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ㅁ교회는 담임목사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혔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교인 수가 급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혀 논란이 된 광주ㅁ교회 이 아무개 목사가 5억 원대 기도원을 받는 조건에 9월 29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회는 올해 6월부터 교인 감소를 이유로 이 목사에게 사임을 요구했지만, 이 목사는 잘못한 게 없어 떠날 수 없다고 버텨 왔다. 결국 양측은 노회 중재 끝에 합의했다.

교회는 이 목사에게 담양에 있는 시가 5억 원 상당 쉼터(기도원)와 퇴직금 명목으로 43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만 70세가 되는 2023년 원로목사로 추대하는 것도 조건에 들어갔다. 대신 10월부터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퇴직금을 지급하면, 교회 출입 및 모든 예배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화순·담양·장성 등 광주 권역에서 목회하지 않는 내용도 조항에 넣었다. 교회는 9월 29일 오후 제직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150여 명이 출석하던 광주ㅁ교회는 이 목사 문제가 불거지고 난 후 현재는 40여 명만 남았다. 이 목사가 버티면 버틸수록 소리 소문 없이 떠나는 교인이 늘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히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며 교인들은 실망했다.

이 목사 사임에 대한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교인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목사 잘못으로 교회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는데 너무 많은 돈을 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회는 이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 장로는 10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인들이 이 목사 설교 듣는 걸 너무 힘들어하고 하나둘 떠나는 상황이었다. 하루빨리 교회를 안정화하고 살리려면 이 목사와 합의하고 그를 내보내는 게 최선이다. 이 목사가 계속 버티면 우리로서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제직회에서 이 안을 만장일치로 수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잘못된 조언으로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내보낼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합의를 받아들이고 후임 목사 청빙 절차를 밟던 광주ㅁ교회는 벽에 가로막혔다. 합의 내용을 이행했는데도 이 목사가 노회에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 A 장로와 노회 B 목사는, 이 목사가 사임서를 제출해야 노회가 임시당회장을 파송해 청빙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목사에게 왜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는지, 성폭력 2차 가해로 사임하면서 쉼터 및 퇴직 적립금 등 너무 많은 돈을 받은 게 아닌지 묻기 위해 전화·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 목사, 피해자 명예훼손 조사받아
노회 "목사 보호가 노회 역할"
피해자 측 "이게 한국교회 현실인가"

피해자는 이 목사를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한 상태다. 광주광산경찰서는 10월 20일, 고소 내용 모두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광주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피해자 측은 10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목사는 자신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니까 사임한 거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목사에게 왜 돈을 다 줘서 보내는가. 이 목사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이런 목사를 면직하지 못할망정 몇 억씩 줘서 내 보내는 게 한국교회 현실인가"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이 목사 행동에 대해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 소속 노회에도 문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소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더라. 공탁금 100만 원을 왜 고소인이 내는가. 사회 법에서는 고소하고 싶으면 서류만 작성해서 내면 된다. 교회법은 문제를 제기하려는 피해자에게만 불리하고 피해자만 분노하게 만든다. '성폭력'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곁가지만 남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목사가 속한 노회는 지금으로서는 이 목사 거취를 놓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노회 서기 B 목사는 10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노회는 목사를 보호해야 한다. 이 목사가 성폭력 가해자도 아닌데 우리가 먼저 불러서 면직을 논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고소가 들어오면 그때는 절차를 밟을 수 있겠지만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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