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은 하루하루를 살아 냅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말을 들으면 몸을 다치는 것과 똑같은 통증을 느껴요. 혐오 발언을 일삼는 개신교 목회자들에게는 '와서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와서 당사자와 그 부모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을 제대로 보십시오. 여기 앉아 있는 우리와 하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입니다. 와서 보고 들으면,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금방 깨닫게 될 것입니다. 혐오하는 사람들이 배우러 오겠다고 하면, 우리 모임의 대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와서 보십시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하늘 씨가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무지개 퍼포먼스'로 징계를 받았던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임성빈 총장) 학생들은 10월 29일,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초창기부터 활동한 하늘 씨를 초청해 '모든 사람의 수다회'를 열었다. 50여 명이 학교 앞 책방열음에 모여 이야기를 들었다.

하늘 씨는 먼저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소개했다. 그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다른 엄마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 말이다. 약 6년 전 다른 엄마와 함께 정기 모임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모였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초창기부터 활동한 하늘 씨는 기도 끝에 '존재를 바꿀 수는 없어도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을 얻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몇몇이 시작한 모임은 이제 60~70명이 꾸준히 참석하는 정기 모임이 됐다.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에 큰 걱정을 안고 온 부모, 부모에게 커밍아웃하고 싶은데 방법을 고민하는 성소수자 당사자가 주로 참석한다. 가톨릭 신자인 하늘 씨는 "그 모임을 할 때마다 하느님이 함께하시는 걸 느껴요. 모임 마치고 집에 갈 때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기도해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여느 활동가 못지않게 열심히 운동에 앞장서는 하늘 씨지만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늘 씨는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하늘 씨는 "아들에게는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라고 했지만 고독감이 들고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어떻게 헤쳐 가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한 2년 정도 성당에 가서 기둥 뒤에 앉아 기도했어요. 처음에는 십자가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불안이 엄습해 오니까 무섭고. 이게 선택인가 죄인가… 저는 무지했거든요. 하느님한테 막 따지기도 했지요. '저 본당 일도 얼마나 많이 하는데,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러면서… 저는 아들이 그 삶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상태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계속 기도했어요. 있는 존재를 바꿔 달라고 참 열심히 기도했지요. 한 2년을 그렇게 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존재를 바꿀 수는 없어도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을 얻었어요."

성소수자 아들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게 된 하늘 씨는 그 후로 성소수자부모모임을 만들고,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게 됐다. 그는 수다회에 참석한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존재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어떤 법 제도 안에서도 성소수자가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하겠다고 했다.

"아침에 눈 뜨면 '성소수자들이 좀 더 편안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요. 저는 하느님 믿으면서 늘 영혼 구원을 바랐어요. 그런데 아들의 커밍아웃으로 아들과 더 가까워지고 끈끈한 애정을 나누게 됐지요.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왔어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화인 줄 알았는데 복이었어요. '하느님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에게 힘을 주시고, 이렇게 구원해 주시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됐지요."

교회에 가서 이야기한 적은 있어도,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는 신학생들 앞에서는 처음 이야기해 봤다는 하늘 씨는 "다양함을 존중할 수 있는 목사님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해요. '모든'이라는 단어 속에 성소수자가 없으면 그게 민주주의인가요.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와 같아요. 불의와 싸우는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목사가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모든 사람의 수다회'에는 장신대 재학생, 졸업생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한 전 호남신대 교수 오현선 대표(공간엘리사벳)는 모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교회를 꿈꾸자고 했다. 오 대표는 "성소수자가 들어갈 수 없는 교회에는 저도 들어가면 안 돼요. 제가 들어갈 수 있는 교회는 성소수자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난민, 미등록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합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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