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하루속히 예배당 문을 열어 주소서. 교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예배해야 합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찬양을 인도하던 ㅎ교회 이 아무개 담임목사가 기도하자, 교인 50여 명이 고개를 숙여 다 같이 통성기도했다. 10월 6일, ㅎ교회는 충북 청주 청원구 한 상가 3층 카페에서 ㅇ교회 교인들과 연합 예배를 열었다. 장소를 급하게 마련했는지 공간이 비좁아 보였다. 작은 앰프에 키보드와 마이크 한 개를 연결하는 등 시설도 단출했다.

예배 참석자 절반 이상은 ㅇ교회 출신이었다. ㅇ교회는 지난해 예배당 빚 60억 때문에 고 아무개 대표목사와 교인들 간 분쟁을 겪었다. 교인들은 채무가 수십억 원에 이를 때까지 고 목사가 내부 사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부채 상황이 드러난 이후에도 거짓과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 목사는 교인들이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자신을 사기꾼으로만 몰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ㅇ교회 예배당과 부속 건물은 결국 지난해 10월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이 예배당은 올해 6월 24일, 하나님의교회가 23억 2000만 원에 매입했다. 지하 1층과 지상 4층, 연건평 767평 건물이다. 교인들은 하나님의교회로부터 9월 30일까지 예배당을 비우라고 통보받았다고 했다. 부속 건물들도 모두 경매가 진행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대체할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거리에 나앉을 처지가 됐다.

청주 ㅇ교회 예배당이 하나님의교회로 넘어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일부 교인, ㅎ교회에 합류
별관 인수했지만, 문은 잠겨 있어
"고 목사 연락 두절, 소재 파악 안 돼"

같은 교단 소속인 인근 ㅎ교회가 ㅇ교회 사정을 듣고 나섰다. ㅎ교회는 ㅇ교회보다 규모가 작지만, 재정은 안정적이었다. 마침 현재 쓰던 예배당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올해 7월 29일, 경매로 나온 ㅇ교회 별관을 인수했다. 교회 존폐를 놓고 고민하던 ㅇ교회 교인들은, 일부는 ㅎ교회에 합류하고 나머지는 흩어지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9월 29일 발생했다. 마지막 예배를 마친 ㅇ교회 교인들은 예배당에서 집기를 빼 ㅎ교회가 인수한 별관으로 옮기려 했다. 그런데 별관 출입구가 잠겨 있었다. 지상 4층에 연건평 120평인 별관은, 고 목사와 가족들이 사택 겸 집무실로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ㅇ교회 ㄱ 집사는 10월 6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 목사와 가족들이 건물을 잠그고 교인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경매로 건물 소유까지 넘어간 상태다. 건물에는 아무도 안 살고 있고, 고 목사 거취도 아는 사람이 없다. 교인들이 고 목사의 재정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부채 문제를 지적하니까, 이렇게까지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결국 짐을 옮기지 못했다. 이사 날짜에 맞춰 전 예배당을 정리한 ㅎ교회 역시 별관으로 입주하지 못했다. 이들은 짐을 건물 옥상과 1층 주차장에 야적했다. 주차장에는 화분과 테이블, 의자들이 포대에 덮힌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ㅎ교회가 인수한 ㅇ교회 별관. 문이 잠겨 있어 ㅎ교회와 ㅇ교회 교인들은 짐을 주차장에 야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ㅎ교회 "ㅇ교회 교인들 사정 듣고 나서
10월까지 임시로 카페 이용할 계획"

결국 ㅎ교회와 ㅇ교회 교인들이 10월 6일 인근 상가 카페에서 주일예배를 열었다. 원래는 별관 주차장에서 예배할 계획이었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장소를 급하게 변경했다. ㅎ교회 이 목사는 이날 두 공동체가 한 몸을 이뤘다고 공표했다.

이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가나안 땅을 앞두고 광야를 헤매는 이스라엘 백성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꺼이 광야를 걸었다. 우리 상황도 어쩌면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훗날 지금 이 경험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배 이후 이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ㅇ교회 교인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 함께하게 됐다. 교인들이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아무쪼록 새로운 공동체를 통해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임시로 카페를 빌려 예배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그는 고 목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건물은 보이는 것처럼 잠겨 있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짐도 밖에 그대로 쌓아 놓았다. 일단 10월까지는 카페에서 예배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뉴스앤조이> 연락도 받지 않았다. 교인들 주장처럼 별관 이용을 막기 위해 건물을 잠갔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문자메시지로 질문하고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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