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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기도하던 자리에 '416생명안전공원' 확정 "안전 사회 이정표…참사 전면 재수사 요구에도 관심을"
세월호 참사 2000일, 10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10.07 20:07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 단원고 희생자 2학년 10반 지혜는 참사 발생 6일 후 수습됐다. 엄마 이정숙 씨는 딸이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예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날은 부활절이 지난 지 이틀이 되는 날이었다. 이 씨는 지혜가 태어난 때도 부활절 이틀 후였다고 말했다. 예수의 부활을 기리는 어간에 벌어진 아이의 탄생과 죽음에, 엄마는 특별한 신념을 갖게 됐다고 했다. 딸을 포함해 별이 된 희생자들이 하나님 품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단원고 희생자 10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세월호 예배가 10월 6일 열렸다.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안전공원 부지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었다. 나들이를 즐기러 온 시민들이 분홍빛 꽃들 사이로 보였다. 세월호 엄마·아빠와 기독교인 60여 명은 들판을 바라보고 앉아 예배했다.

2022년이 되면, 눈앞에 보이는 부지에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선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0반 친구들은 총 23명 중 20명이 희생됐다. "강한솔, 구보현, 권지혜, 김다영, 김민정, 김송희, 김슬기, 김유민, 김주희, 박정슬, 이가영, 이경민, 이경주, 이다혜, 이단비, 이소진, 이은별, 이해주, 장수정, 장혜원." 참석자들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소리 내어 불렀다.

10반 학부모를 대표해 지혜 엄마가 예배에 나왔다. 가톨릭 신자인 지혜 엄마 역시 참사가 일어났을 때 하나님이 밉고 싫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거든요. 열심히 봉사하고 기도한 죄밖에 없는데, 어떻게 제게 이러실 수 있는 건지…. 다시는 하나님을 찾지 않겠다고 울며 다짐했어요. 그런데 지혜를 수습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하나님께 감사 기도가 나오더군요.

저는 임신 중 교리 공부를 마치고 부활절에 세례를 받았어요. 그리고 이틀 후 지혜가 태어났어요. 임신 중 세례를 받아서 그런지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어요. 피정이나 기도에 잘 집중하고, 신부님과 수녀님들 말씀을 열심히 따랐어요.

아이는 성당에서 봉사를 많이 했어요. 수학여행 전날까지 반주를 했거든요. 저는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지혜에게 기도를 부탁하고는 했어요. 하나님이 지혜의 기도를 잘 들어 주시는 거 같았거든요. 지금 돌이켜 보면, 지혜가 그렇게 열심히 신앙생활하면서 하나님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혜 엄마는 준비한 글을 차분한 어조로 낭독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며칠 전 가족들은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안산시는 10월 3일, 국무조정실 산하 '4·16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및희생자추모위원회'가 416생명안전공원 조성 계획을 심의·의결해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416생명안전공원은 2022년 완공된다. 부지 면적은 화랑유원지 약 61만 7000㎡ 중 3.7%인 2만 300㎡. 안산시는 전체 사업비 495억 원을 들여 △문화·편의 시설 등이 복합된 신개념 문화 공원 △희생자 가족과 시민 친화적 공원 △세월호 참사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린 세계적 명소화 △희생자 봉안 시설 예술적 요소로 지하화 등을 목표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89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화랑유원지 전체 시설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지혜 엄마는 "2000일 동안 가족들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응원해 주어 감사하다. 추모위원회가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계획을 결정했다. 모든 게 여러분의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재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니, 여기에도 함께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예배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보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원인 및 책임을 묻는 것과 공원을 만드는 것은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성격의 일 같지만 목표는 같다. 전자가 물질 만능, 생명 경시 사회가 어떻게 참사를 일으켰는지 드러낸다면, 후자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은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간구했다. 아울러 거리에 나와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진보·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국을 해결해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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