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봄 - 기독교 동전사> / 김규동 지음 / 쿰란출판사 펴냄 / 672쪽 / 3만 5000원

경교 관련 서적은 구범회와 최상한의 저술 이후로 한동안 시중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 저술로는 더 이상 경교 관련 서적이 안 나올 것 같아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한 기우를 불식하고, 이장식 교수의 <아시아 고대 기독교사>(기독교문사) 이후로 동방 기독교 이해에 한 획을 긋는, 김규동 박사의 <장안의 봄 - 기독교基督敎 동전사東傳史>(쿰란출판사)가 출간됐다. 이 같은 통전사 책으로 크리스토프 바우머의 <실크로드 기독교>(일조각)와 두 권으로 구성된 사무엘 마펫의 <아시아 기독 교회사>(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는 비록 외국인 저술이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다. 동방 기독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이 책과 아울러 구입할 것을 권한다.

김규동 박사는 중국의 장안과 천주, 터키와 중앙아시아, 몽골, 대만, 일본까지 동방 기독교 발자취가 머물던 대부분의 장소를 직접 발로 답사해 눈과 입과 귀로 연구한 학자다. 거의 대부분의 역사와 문헌 정보, 사진 자료를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그의 저술은 동방 기독교와 관련한 주요 백과사전 같다. 이것이 본서의 유일무이한 장점이며 저자의 노고를 기억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본서는 대부분 연대기적 측면에서 동방 기독교 역사를 전개한다. 우선 제1장에서 네스토리우스와 관련해 동방 기독교를, 제2장에서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 동방 기독교를 개괄한다. 제3장은 당대 전후 기독교를 개괄하고 4·5·6장에서 세부적으로 중국의 동방 기독교 역사를 설명한다. 7장과 12장은 당대 경교 비문과 경전들의 본문을 제공하고, 번역(해석)을 간략하게 제시한다. 8장은 경교비에 등장하는 당 황제들에 대한 개괄적 역사를 다룬다. 9장은 당의 다양한 국면(정치, 경제, 종교 정책, 선교 정책, 음악 등)에서 경교의 역할, 선교 전략과 실패 요인 등을 살핀다. 10장은 경교와 타 종교의 관계를 설명한다. 11장은 경교의 주요 인물들을 다룬다. 13장은 경교 십자가(와 관련된 문양들)의 다양한 형태와 변천사를 개괄한다. 14장은 동방 기독교의 신조, 교리, 행정조직, 제도를 다룬다. 15장은 근대 고고학적 발견의 역사를 돌아본다. 서하西夏 왕국에 대한 선교를 다룬 글(16장)도 포함한다.

앞서 개괄한 대로, 본서는 기존의 동방 기독교 논의를 뛰어넘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첫째로 본서는 역사적 측면도 다루지만, 백과사전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동방 기독교 연구사 개괄은 거의 없지만,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의 상당 부분을 전면 컬러사진과 함께 정연하게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별히 경전 명칭과 경교의 다양한 특징과 관련한 당 황제들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보를 담았다. 풍부하게 등장하는 관련 증거들에 대한 비교 도표들도 유익하다. 특별히 몇 가지 중요한 정보도 제공되는데, 아주 최근(2014년)에 중국에서 발굴된 경교도 묘지 비문이나, 2006년 낙양에서 발견된 것으로, 필사본 형태의 돈황본과 다른 경당판經幢版 선원지본경宣元至本經을 언급한다. 경당은 주로 불교 사원에서 불경을 기록한 돌기둥을 의미한다. 기존 관련 서적에서 소개되거나 다루지 않은 경교 문헌들도 소개한다.

그러나 동방 기독교, 특히 당대 경교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하고 특별한 자료들의 보고인데도 몇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동방 기독교 역사와 정보에 대한 개괄 서적이기에, 혹은 백과사전적 배열과 내용이 제공돼 유익하지만, 특정한 부분에서는 매우 간략한 서술과 정보 제시에 그친다. 또한 역사적 흐름과 주제적 언급을 혼용하는 식으로 저술해 개론서로서 본서를 읽는 것을 어렵게 한다. 물론 저자의 한계에서 비롯했겠지만, 본서가 다루는 다양한 경교 경전에 대해서도 불완전한 번역만 제공한다는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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