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구 감독회장을 비판하다 두 번이나 해고를 당한 <기독교타임즈> 기자들이 복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적막이 흘렀다. 40평 남짓한 공간을 단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10월 25일 금요일 저녁 7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 교단지 <기독교타임즈>(송윤면 사장) 사무실. 이따금씩 광화문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반정부 집회 구호만 창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엠바고 풀고 기사 노출할게요." 원고를 마감하던 김목화 기자가 입을 뗐다. "알았어." 모니터를 응시하던 신동명 기자가 짧게 답했다. 일주일에 한 번 신문을 마감하는 바쁜 날이지만, 두 기자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장실 문도 잠겨 있었다.

신동명·김목화 기자는 교단 권력에 맞서다 보복성 징계를 받았다. 2018년 3~4월 <기독교타임즈>는 감리회 100만전도운동본부의 실체와 전명구 감독회장 금권 선거 의혹 등을 보도했다. <기독교타임즈>는 다른 교단지와 다르게 현 교단 수장을 비판하며 성역 없는 보도를 했다. 신동명 기자가 편집국장직무대리로 있을 때였다.

정론을 향한 몸부림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이 위원장인 감리회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16일, 신동명·김목화 기자를 포함한 당시 편집국 기자 6명을 중징계했다. 기자들이 경영에 개입하고, 신문 발행을 방해했으며, 대기 발령 등 각종 업무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다. 기자들은 전 감독회장 보도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지만, 교단은 꿈쩍하지 않았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기자 대부분은 <기독교타임즈>를 떠났다.

<기독교타임즈>에서 14년간 일해 온 신동명 기자는 교단에 저항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 해고를 청구했다. 김목화 기자도 함께했다. 지노위는 지난해 7월, 두 사람을 원직 복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해고당한 기간에 받아야 했을 급여도 지급하라고 했다. 감리회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올해 3월 두 기자를 또 해고했다. 두 기자는 다시 지노위에 부당 해고를 청구했다.

교단이 눈엣가시 같은 기자들을 징계할 동안, 송윤면 사장은 기자들을 교권으로부터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교단 편에 섰다. 빈 자리에 <기독교타임즈> 출신 직원들을 데려와 신문을 제작했다. 그러나 올해 8월 29일, 직원들은 송 사장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신문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문 제작이 중단된 상황에서, 두 기자를 복직하라는 지노위 판결이 9월 30일 다시 나왔다. 달리 대안이 없던 감리회는 두 기자에게 10월 10일 자로 복직하라고 지시했다. 약 1년 만에 돌아온 사무실은 더욱 황폐해져 있었다.

신동명 기자는 "사장과 기존 기자들이 출근도 안 하고, 신문도 안 내고 있었다. 회사가 사내 정치 문제로 엉망이 됐다. 복직하자마자 김 기자와 함께 신문을 두 번 내긴 했는데, 사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복직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라고 했다. 김목화 기자는 "우리 임금이 2~3년 밀려 있는데 본부에서 보전해 줄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임금과 제작비가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에서 신문을 겨우겨우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명·김목화 기자는 전명구 감독회장을 상대로 임금 체불과 관련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자가 정무적 판단할 이유 없어
또 잘려도 교권 견제·감시할 것"

다른 교단지와 달리 <기독교타임즈>는 성역 없는 보도를 해 왔다. 전명국 감독회장의 금권 선거 의혹을 보도했는데, 법원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교타임즈>가 보도한 전명구 감독회장 금권 선거 의혹은 법원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2월, 전 감독회장이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했고 선거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전 감독회장 당선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도 10월 25일 원심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현재 전 감독회장의 직무는 정지된 상태다.

교단지가 교단을 비판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교단지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거세당한 채, 주로 총회 홍보나 미담 기사를 쓰는 데 지면을 할애한다. 조금이라도 교단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는, 징계 등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하면 <기독교타임즈>처럼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동명 기자는 "기자가 정무적 판단을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제보가 들어오면 취재하고 기사 쓰면 된다. 전명구 사건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와 비슷한 일은 또 벌어졌을 것이다. 기자는 홍보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목화 기자는 "감리회 내부에 와서 보니까 '정치 바람'이 워낙 세더라. 나와 신 선배는 학연·지연이 없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까 성역 없이 비판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정작 내부에서는 비상식적인 존재들로 비춰졌다. 만약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감독회장과 관련한 의혹을 보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복직했지만, 교단이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징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명 기자는 "<기독교타임즈>에 몸담고 있는 한,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교권을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다. 그게 기자의 역할이다. <기독교타임즈>를 포함한 기존의 교단지는 교회와 교단 행사를 중점적으로 알려 왔는데, 이런 건 의미가 없다. 지금이라도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