

노동자들은 손을 모은 채 다섯 발 걷고 한 번 납작 엎드려 절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결국 3대 종교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두 명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영락 목사(정의평화위원회),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도명화 지부장이 선두에 섰다. 그 뒤로 20명이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오체투지 시작 전, 노동자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눴다. 옷을 갈아입고 무릎 보호대를 만져 주고 서로 장갑을 끼워 줬다. 대법원에서 승소 후 복직해 일하고 있는 이도 오체투지에 함께했다. 그는 "같은 영업소에서 일하던 두 명은 늦게 소송을 시작해 복직이 안 됐다. 항상 셋이 함께 일했는데… 이번 투쟁을 같이하고 싶어 연차 내고 참가했다. 당연히 같이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사진 위)을 거쳐 조계사 앞을 지나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체투지 행렬은 명동성당을 지나 명동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관광객이 많은 동네 특성상 모두가 가던 길을 멈추고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을 바라봤다.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는 이도 있었다. 한 청년이 궁금해하는 관광객들에게 현재 이들이 처한 상황, 왜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자 관광객들은 엄지를 세워 보였다.

도심 한복판을 지나자 길어지는 신호를 기다리던 일부 시민이 불만을 터트렸다. 이들을 향해 양한웅 집행위원장(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은 "여러분은 10~20분 늦는 것이나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평생을 걸고 싸우는 중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최저임금 받은 죄밖에 없다. 법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얼마나 억울하겠나. 이들의 요청에 한 번이라도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4차선 도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집회로 2차선이 가로막혔다. 옆으로 노동자들이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행렬이 조계사,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를 향하는 건 결국 정부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 중 하나가 비정규직 철폐였고, 이를 이행한다는 명목으로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직접 나서 노동자들과 만나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에 가까워질수록 이전과 같지 않고 '끄응'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게다가 청와대 분수대 입구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문재인 퇴진' 집회를 하는 중이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경찰은 양측 간 충돌을 우려해 청와대로 향하는 검문소에서 멈출 것을 제안했으나, 참가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진이 끝난 후 참가자들(사진 위)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도 바닥을 짚어 해진 장갑.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한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청북영업소에서 일하던 김경남 씨는 "캐노피에서 끝까지 버티다 내려왔다.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중간이 지나니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마음 속으로 '주여', '주여' 외치면서 하게 되더라. 우리가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더 많은 기독교인이 관심 가져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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