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 현장을 갈 때면 늘 긴장하곤 했다. 출입이 통제됐던 첫 참관 때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총대와 기자, 행사 진행 스태프을 제외한 모든 사람 출입을 통제했다. 늘 실랑이를 벌였고, 첫째 날 진행하는 선거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실랑이하다가 첫날 저녁 회무가 다 끝나 갈 때 표찰을 받곤 했다. 통제가 심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최근에는 출입을 막지 않고 표찰을 줬다. 출입에 대한 긴장은 이제 사라졌다.

올해는 표찰이 없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진행 요원이 표찰이 없는 일반 참관단은 퇴장해야 한다고 했다. 크게 마찰하지 않았고, 실무자와 관계자가 여러 번 통화한 후에 표찰을 받았다. 하루용이었고, 반납 후 그날그날 표찰을 다시 받기로 했다. 조금 번거로웠지만, 많은 인원이 참관할 때도 발급해 줘서 참관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에 참관하면서 쓰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참관하면서 본 예장합동과 달라진 모습, 그리고 여전히 아쉬운 몇 가지에 대해서다.

먼저 달라진 모습이다. 예장합동 104회 총회가 열리는 충현교회에 도착했는데, 여느 때와 사뭇 달랐다. 우선 교회당 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교회당으로 진입하는 골목에서 영업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여느 해보다 적었다. 총회 현장에 포진한 교회 용품 영업 매대를 볼 때면, 회의 진행을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었다. 총대 절반이 목사님이다 보니 관심 가는 물건이 있었을 테고, 구경하거나 구매하다가 지각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교회당 안이 아닌 밖에 영업 매대가 있어서 다른 때보다 관심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사진은 예년과 달리, 총회 장소인 충현교회 예배당 외부의 약간 떨어진 지점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예장합동 총회 현장에서 1층은 간식 등을 먹으면서 쉴 수 있는 휴게실로 사용됐다. 2층은 회의실, 3층은 기자석·참관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이하게 2층에는 화장실 자체가 없었다. 1층, 3층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로 바뀌지 않았다.

참관하지 않았던 둘째 날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어 실망했지만, 셋째 날 넷째 날에는 모두 여자 화장실로 사용됐다. 총대 1500명이 모두 남자이기에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로 바뀌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오히려 총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남자 숫자가 압도적이지만 봉사하는 여자도 많고, 참관단뿐 아니라 기자 중에도 여자분이 있다.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로 바꾸는 것은 보기도 좋지 않고, 총회 현장의 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위다.

예장합동 총회에서는 늘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로 둔갑하고는 한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이번 총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전자 투표였다. 보통 회의 진행 요원이 자기 구역 총대를 일일이 세어 보고하면서 정족수 이상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안건을 놓고 계수할 때도 일일이 수를 센다. 눈짐작해 한쪽이 압조겅미녀 숫자도 세지 않고 통과시키기도 한다. 정확한 결과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전자 투표를 도입한 것이다. 총대들에게 리모콘을 나눠 주고, 출석·표결 및 결과 확인 시간을 절약했다. 정확한 수치까지 낼 수 있다는 점은 획기적이다. 한 가지 보완할 점은, 출석 체크 시 목사 총대와 장로 총대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총회 정족수를 확인하려면 목사 총대 과반수, 장로 총대 과반수, 노회 과반수가 참석해야 한다. 그런 구분 없이 체크가 이뤄진 점은 아쉽다. 처음이라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앞으로 하나씩 보완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총대는 알다시피 남성으로만 구성됐다. 평균 60대가 넘는다. 여자 목사, 장로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이기에 여성이 총대인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목사, 장로로만 총대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늘 지적하듯이, 이런 구조는 모양은 대의정치지만, 대표성을 갖고서 성별과 세대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목사와 장로를 인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에도 여성 관련 안건들이 나왔지만, 제대로 토의되지 않았다. 이번에 관련해서 발언한 것은 아니지만, 부총회장으로 뽑힌 소강석 목사는 여성 안수를 '급진적 자유주의'라고 볼 정도로 여성 안수에 부정적 입장이다. 하루속히 예장합동이 여성 목사·장로를 인정해 주기 바란다. 또한 다양한 구성원이 총대 자격을 얻어 유익한 총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처음 시도한 전자 투표는 칭찬할 만하다. 내년에는 더욱 정확하게 잘하기를 바란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총대가 1500명 정도지만, 마이크는 찬성 발언대와 반대 발언대에 각각 1개씩밖에 없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의 진행도 미숙했다. 하나를 지적하면, 발언에 대한 것이다. 총대가 1500명이 모였는데, 마이크는 두 개뿐이었다. 맨 앞에 찬성·반대 발언석이 하나씩 있을 뿐이었다. 총대 수에 비해 마이크가 너무 적다. 3분 발언 시간이 있는데도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토의가 필요한 안건은, 의장이 찬성·반대에 각각 3명씩 발언 기회를 줬다. 6명이 3분씩 발언하면 총 18분이다. 하지만 발언 횟수가 초과돼 1개 안건에 1시간 넘게 소요되기도 했다. 발언 시간과 인원이 정해졌으면, 의장이 원칙을 토대로 원활하게 회의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잘 중재하지 않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번 총회 때는 내빈 인사를 한꺼번에 했다. 회의 도중 내빈 인사로 흐름을 깨는 것에 대한 지적이 항상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의 시간도 짧고, 보고서도 1400쪽이 넘는데 내빈 인사에 셋째 날 오후 회무 시간의 대부분을 쓴 것이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시도 같지만, 총회 때 그렇게 많은 내빈을 초청해서 인사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예장합동 104회 총회에 참석한 총대는 1482명이었다. 여성은 총회 직원, 기자, 선거 도우미, 임원 교회 교인뿐이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여러 번 참관하면서, 조금씩 회의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다 쓰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더 많이 있다. 고성이 오가는 등 몸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적도 있었다. 총대들도 더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 예장합동 총회는 사회문제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특히나 소수자를 향한 열린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 안타깝고 아쉽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갖는 총회가 되어 교회의 거룩함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서동진 / 교단 총회 참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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