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 퇴진 4차 집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에도 수만 명이 운집해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잇달아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해 이념 공세를 펼치는 한편, 보수·우파의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문재인 퇴진 4차 집회는 11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집회는 교보문고 빌딩 바로 앞에서 열렸다. 반대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우리공화당이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석방 촉구' 집회가 열렸다. 오후 1시가 넘어가면서 광화문광장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인파로 넘쳤다.

앞서 열린 집회들과 차이점은 없었다. 현 정부를 향한 온갖 막말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주사파'로 규정하고, 현 정부가 나라를 '공산·사회주의'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예배, 국민대회, 행진 순으로 이어졌다. 집회 실무를 담당한 조나단 목사는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시지 않고, 이 자리를 채우셨다"며 감격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아멘을 외치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주최 측은 이날도 헌금을 거둬들였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안내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노란색 봉투를 내밀었다. 기자 주변에 있던 이들은 천 원짜리 몇 장을 겹쳐 내거나, 만 원을 헌금했다. 조 목사는 "하나님께서 축복하실 줄 믿는다"고 기도했다.

설교자로 나선 전광훈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공산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며,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갱이에서 '전향'했다고 주장해 온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강단으로 불러 세웠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밝힌 신영복이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김 전 지사는 "신영복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은 자로 국가를 뒤집어엎으려 한 수괴다. 무기징역을 살다 가짜 전향서를 쓰고 21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간첩이다. 성공회대에서 빨갱이를 계속 양성한 대한민국의 역적 중 역적이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신영복 전 교수가 전국 대학교 100개 이상을 빨갱이 사상으로 물들였으며, 영향을 받은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공직, 언론뿐만 아니라 영화계도 장악했다고 했다. 그는 "1000만 영화인 기생충도 빨갱이 영화다. (중략) 지난 21년간 (빨갱이가) 북한 지령을 받아 청와대로 다 들어갔다. 사법부, 언론, 문화 예술계 전 영역을 장악한, 놀라운 적화통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간첩 중에 문재인보다 더한 간첩은 없다. (중략) 단순한 간첩이 아니다. 문재인은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 국민이 70년간 피땀 흘려 만든 모든 것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는, 통째로 갖다 바치려는 반역자다"고 말했다. 과격한 발언이 쏟아질 때면, 집회 참석자들도 육두문자를 뱉어 가며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최근 대북 관계가 경색된 것과 관련해 전광훈 목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전 목사는 "내가 영적 감각이 있어서 생각을 해 봤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기 전 북한과 뭔가 약속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는 조건으로, 남조선을 북한에 즉시 갖다 바치기로 사전 합의가 있지 않았나. (중략) 여차하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 경찰을 동원해서 오늘부로 북한으로 간다고 선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바란다. 그날이 오기 전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켜 내고 문재인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 영의 레이더에 포착
문재인·주사파에게 소극적인
기독교인, 교회 다니지 말아야"
오정현·김삼환·이영훈 목사도 동참?

태극기와 성조기뿐만 아니라 나무 십자가를 들고 나온 참석자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던 비판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로 이어졌다.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 하나님이 계시를 보여 준 적 있으며, 정확히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영의 레이더'에 포착됐다고 했다.

전 목사는 "개인 신상이라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데 (중략) 황교안 대표님은 너무 소극적으로 대한다. 소극적으로. 아직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하나님이 보여 주셨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이것은 바로 주님의 음성이다. 강력하게 대응하길 바란다. 강력하게. 그런 자세로는 이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맞아요, 맞아"라고 맞장구쳤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과 주사파를 아직도 소극적으로 대하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차라리 교회에 다니지 말라. 어떤 목사 자식들은 문재인을 빨고 다닌다. 즉시로 목사직을 사퇴하기를 바란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경고한다. 당신들은 예수님 이름을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 당신들은 교회 단체가 아니다. 즉시 해체하길 바란다"고 했다.

초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함께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 목사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도 본격적으로 (집회에) 나오겠다고 장경동 목사에게 말했다. 김삼환 목사는 오래전부터 후원하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50만 개 이상의 (문재인 퇴진) 서명을 가져왔다. 청와대 사회수석이 대형 교회 목사들을 끝없이 협박해 왔는데, 더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지에 와 있다. 다들 순교 정신으로 나오길 바란다. 그 즉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일성이 만든 공산당"
대통령 퇴진 시까지 집회 예고
세월호 진상 규명 시위자에게 시비

무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지면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회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부 국민대회 시간에도 비슷비슷한 말들이 쏟아졌다. 강단에 선 연사들은 빨갱이, 공산주의, 주사파를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도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기총 이은재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김일성이 만든 공산당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회 말미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저놈이 안 나오면 다음 주 토요일에는 1000만 대회를 하겠다. 반드시 저놈을 끌어낼 것이다. 하루속히 문재인을 끌어내기 원하면 두 손 들고 만세"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만세'를 외쳤다.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다음 해산했다.

기억 전시관에서는 세월호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문재인 퇴진 집회 메인 무대가 설치된 곳은 공교롭게도 광화문 세월호 기억 공간 '기억과 빛' 전시관 바로 옆이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시관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다. 공간 내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청와대로 행진하던 문재인 퇴진 집회 참가자 몇몇은 욕설을 퍼부었다. 한 70대 남성은 "빨갱이 새끼들 세월호 장사 그만해 먹어"라고 소리쳤다. 주위에 있던 다른 남성도 "적당히 좀 해 먹어라. 덕분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고 외쳤다. 공간 안에 있던 이들은 "가던 길 가시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찰이 제지하고 나서야 두 남성은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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