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칼뱅의 생애와 사상 - 서구 문화 형성에 칼뱅이 미친 영향> /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 이은진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536쪽 / 2만 7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알리스터 맥그라스 버전의 칼뱅 전기. 존 밀턴, C.S. 루이스, 에밀 브루너 등의 전기도 쓴 바 있는 저자가 또 하나의 칼뱅 전기를 남기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는 칼뱅과 그가 남긴 문화적 유산을 칭송하거나 비난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다만 칼뱅이 남긴 유산의 성질과 범위를 밝히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이 놀라운 인물이 생명력을 드러내고, 칼뱅 사상의 기원과 구조 그리고 그가 서구 문화에 끼친 영향을 추적하려 한다." 그러기에 "그의 사상을 빚어낸 지적 전통", 즉 칼뱅이 의지한 문헌과 방법론, 사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추적한다. 제네바뿐 아니라 파리와 오를레앙, 부르주 등 칼뱅이 살았던 도시와 공부한 대학이 처한 맥락에도 시선을 뻗쳐 독자들이 종교개혁 당시 16세기 유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돕는다. 나아가 노동관·자본주의·시민권·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 서구인 세계관에 칼뱅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한다. 칼뱅에 대해 널리 퍼진 몇몇 오해도 바로잡는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이 책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줄이면 다음과 같다. '현대 서구 문화에 미친 칼뱅주의 영향력의 크기는 마르크스주의 못지않다.'

"간절한 바람대로, 과거의 악마학이 사양길에 접어든 사실을 이미 아는 상태에서 이런 책을 쓸 수 있어 기쁘다. 칼뱅을 피에 굶주린 독재자로, 칼뱅주의를 지각없고 엄격하기만 한 도덕주의로 묘사하던 무시무시한 고정관념은 이제 말 그대로 지난 일이 되었다. 그러나 격론이 오가는 저술들 안에서는 지금도 이따금 그런 악의적인 주장이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본서와 같은 유형의 책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칼뱅과 그의 유산을 둘러싼 일련의 신화(물론 이런 신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아주 소중히 여기는 이들도 있다)와 맞붙어 싸워야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는 칼뱅을 가리켜 '불운한 도시 제네바를 혹독하게 통치하는 위대한 독재자요, 심장도 없고 연민도 없는 사람'이라 묘사했다. 츠바이크의 이런 묘사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실체적·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다. 츠바이크의 주장은 외면할 수 없는 그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가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은 당시 제네바의 권력 구조와 의사 결정 절차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머리말, 12~13쪽)

"칼뱅주의와 자본주의가 정확히 어떤 관계든 간에, 칼뱅주의가 서구 문화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는 노동, 특히 육체노동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라 할 수 있다. 노동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 물품을 얻는 불가피하고 지루한 방편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 중에 가장 칭찬할 만하고, 이 점에서 다른 모든 것을 능가하는 활동이다.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으면, 이 세상을 등지고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삶의 전 영역에 비판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중략) 따라서  노동은 심오한 영적 활동, 생산적이고, 사회에 유익한 형태의 기도라 할 수 있다. 육체적 활동과 영적 활동이 노동이라는 한 가지 행동으로 결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수행하고 개인에게 구원의 확신을 안겨 준다. (중략) '가능하다면 피해야 할 불쾌하고 품위를 떨어뜨리는 활동'에서 '하나님과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긍정하는 품위 있고 영광스러운 수단'으로 노동의 지위가 완전히 바뀌었다." (11장 '세상에 대한 헌신: 칼뱅주의, 노동, 자본주의', 414~4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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