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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자의 이웃 꿈꾸던 장신대 신학생 '자퇴서' 제출
'동성애 옹호자' 낙인에 신학 포기 선언…학교 측, 결재 안 하고 휴학 처리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10.07 19:42

목사 고시에 합격해 놓고도 '동성애 옹호'라는 이유로 탈락 처리된 장신대 신학생이 자퇴원을 제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신학대학원에 다녔던 A 전도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이웃이 되기를 소망했다. 목사가 되어 힘없는 장애인·여성·빈민들을 위해 목회하겠노라고 다짐했다. A 전도사는 빈민층이 밀집한 지역 교회에서 사역하며 꿈을 키워 왔다. 올해 '목사 고시'에 합격했고 꿈에 한걸음 다가서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고시위원회는 9월 6일, 이미 목사 고시에 합격한 A 전도사를 불합격 처분했다.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동대위·고만호 위원장)가 '동성애 옹호자'라며 A 전도사에게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A 전도사가 장신대에서 성소수자 관련 특강을 열고, 동성애를 주제로 한 간담회 사회를 본 일을 문제 삼았다. 동대위는 A 전도사가 2016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하나하나 분석하기까지 했다.

결국 A 전도사는 예장통합 총회가 금지하는 '동성애 옹호자'가 됐고, 목사 고시에서 최종 탈락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취지로 '무지개 퍼포먼스'에 참여한 B 전도사도 같은 이유로 목사 고시 '면접 불합격' 처리됐다.  

예장통합 104회 총회에서는 두 신학생 관련 논의가 세 차례 나왔다. 두 신학생이 속한 서울강남노회는 동대위가 제시한 증거자료에 문제가 있고, 이미 고시에 합격한 사람을 무효 처리한 것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항의했다. 총대들은 신학생들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 총대는 이 사건에 대해 "재론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트레스로 호흡곤란 증세까지
"돈과 권력 지닌 목사는 변호,
가진 것 없는 신학생은 매도"

힘없는 신학생이 기댈 곳은 많지 않았다. A 전도사는 한동안 스트레스에 따른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일요일 교회에 출근하던 중 쓰러져 예배를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고, 학교 채플을 마치고 나오면서 정신을 잃은 적도 있다. 밤에는 60대 남성에게 해코지당하는 악몽에 시달렸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A 전도사는 10월 1일 학교에 자퇴원을 제출했다. 자퇴 사유란에는 "9월 26일 104회기 총회에서 저에 대한 '동성애 옹호자' 낙인이 확정되었다. 이 교단에서 목회자가 될 수 없다. 신학도 계속 공부할 수 없다"고 짧게 썼다.

자퇴원을 제출한 당일, A 전도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계의 현실이 너무 절망스럽고 괴로울 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돈과 권력을 가진 목사에게는 총회 석상에서 변론의 기회가 주어졌다. 온 총대가 합심하여 기도하고 투표해 위법행위도 봐주었다. 반면 가진 것 없는 신학생의 앞날은 '재론할 가치도 없이' 무참히 잘렸다. 내가 '소명의 기회'를 거부하고, '소신 발언'하며, '동성애 인권 옹호 신학을 주장했다'고 매도당했다"고 썼다. 교단법을 어기고 세습을 강행한 김삼환 목사에게는 기회를 준 반면, 힘없는 신학생들은 무시했다는 것이다. 

자퇴원을 제출한 다음 날인 10월 2일, A 전도사는 장신대 임성빈 총장과 김운용 신대원장을 면담했다. 임 총장과 김 원장은 자퇴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뒤 다시 면접만 보면 되니, 그때까지 휴학하고 심신을 추스르라고 설득했다. A 전도사는 철회할 마음이 없으니 자퇴원을 받아 달라며 다른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사역은 계속하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모님은 목사 말고 다른 길을 찾으면 좋겠다는 입장인데, 나는 사역하고 있는 우리 교회가 참 좋다. 교회를 향한 마음이 늘 있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웃이 되면 좋겠다는 꿈도 아직 갖고 있다. (자퇴원을 냈으니) 신중히 고민하면서 갈 길을 찾고자 한다"고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장신대는 A 전도사 자퇴원을 수리하지 않았다. 김운용 신대원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 전도사는) 행정적으로 보류된 휴학 상태다. 학교는 학생들이 희생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실 총장님부터 이사들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회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학교는 학생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104회 총대들은 목사 고시에서 탈락 처리된 신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26일, 총대들이 명성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A 전도사와 함께 목사 고시에서 탈락한 B 전도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목사를 꿈꿔 왔고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온 그는, 이번 일을 통해 목사 직분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4일 기자를 만나 "슬프게도 신앙을 물려주신 이도 목사고, 나를 불합격시킨 분들도 목사다. 목사가 무엇인지 생각하려 한다. 예장통합 목사가 되는 것과 사람을 위한 사람이 되는 게 서로 어울릴 수 없게 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B 전도사는 성소수자를 대하는 한국교회를 보며, 기독교인들이 모르는 것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형상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동성애대책위원장께 묻고 싶다. (성소수자를) 만나 본 적 있는지, 대화라도 해 본 적 있는지. 우리 모두 안에 계신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이나 했는지.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기나 하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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