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육순종 총회장) 104회 총회가 폐회 대신 '정회'를 택했다. 총회의 오랜 골칫거리 '아카데미하우스' 문제 때문이다.

아카데미하우스는 기장 총회가 소유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숙박 시설이다. 1966년 독일 교회 등이 후원해 설립했으며, 고 강원용 목사가 이끌었던 크리스챤아카데미가 이곳을 구심점 삼아 활동했다. 에큐메니컬 운동과 민주화 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기장 총회는 2004년 아카데미하우스를 매입하고 약 9년간 총회 본부로 사용했다. 총회 본부가 다시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으로 이전한 뒤 줄곧 운영상 문제를 겪어 왔다.

총대들은 104회 총회 둘째 날 9월 24일, 아카데미하우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오랜 시간 논쟁했다. 교단 유산인 아카데미하우스를 교단이 직접 운영하자는 안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매각해 현금화하자는 안을 두고 갑론을박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그동안 잠잠하던 전국여신도회가 투자액 '30억+α' 상환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계순 회장은 "여신도회 회원들이 회관 건립을 꿈꾸며 헌금한 전부를 아카데미하우스에 투자했다. 여신도회 지분이 전체의 40%다. 하지만 그동안 이자도, 원금도 받지 못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가 파산한다. 하루속히 아카데미하우스를 매각해 투자한 금액의 일부라도 돌려 달라"고 했다.

진보 신학과 민주화 운동의 산지인 아카데미하우스를 매각하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재천 총무는 아카데미하우스를 교단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안을 PPT를 이용해 발표하기도 했다. 헌금과 투자를 유치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총대들은 결국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총회장, 총무, 여신도회, 남신도회, 유지재단 이사, 전문가들이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매각·직영 등 향방을 논하기로 했다.

아카데미하우스를 매각할 경우 총회를 속회해 총대들에게 가부를 묻기로 했다. 기장 104회 총회는 정회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총회 마지막 날인 26일, 모든 안건 보고를 마친 뒤 육순종 총회장은 "아카데미하우스 문제를 명확하게 해야겠다"며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했다.

특별위원회 결정을 총회 실행위원회에만 보고할지, 총회에 보고할지를 놓고 총대들 의견이 갈렸다. 총대들은 만약 특별위원회가 아카데미하우스 매각을 결정할 경우 재산 처분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총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9월 105회 총회에 보고를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안도 나왔지만, 총대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총대들은 사안이 시급하고 중요한 만큼 지금 '정회'하고, 만약 특별위원회가 매각으로 가닥을 잡고 일을 진행할 경우 속회해 총대들에게 가부를 묻기로 결의했다. 만약 위원회가 매각 외 결정을 하면 104회 총회는 자동 폐회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 결정은 해마다 매각이냐 임대냐 논쟁을 반복하던 아카데미하우스 문제를 이번 회기에는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회가 정회하면서 폐회 예배 없이 육 총회장의 기도로 마무리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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