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난민은 처음입니다만> / 박진숙 지음 / 에코팜므·맑은나루 펴냄 / 168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난민과 보낸 10년을 담은 수필집. 난민 여성 문화 공동체 에코팜므를 설립해 10년간 운영해 온 박진숙 전 대표가 썼다. 에코팜므는 난민·이주 여성이 생산한 예술 작품을 상업화해 판매까지 담당하는, NGO 기반 사회적 기업이다. 박진숙 전 대표가 처음 난민을 만난 순간부터, 그들과 함께 에코팜므를 만들어 가기까지 과정이 담겼다. 에코팜므와 함께한 난민 여성들 사연을 통해, 평범한 시민이라도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난민을 비롯해 이주민들과 일할 때 원칙이 있느냐 물었더니, 캐롤리나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두 가지를 말해 주었다. 첫째, 이주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재건하게 해야 한다. 둘째, 이주민들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캐롤리나의 조언은 외계어처럼 낯설기만 했다. 생활고와 편견,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콩고 난민 여성들에게 사회에 기여할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현이 어려워 보였지만 근거 없는 오기가 솟아올랐다. 그래, 우리 콩고 엄마들도 똑똑한데 안 될 건 뭐야. 일단 치유부터 시작해 보자, 싶었다." (1장 '난민은 내 운명: 선생님에서 친구, 다시 동료로', 30쪽)

"미야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마담 박, 우리의 재능을 전시해 주어 고마워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이었다. 아프리카 난민 여성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려 난민도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 무엇보다 아프리카 난민 여성 자신이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자존감을 높였으면 했다."(3장 '몰라서 용감하게: 에코팜므가 일하는 방식', 115~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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