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학생 200여 명이 미스바 광장에 모여,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정오 기도회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장신대 신대원 신학과 원우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가결된 9월 26일,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은 두 번째 정오 기도회를 열었다. 전날 기도회에서 하나님 말씀과 법 앞에 총대들이 바른 판단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학생 200여 명이 장신대 미스바 광장에 모여, 총회 결정에 탄식하며 개혁 교회는 계속 개혁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두 번째 정오 기도회 설교는 장신대 이창호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마태복음 5장 18절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는 구절을 인용해, 결국에는 이 땅에 하나님 뜻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설교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절망적이더라도, 일말의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굳세게 붙잡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절규하듯 외쳤다.

신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 문제의 최종 결정을 놓고, 또한 목사 고시 합격 취소 사태에 관한 고시위원회 보고를 놓고 함께 기도했다. △정의를 위한 신학생들의 외침이 비난과 공격의 외침이 되지 않도록 △장신 공동체 안에 사랑과 공의와 정의와 평화가 있도록 합심해 기도했다. '예수 하나님의 공의'라는 찬양을 함께 부르며,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공의가 바로 설 수 있기를 소망했다.

정오 기도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 수습안을 받아들인 예장통합 104회 총회의 결정에 탄식하며 기도했다. 사진 제공 장신대 신대원 신학과 원우회

저녁 6시 30분, 다시 미스바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행사는 교단 총회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사명의 길을 걸어갈 장신인들을 격려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참가자 100여 명은 참담함과 비통함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교단에 대한 실망과 충격 때문인지 대체로 침묵하며 무거운 분위기로 행사가 진행됐다. 발언을 맡은 장신대 신대원 박정아 학우는 "이제 목회 세습은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일이 되었다"며 하나님의 승리를 믿자고 호소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장신대 교수들은 제자들과 다음 세대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연신 사과했다. 이번 교단 총회 결정은 결국 목회 세습의 길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저녁 6시 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장신인들을 격려하는 촛불 문화제가 진행됐다. 사진 제공 장신대 신대원 신학과 원우회
100여 명의 참석자는 참담한 마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사진 제공 장신대 신대원 신학과 원우회

참가자들은 '개혁 교회를 개혁하라', '우리는 이 길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교단의 결정과 암담한 현실에 절망하지 말고, 교회 개혁의 길을 걸어가자고 다짐했다.

말미에는 임성빈 총장이 참여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움을 표했다. 임 총장은 "역사가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바라보자"고 학생들을 위로했다. 충격과 혼돈 가운데 장신대 학생들은 함께 울고 가슴을 치며 주님의 자비를 구했다. 그동안 수고한 서로를 안아 주며 위로하는 시간으로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이훈희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장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