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노회 최관섭 노회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빈축을 샀다. 단상 아래에 있는 김수원 목사가 손을 뻗어 가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로 2년간 파행을 겪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서울동남노회가 총회 수습안 결의를 따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수습안에 따라 김수원 목사(태봉교회)가 이번 제77회 노회장으로 선출돼야 하는데, 현 노회 임원회가 억측을 부리고 있다.

서울동남노회는 10월 29일 새노래명성교회(고은범 목사)에서 제77회 가을 정기회를 개최했다. 예배 때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노회가 임원 선거를 앞두고 시끄러워졌다. 선거관리위원장 이대희 목사는 "노회 규칙상 목사부총회장이 노회장을 승계해야 하지만, 총회 결의가 있다. 관련해 서기 이야기를 먼저 듣고 선거를 치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기 김성곤 목사는 "총회가 수습안을 발표했다. 7개항을 결의했는데, 수습안일 뿐이지 합의안은 아니다. 문제는 이후 총회가 아무 수습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공문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합의안'이 아니라는 김 목사 발언에 장내는 술렁였다.

노회장 최관섭 목사도 말을 보탰다. 그는 "총회가 결의는 했는데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 재판을 하는데 판결문이 안 온 것과 똑같다. 우리가 총회 결의만 가지고 행정을 집행할 수 있는가. 처리를 안 한다는 게 아니라, 행정적 근거를 가지고 해야 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대환 목사는 "어제 김수원 목사, 수습전권위원장, 노회장, 총회장 등이 모여서 합의하고 서명도 하지 않았나. 총회까지 가서 합의를 했는데, 그때 왜 공문 달라고 말을 안 했나. 이건 노회장의 직무 유기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목사 말대로 노회를 하루 앞둔 10월 28일, 김태영 총회장을 비롯해 채영남 수습전권위원장, 김수원 목사, 최관섭 목사, 이종순 장로(명성교회)가 따로 만나 합의안을 작성했다. 총회 수습안에 따라,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을 맡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는 1년 3개월간 교회를 떠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총대들이 합의안을 공개하라고 소리쳤지만, 최관섭 목사는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심시간이 됐다며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비대위 측은 점심을 먹고 오면 정족수가 미달돼 노회를 못 할 수 있다며, 계속 회무를 진행하자고 맞섰다.

보다 못한 김수원 목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김 목사는 "지금 밥 생각이 나는가. 우리가 2년간 힘들었으니 화평하고 은혜롭게 노회를 세워 보자고 합의했다. 몇 시간 끝에 합의하고 서명하지 않았는가. 정확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최관섭 목사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어르신(은퇴 목사들)들도 계시니까 식사 먼저 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한 총대는 "깔끔하게 수습안 7개 사항 받고, 완전히 화해하고 노회를 끝냈으면 한다. 수습전권위가 했던 그대로 끌고 나가자. 더는 이것 때문에 싸우지 말고 좋은 노회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고 소리쳤다.

최관섭 목사는 여의치 않자 갑자기 안건을 바꿔치기 했다. 헌의위원회와 정치부 보고를 받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총대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항의와 고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두 위원회 보고는 몇 분 만에 끝이 났다. 최 목사는 시간이 됐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회무는 오후 2시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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