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가 '교회를 바꾸는 젠더 스쿨'을 마무리하며 교회에 성평등 교육을 접목한 사례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학교 교사 A는 평소 교회학교 교재와 프로그램을 보며, 교회에도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남녀 성 역할을 고정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교재에 여성의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교회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고 싶었지만 어떤 내용을 해야 할지 몰랐던 A는 우연한 기회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가 진행하는 '교회를 바꾸는 젠더 스쿨'에 참여하게 됐다. 이곳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교회에서 책 모임을 만들고, 장년부를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까지 진행하게 됐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성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 고정관념 등이 교회에 팽배해서 각종 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교회를 바꾸는 젠더 스쿨'을 열었다. 기초 과정에서는 성평등이 무엇인지, 왜 교회에 성평등 문화가 정착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심화 과정에서는 이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교회 또는 교회학교 교육에 성평등 프로그램을 접목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했다.

심화 과정까지 마친 참가자들은 10월 15일 낙원상가에 모여 그동안 해 온 활동을 돌아봤다. 교육 현장에서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초등성평등연구회 홍승희 교사에게 강의를 듣고, 젠더 스쿨에서 배운 내용을 교회에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젠더 고정관념에 사고 경직된 학생들,
성평등 교육하면 솔직해져"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초등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교사들 모임이다. 홍승희 교사는 학교와 교회의 공통점을 이야기했다. 구성원들 간 권력이 불균형하고, 리더십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사회적 비판과 개혁을 요구받는다고 했다. 또 존립 위기를 말할 때 저출생 문제만 지적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삶의 기준을 교육하고 피교육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내면화하는 곳이라는 점도 비슷하다고 했다.

홍승희 교사는 초등학생들 사이에도 이미 성별 고정관념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이렇고 남성은 저렇다'는 사회적 편견에 갇힌 학생들은 자신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능력을 확장할 수 없게 차단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 문제가 미디어·대화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홍 교사는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젠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나는 레고 놀이를 좋아한다', '나는 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한다', '나는 청소와 주변 정리를 잘한다', '나는 수학을 잘하는 편이다' 등 다양한 문항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 보통 남자들은 레고나 스포츠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로맨틱 코미디나 청소 등을 좋아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진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고르라고 하면, 결과는 늘 고정관념을 거스르게 나온다고 했다. 홍승희 교사는 "젠더 고정관념과 '나'라는 사람은 별로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이전에 사로잡혔던 편견에서 벗어나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 모습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승희 교사는 최근 문제가 되는 각종 '혐오 표현'도 교사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실에서도 약한 학생을 모욕하기 위해 소수자 혐오 표현이 사용된다고 했다. 홍 교사는 "혐오 표현 사례를 수집해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규칙을 만들다 보면, 아이들도 스스로 생각하고 무엇이 혐오 표현인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젠더 스쿨 참여자들과 함께 성평등한 교회를 위한 약속문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홍승희 교사 강연이 끝나고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교회를 바꾸는 젠더 스쿨'에 참여했던 이들 중 교회에 프로그램을 적용한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현직 전도사 B는 교회에서 적극 성평등 교육을 진행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전도사 신분인데다가, 이미 교회에 성 역할 고정이 심하고, 담임목사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심화 과정 중 참가자들이 만든 '성평등한 교회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약속'을 언급했다.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 담긴 차별적 언행 삼가기 △나이 어리다고 말 함부로 놓지 않기 △성별 구분 없이 일 함께하기 △외모 평가 혹은 지적하지 않기 △실례가 되는 질문 하지 않기 △동의 구하지 않은 신체 접촉 하지 않기 등이 담겨 있다.

B는 교회에서도 이렇게 각 교회만의 규칙을 만드는 데서 성평등 문화 바꾸기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갑자기 "성평등 교육을 하겠다"고 하면 반발을 살 수 있으니, 먼저 구성원들이 모여 약속을 정하자는 것이다. B는 "약속을 정해 놓고 조금씩 그에 맞춰 행동하다 보면 교회도 언젠가는 변화하지 않을까"라며, 작은 것 하나부터 시도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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