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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신앙 부족 때문? "정신장애인도 평범한 이웃…교회가 지지자 되어 달라"
정신장애인들, 사회적 편견에 신음…"신학교·교회에서 교육 통해 인식 개선해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11.01 14:51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얼마 전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제1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이 열렸다. 매드 프라이드(Mad Pride)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자 만들어진 축제다. 행진에서는 1973년 이탈리아 정신병원 폐쇄 운동 당시 정신장애인들의 자유를 상징했던 파란 목마 '마르코 까발로'가 등장했다. 당사자들은 파란 목마를 앞세워 서울 시내를 행진했다.

정신장애인들이 광장에 나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69.1%가 '정신장애인은 전반적으로 위험하다'고 답했다. 언론도 조현병 병력이 있는 이의 범죄를 다룰 때 유독 병명을 부각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긴다.

특히 교회는 정신 질환을 신앙과 관련한 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7년에는 한 목사가 조현병 환자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기도하다가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홈페이지에도 "'신앙심이 부족해서다', '사탄이 붙었다'는 말에 안수기도를 받는데 결과적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만 초래한다. 조현병은 고혈압·당뇨같이 하나의 의학적 병일 뿐이다"고 명시할 정도다.

교회가 정신장애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세미나가 10월 31일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매월 교회가 가르쳐 주지 않는 이슈를 짚어 주는 월례 강좌 '크리스천 하우'를 기획한 평화교회연구소·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이번 주제를 '조현병'으로 잡았다. 두 단체는 10월 31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활동가와 정신장애인 당사자, 목사를 초청해 현재 한국 정신장애인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나눴다.

"정신장애인 인권침해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심해
강제 입원 지양하고
당사자 중심 서비스 구축해야"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활동을 지원하는 송승연 활동가는, OECD 국가들과 통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이 정신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정신과 병상 수가 감소 추세인 반면 한국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정신 의료 기관 또한 유일하게 증가 추세다.

병상 수 감소는 정신장애인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과거 방식 대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면서 자립해 살아가도록 돕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시스템을 늘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송승연 활동가는 OECD 국가 중 한국만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이 한 번 병원을 찾으면 입원하는 평균 기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월등하게 길다. 2017년 기준으로 볼 때 OECD 국가들 사이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 기간은 48.4일이었다. 한국은 237.8일이다. 한국 다음이 영국인데, 영국 역시 99일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송승연 활동가는, 강제 입원은 자기 결정권 문제와 직결된다고 했다. 조현병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위험할 것 같은 정신장애인은 강제로 입원시켜 사회와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면 끝일지 몰라도, 입원을 당한 정신장애인에게는 강제 약물 치료, 격리, 통신 제한 등 인권침해가 이어진다. 치료 방법 선택권, 자기 결정권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송승연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을 의료 시설에 가두는 방식이 아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정신장애인을 향한 낙인 중 하나는 '위험성'이다. 송승연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이 정말 위험한지, 범죄와 얼마만큼 관련이 있는지 통계로 설명했다. 대검찰청이 2017년 발표한 범죄 분석 보고서에는 비장애인 범죄율이 장애인 범죄율에 비해 15배가 높다. 강력 범죄로 범위를 한정해도 전체 강력 범죄의 1.1%만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저지른 것이다.

결국 사회의 편견을 완화하려면,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더 잘 보일 수 있게 해야 한다. 폐쇄된 시설에 모여 살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 건강 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각각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해 각 상황에 맞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송승연 활동가는 교회가 정신장애인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이웃이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한 후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게 되면, 어려움에 공감하고 인권적이고 치유적 서비스로 연결해 줄 수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교회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이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권용구 활동가는, 정신 질환에 대해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권 활동가는 "어떤 정신 질환은 남성 같은 경우 20대 초반에 많이 발병한다. 발병 초기에 알아차려야 치료가 빠른데, 부모님과 나는 정신 질환에 무지했다. 예방 시스템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 질환에서 회복된 당사자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당사자들의 생애 주기에 맞는 대체 기관을 만들어, 이들이 나중에 회복됐을 때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권용구 활동가(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교육해 또 다른 당사자를 도울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계윤 목사(예장통합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는 성경은 누구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말라고 하는데 교회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끼리끼리 모임이 건강하고 성경적인 교회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배우지 못한 사람, 장애 입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성경적인 교회인지 아닌지 나뉜다. 차별과 배제가 특권인 것처럼 생각하면 교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장애인 복지에 선구자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정신장애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계윤 목사는 "목사들은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른다. 신학교 같은 곳에서도 정신장애가 무엇인지 따로 교육하지 않는다. 각 단위에서 장애 인식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미나 현장에는 현재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이들도 참석해 발언했다. 한 참가자는 "교회에서 받은 상처가 크다. 학교에서도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다. 힘없는 개인에게는 모든 게 큰 벽처럼 느껴지는데, 뭐부터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계윤 목사는 먼저 연대할 사람을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혼자 하려고 하는 것보다 뜻을 같이하는 비장애인, 장애인 당사자를 찾자. 그걸 만들어 가는 것, 연대를 형성하는 것도 파워풀한 일이다. 장애를 은폐하는 것보다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행동 하나가 사회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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