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반공주의 사상을 앞세운 이승만은 해방 이전부터 일제가 물러가면 공산주의 세력이 조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귀국 후에는 자신의 미국 인맥, 기독교 인사, 일제강점기에 군·관료·경찰 하수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 미군정도 미국 유학파 지식인을 고용했고, 기독교인은 우익 일색이 되었다(왜 기독교인이 반공주의에 앞장섰는지 자세히 알기 원하는 분은 강인철의 <한국 개신교와 반공주의> 참고).

미국 CIA를 동원해 동아시아 전역에서 우익을 지원하고 좌익을 견제하는 정책을 폈다. 미군정은 항일운동 경력을 지닌 민족주의자를 사실상 좌익으로 간주했다. 미군정이 보수 세력 손을 들어 준 정책, 즉 식민지 관료와 경찰을 그대로 기용한 정책은 미국이라는 국가 성격이나, 태평양 전쟁기 외에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협정 이후의 일본 지지 정책 등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예상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일제 부역 세력은 대한독립촉성국민회에 참여해 반탁운동에 적극 뛰어들었고, 해방 초기 '민족 대 반민족' 갈등 구도를 '좌익 대 우익' 대립 구도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미군정은 친일 친미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일제가 남기고 간 재산을 불하하여 그들이 대한민국의 주력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제헌국회는 1948년 9월 7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소위 반민특위)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반민특위가 구성되고 화신 재벌의 박흥식과 채남선, 이광수 등 지식인, 노덕술, 김태석 등 친일 경찰이 속속 체포됐다. 그러나 극우 단체들은 반공 구국 총궐기 대회를 열어 국회의 공산당 프락치를 숙청하자고 위협했고, 대통령은 이를 적극 옹호했다. 1949년 6월 6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김동춘, <대한민국 왜?>, 84~87쪽)

이 세력은 오늘날까지 이름을 달리하면서 지금의 자유한국당 전신이 된 것이다. 이 전통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반공주의 국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현재는 전광훈이 반공주의를 계승하는 인물 중 하나가 되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발언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 3월 1일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개최한 '문재인 탄핵 3·1절 국민대회' 당시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교회 최대 위기는 반지성주의다. 120년 전 선교사가 처음 들어왔을 때 기독교는 이승훈·안도산 등 훌륭한 선각자를 많이 배출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 선교사는 목사를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지식을 쌓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선교 정책을 시행했다.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는 이때부터 이어져 왔다. 일본 기독교와 비교해 보면, 일본은 기독교인 숫자는 적어도 세계적 기독교 학자가 한국보다 많다.

성경은 세계적·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책이다. 성경을 이해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성경은 모든 부분에서 해석을 놓고 다툰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을 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즈는 <제자입니까>에서 '내가복음'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복음'이 창궐하고 있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성경을 해석한다. 훈련된 사람은 적고, 성경을 전체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신학을 공부할 때 반지성주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목사는 성경과 함께 인문학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나는 전광훈이 목사인지 정치꾼인지 혼란스럽다. 목사라고 하니까 일반 사람은 다 똑같은 목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목사라고 다 같은 목사가 아니다. 층위가 많이 다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많은 사람에게 생명과 풍성한 삶을 위해서였다. 예수님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도둑'에 비유하신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

도둑은 인간의 삶을 도둑질하고(steal), 죽이고(kill), 멸망(destroy)시킨다. 불행하게도 한국교회에 인생을 도둑질하고 멸망시키는 목사가 부지기수다. 내가 볼 때 전광훈은 이와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교회에 사이비·이단 목사와 교인이 3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평화의 집단이요,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peacemaker)이다. 믿는 사람은 교회뿐 아니라 세상에서도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나라를 통일 한국으로 만들기 위해 희망하고 애쓰는 목사가 많아야 하는데, 오히려 분단 이데올로기에 매어 있는 사람이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또 예수님께서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 5:10)라고 하셨는데, 정의를 말하는 사람을 교회에서 찾기 어려우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를 한국교회 최대 사이비·이단 목사의 태두라고 생각한다. 삼박자 축복, 치병 기복을 강조하고 십일조 내면 부자가 된다며, 혹세무민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공교회에 대한 신앙고백은 온데간데없다. 성장과 번식만 꿈꾸는 개교회주의가 판치고 있다. 교회는 점점 대형 마트, 문화센터가 되었고, 기독교는 갈수록 인기 스타 목사의 종교가 되고 있다. 성공한 복음, 성공한 십자가를 좇는다. 모든 목사가 한결같이 대형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은 근본주의자다. 교회사학자 배덕만 교수는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에서 한국교회 교인 70~80%를 근본주의 기독교라고 추정한다. 근본주의 기독교인은 대체로 반공주의자에 가깝다. 어느 종교든 근본주의는 폭력적이다. 기독교 근본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불교 근본주의 모두 그렇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제 편에 선 근본주의자도 많았다.

일찍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온 한경직 목사가 설립한 영락교회 청년들은 서북청년회 조직에 관여했다. 서북청년회는 군정을 도와,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제주 4·3 사건 등 끔찍한 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오늘날 한국 보수주의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이 있다. 전광훈도 보수주의 계승자로, 현재 반공의 사도를 자처하고 있다. 한국 보수주의 역사를 보면, 전광훈의 행보는 새로울 것이 없다. 나라가 갈라진 것도 고통스러운 일인데,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평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전광훈을 '빤스 목사'라고 부른다.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 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는 2005년 발언 때문이다. 이 문장에는 '내 성도'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순종하는 사람이다. 전광훈이 인정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다. 저 발언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성도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니, 이단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광훈은 10월 1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복원 총회가 열린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대대적인 영적 싸움을 위해 10월 25일 오후 3시까지 광화문광장에 모여 달라. 광장에 안 나오는 분들은 생명책에서 이름 지우겠다"고 말했다. 그가 누구이기에 하늘의 생명책에서 이름을 지울 수 있다는 말인가. 전광훈이 예수를 대신하는 존재인가. 과대망상이다. 그는 더 나아가 "지금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내 손에다가 갖다 놨다"는 말까지 한다. 그는 감옥에 넣을 것이 아니라 병원으로 보내어 치료해야 한다. 전광훈은 이전에 자신이 속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에서 면직·제명당했을 때는 "웃기는 집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장로교만 250개가 넘는다. 어떻게 장로교가 이렇게도 많은가. 한국에서 목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정통 신학교에서 3년간 신학을 전공해 졸업해야 한다. 이렇게 3년 신학 과정을 밟아야 하는 교단은 250개 중 소수에 불과하다. 250개 이상이니 일반 사람은 교단을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교회당 간판을 보면, 250개가 넘는 교단이 똑같이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정통 교단에 있다가도 자신과 뜻이 다르면, 몇몇 목사와 교수를 영입해 신학교를 세우고 교단을 만든다. 이렇게 이어져서 250개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전광훈 같은 사람은 교단을 만들거나, 마음에 맞는 곳으로 옮겨 다닐 뿐이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10월 25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 기독교인, 태극기 부대,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했고, 전광훈 목사가 집회를 이끌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또 전광훈은 '이승만 대통령 대학 설립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누구인가. 자유한국당을 가리켜 '토착 왜구'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주 적절하다. 앞서 짧게 살펴보았듯, 자유한국당은 이승만, 박정희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사 청산은, 역사적으로 보면 자유한국당 청산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광훈은 2012년 1월 한 기도회에서 "전교조 안에 성을 공유하는 사람이 1만 명 있다"고 말했다가 고발당해 벌금형 8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광훈은 안하무인식 태도로 대한민국 교회의 대표자라는 듯이 행동한다. 2014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을 듣고 울 때 안 우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헌법을 무시하는 망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6월에는 "문재인은 자신의 잘못된 신념으로 전 국가와 국민에게 북한 공산주의 이념인 주체사상을 강요하고 있다", "본회퍼의 심정으로 생명을 걸고, 문재인을 책망하기로 작정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재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중국, 북한도 이미 자본주의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공산주의였던 국가가 자본주의화해 가는 현실을 모르는가. 본회퍼가 쓴 글을 하나라도 읽어 보았는지 의심스럽다. 본회퍼는 진보적 신학자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 보수주의 교회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전광훈이 본회퍼를 말하니 앞뒤가 안 맞다. 제멋대로 침소봉대하고 있다.

그는 "전라도는 빨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빨갱이'는 유격대원을 뜻하는 러시아어 'Partizan'에 기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빨치산'이라고 부른다. '빨갱이'는 현대사 이념 분쟁을 할 때 진보와 좌익을 싸잡아서 이야기하며 적대감을 조성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전광훈은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빨간 옷을 입고 응원하는 것을 보고 개탄했다고 한다. 나도 빨간색을 보면 무서웠다. 나는 어렸을 때 '소련'이라고 하면, 온통 빨간색으로 된 땅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살핀 대로 '빨갱이'라는 말이 Partizan에서 나온 것인데도 말이다. "전라도는 빨갱이" 발언은 지방색을 이야기하며 분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위스에 갔을 때 레드 콤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온통 빨간색이었다. 각양각색의 빨간색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최소한의 판단력, 상식만 갖고 있어도 목사 말이 옳은지 틀린지 알 수 있다. 한국교회 교인 수는 현재 850만 명 정도다. 그중 '가나안 신자'가 100만~150만 명이라고 한다. 아주 많은 숫자다. 대체로 형식적이고 무지한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비교적 엘리트층에 속한다.

"보수 개신교는 다른 관변 단체를 제치고 시민사회 최대 보수 세력으로 등극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공격적 선교로 주체사상을 기독교로 대체하려는 공세적 입장이며, 북한의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적이지 않다. 보수 개신교가 전체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목사들은 자기 교회를 세습하면서도 북한의 세습은 왜 반북의 근거로 삼는지 모르겠다." (정상모, <보수 혁명론>, 253~254쪽)

한국교회 교인이라면 상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반공 이데올로기와 사이비·이단에 빠지지 말고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과 풍성한 삶을 누려야 할 것이다. 한국이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땅이 되도록 기도하며 분투하는 성도가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기독교인처럼 합리적이고 행복하고 칭찬할 만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박철수 / 목사, 한국복음주의연합 지도위원, 성서한국 이사, <축복의 혁명>·<하나님나라>·<두 개의 십자가>(대장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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