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신학> / 게할더스 보스 지음 / 원광연 옮김 / CH북스 펴냄 / 552쪽 / 2만 원

신학은 하나님에 관한 학문이다. 신학은 인간의 창의성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직 계시에 근거해 세워진다. 신학은 이제 일반인도 할 수 있는 학문의 분과가 되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학은 믿음으로, 계시에 근거해서만 할 수 있는 학문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 신앙과 사랑 없이 신학을 한다는 것은 '신학'의 뜻만 봐도 불가능한 것이다.

게할더스 보스의 <성경신학>(CH북스)은 신학을 공부하고 설교하는 이들에게 성경과 신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신학은 크게 성경신학·조직신학·실천신학·역사신학으로 나눌 수 있다. 나름대로 학문의 방법과 체계가 있겠지만, 성경과 계시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사변에 불과하다. 유한이 무한을 알 수 없기에, 유한한 생각으로 무한을 파악하는 일은 교만이자 신성모독이 될 수 있다.

역사성

보스는 이 책을 통해 계시의 역사성을 강조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존재로부터 시작하고, 하나님의 구원 역사 속에서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식은 신령한 지식이자, 인간을 구원하고 세상을 구속하는 은혜로운 지혜이다. 성경신학도 단순히 주해가 아니라 기록된 특별계시인 성경 안에 드러나는 구원 역사를 따라 구속사적 지식을 체계화한 학문이다. 성경의 통일성을 근거로 하는 조직신학과는 순서와 방법이 다르다.

보스는 성경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우선적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한다.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데, 성경은 하나님의 특별계시이고 인간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는 이유가, 우리 인생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하는 것에 답을 찾고 과학적 근거를 발견하며 심리적 해결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성경을 공부하는 이유로 그런 개인적 소원과 기도 제목을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구원을 끊임없이 선포하고 드러낸다. 왕국 시대, 아니 성경 속 모든 시대에서 공의와 정의, 평화와 법을 강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구원과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는 하나님의 뜻이다. 인생에 가장 큰 위로는 자기 소원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은혜를 알고 자신이 구원의 경륜에 들어 있으며 어디쯤 위치하는지 아는 것이다.

계시란 무엇인가

계시는 인간이 구속받을 수 있도록 당신을 보여 주신 하나님의 지식이다. 이것은 언어로 이루어지며 이후 행위 계시가 발생해, 이를 설명하는 언어가 다시 주어진다. 따라서 계시 과정에서 구약은 예언적이고 예비적인 말을 기록하고, 복음서는 구속 계시 사건을 다루며, 서신서는 이를 설명하는 해석을 기록한다. 이렇듯 계시는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실제적으로 구현된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의 지식이지만,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개념적이고 정보적인 지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계시를 통해 획득되는 지식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그리스도와의 사랑의 연합으로 인도한다. 이 은혜로운 사랑은 언약으로 구체화하며 강화된다. 실제 성경 역사에서 이 언약은 시대별로 구체적으로 체결되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시대마다 인물마다 갱신되며 흐른다.

모세 시대 계시, 선지자 시대 계시, 신약시대 계시는 이 책의 큰 틀이다. 계시의 흐름과 발전을 아주 상세하고 가르쳐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세 시대는 아담 타락 이전 전前구속적 특별계시 기간과 아담 타락 후 첫 구속적 특별계시 기간, 노아·족장·모세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선지자 시대는 왕국 형성과 분열, 멸망 기간에 활동한 선지자의 계시를 다룬다. 신약시대는 예수 탄생, 세례요한의 활동, 예수 공생애까지 계시의 진행으로 다룬다. 따라서 계시는 하나님의 언어·행위가 그분의 구원 역사에 드러나고, 각 시대를 따라 언약으로 구체화한다.

성경신학의 목적

계시는 인간의 타락 이후에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 때문에 더 이상 수납할 수 없게 되자 기록으로 보존되었다. 인간의 죄 때문에 기록된 계시를 성경이라고 한다. 이 성경은 전前구속적 특별계시로 출발해 정경화 완료 단계까지 기록된 특별계시로 정의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성경에 자신의 계획과 성품과 뜻을 무오하게 나타내셨고, 자신의 언어와 사건과 행위와 해석까지 성령님의 감동으로 기록하셨다.

성경신학은 이렇게 기록된 성경을 기초로 연구한다. 이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특별계시의 역사로 성경신학은 필연적으로 계시 과정을 살필 수밖에 없다. 이 계시의 역사성에서 밝혀지는 하나님의 뜻은 다양하고 풍성하며, 인간을 구원하기에 충분하고 위대하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구속사>(부흥과개혁사)에서 드러나는 불가항력적 하나님의 열심이 이 계시 역사에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성경신학은 하나님의 구속적 자기 계시에서 드러나는 과정을 따라 연구하는 데 목적을 둔다. 성경신학은 구속사적 관점을 지향하고 그 순서를 따라 진행한다. 우리가 임의로 시기를 구분할 수는 없고 계속적 언약 체결 원칙에 따라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서 언약을 맺은 시점에 따라 구분한다. 성경 시대와 각 권의 다양성과 독특성을 강조하고, 성경 주제의 점진적 발전을 드러내는 구속사적 방법을 택한다.

하나님의 경륜

필자가 이 책을 보며 성경이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고, 신학이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라면 "성경이 신학 방법론을 제공한다"는 보스 주장이 이해가 되었다. 신학의 목적이 학문의 고도화와 사변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경륜을 소개하고 인간을 초대해 종말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있다면, 특별계시인 성경이 보여 주는 방법을 따라 뼈대를 세워 가는 신학 공부가 가장 하나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게할더스 보스는 프린스턴이 대륙의 자유주의를 받기 전까지, 약 40년간 성경신학을 가르쳤다. 한국 개혁주의 신학의 기초를 세우고 틀을 다진 박형룡 또한 보스에게서 성경신학을 배웠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보스의 이 방법론은 신학계에서 비주류다. 가장 성경적인 방법으로 안전하게 하나님의 경륜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방법이 학계에서 마이너로 여겨지는 점이 의문이다.

성경을 읽는 목적은 성경대로 살기 위한 것이다. 성경은 구원을 위한 명료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구속 역사를 지닌다. 성경은 인간의 도덕과 윤리적 삶을 도울 수 있고, 인륜의 합당한 행실을 하도록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들어야 한다. 성경은 구속사를 통해 죄인인 인간을 구원하고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게 한다. 그 일을 위해 보스가 말하는 방법론은 오늘날 신학의 동기와 방법을 재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그의 신학을 통해 하나님의 경륜을 볼 수 있고, 우리 위치도 알 수 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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