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이 10월 31일 발표한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에서, '통일'과 '환경'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은 비신자와 다르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들은 정보가 제한적이거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평화와 생태 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의 필요성을 묻자 개신교인 67.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비신자 56.6%보다 10% 정도 높았다. 통일 시기를 묻는 문항에는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이 제일 높았고, '전쟁을 포함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빨리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양 그룹 모두 1%에 그쳤다.

통일해야 하는 이유로 개신교인과 비신자 모두 경제적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개신교인 44.6%, 비신자 48.2%로 나타났다. '같은 민족이라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개신교인 24.4%, 비신자 19.6%였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평가도 개신교인과 비신자 그룹 모두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잘한다는 개신교인은 39.9%, 비개신교인은 36.9%였고, 잘못한다는 응답은 각각 28%, 29.5%였다.

현 정부 역할을 묻자, 개신교인은 '남북 주도'(44.5%), '미·북 적극적 중재자 역할'(19.8%), '대화보다 한·미 동맹 및 안보 체제 강화'(14.5%) 순으로 응답했다. 비신자의 응답은 '남북 주도'(45.7%), '미·북 적극적 중재자 역할'(19.5%), '미·북의 합의 위한 조력'(16.1%) 순이었다.

통일 및 남북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는 신자·비신자 그룹 모두 'TV와 인터넷 뉴스'가 각각 80%대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유튜브가 15%대였고 일간지와 소셜미디어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개신교인들에게 교회 설교가 남북 문제 인식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자, 34.6%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65.4%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개신교인들은 여성과 60대, 목회자 층일수록 설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목회자가 설교 시간 남북 문제를 언급한다는 응답은 41.4%였다. 설교 내용은 '교류 협력 필요성'(62.6%), '인도적 지원 필요성'(60.5%)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북한의 종교 탄압 비판'(44.8%), '정치체제 비판'(26.4%), '핵 문제 비판'(25.8%), '지도층 비판'(15.2%) 등 비판적 설교도 상당했다.

개신교인들의 통일관을 물어봤다. 하나님나라는 분단·갈등·전쟁보다 평화와 화해의 나라라는 응답이 38.3%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독교 신앙과 통일 문제는 상관이 없다는 응답이 23.3%로 2위였다. 공산 정권이 무너져서 통일이 돼야 북녘 동포들도 신앙의자유를 갖게 된다는 응답은 19.2%였다.

통일 분야를 발표한 김상덕 연구실장(기사연)은 "통일과 남북 문제에 관한 개신교인의 전반적인 시각은 비신자와 상당 부분 유사하게 나타났다. 통일 및 남북 문제 인식 통로가 언론 등 소수 정보 매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개신교인은 목회자 설교를 통해 영향을 받기도 하나, 과거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문제는 개신교인과 비신자 모두 심각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90%가 넘는 응답자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제일 심각한 문제로는 '지구온난화'(개신교인 60.8%, 비신자 65.4%), '미세 먼지'(개신교인 54.6%, 비신자 55.7%) 순이었다.

환경 보호 이유로는 '인간의 생활환경이 악화된다'는 응답이 제일 높았고, '인간도 자연환경의 일부'라서 그렇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신이 만든 세계를 보존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기 때문이다'는 응답은 개신교인 7.8%이었고, 비신자 2.2%였다.

 

기후변화 문제를 위해 실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 90.7%, 비신자 8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개신교인 57.5%는 비용을 감당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며, 한 달에 1만 원(39.7%), 5000원(32.6%)이 가장 높았다.

개신교인들에게 교회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묻자 27.8%가 '환경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출석 교회가 현재 환경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16.2%에 그쳤다. 교회는 '에너지 절약 운동'(47.5%)과 '기도'(30.7%) 등 소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신익상 교수(성공회대)는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개신교인과 비신자는 그 어떤 유의미한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환경 분야는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해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제일 적다. 생태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는 정도다. 미세 먼지가 내 삶에 불편하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것이지, 지구가 온전히 존속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은 없다. 통계 결과도 이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논찬을 맡은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연구원)은 "(신자와 비신자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교의 근본 문제다. 세계를 창조주 하나님의 선물로 믿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조차 생태 감수성과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윤리 문제 이전에 신앙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익상 교수는 교인 27.8%가 환경 운동에 직접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신 교수는 현재 교회에서는 에너지 절약 운동(47.5%) 등 소극적 실천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교인들 의지가 확인된 만큼 환경 단체들이 교회와 함께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사연 인식 조사 ①신앙]
[기사연 인식 조사 ②정치]
[기사연 인식 조사 ③경제]
[기사연 인식 조사 ④젠더]
[기사연 인식 조사 ⑤통일·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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