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104회 총회에서 '가톨릭 이교 지정'을 놓고 고성과 말싸움이 오갔다. 둘째 날 9월 24일 저녁, 신학부(고창덕 부장)는 103회기 수임 안건이었던 가톨릭 이교 연구와 WEA(세계복음주의연맹) 교류 문제, 복음주의 6개 단체 연구 등을 보고했다.

정작 '사상 검증' 논란이 일었던 복음주의 6개 단체 연구 보고서는 다 읽지도 않고 보고서대로 받기로 결의했다. 총대들이 맞붙은 안건은 가톨릭 이교 지정과 WEA와의 교류 문제였다.

두 안건은 102회기 신학부가 연구해 '가톨릭 이교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 'WEA와의 교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103회 총회에 내놨으나, 일부 총대의 극심한 반대로 1년 더 연구하기로 해 104회기 총회로 넘어왔다.

총신대 교수 5명을 투입해 진행한 가톨릭 연구 결과는 102회기와 똑같았다. 신학부는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는 원활하지 않았다. 일부 총대, 특히 광주 지역 총대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난상 토론이 됐다. 김종준 총회장은 찬성 발언 3명, 반대 발언 3명을 선정해 토론하게 했다. 가톨릭 이교 지정을 헌의했던 빛고을노회 나학수 목사(광주겨자씨교회) 발언으로 공방이 시작됐다. 3대 3으로 진행한 찬반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매년 총회마다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학수 목사는 올해도 마이크를 잡았다. 나 목사는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는 근본이 다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나학수 목사 / 로마 가톨릭은 유일하신 참신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범신론 사상의 하나님을 믿고, 태양신 숭배 사상이 있고, 마리아 여신을 섬긴다. 이단이 아니라 근본 뿌리가 다른 이교가 확실하다. 로마 가톨릭은 예수 믿지 않아도 선하게 살면 구원받는다는 만인구원론을 주장하고, 지옥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교황청 대변인은 '예수가 포도주 마시고 지키지도 못할 재림 약속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게 어떻게 이교가 아니라 이단이라는 말이냐.

채이석 목사(비전교회) / 개신교가 가톨릭과 500년간 단절 상태로 지내 왔는데, 그동안 신학자가 없어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게 아니다. 칼뱅과 루터도 종교개혁 이후 계속해서 가톨릭을 교회로 인정했다. 그들도 삼위일체를 주장하고 성경을 받아들이고 역사적 신앙고백을 받아들인다. 전 세계 기독교에서 500년간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한 적이 없는데, 굳이 우리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 더 신중을 기해서 (이교라는) 연구가 확실해지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김종주 목사(광주정다운교회) / 프란치스코 교황 체제에서 '예수님은 바람나서 태어난 사람이다', '성경 위에 교황이 있다'는 소리가 있고 십계명도 다 바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를 부인한다. 이단의 수준을 넘었다. 어제도 가톨릭 신부가 마리아를 보면서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연창하더라. 예수는 부르지도 않는다. '오직 성경'에 어긋나면 이단이고 이교도 아니냐. 신학부 보고를 반대한다.

박상걸 목사(예수사랑교회) / 역사적으로 가톨릭과 개신교가 일직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톨릭을 완전히 이교라고 하기는 어렵다. 역사신학을 배울 때 중세를 거쳐 개신교 역사를 배우지 않나. 가톨릭은 분명 이단적인 게 맞다. 그러나 이교는 아니다. 과거 개혁자들 역시 (같은 역사를 지닌 것을) 받아들였다고 역사신학자들이 말한다. 가톨릭은 이교는 아니고 이단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학부 연구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정민 목사(광주요나교회) / 얼척이 없어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신진 세력들이 외국에 나가 좋지 않은 물을 먹고 돌아와 허튼수작을 하고, 명색이 교수라면서 우리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가톨릭은 우리와 내세관이 다르다. 내세론이 분명히 다른데 이교는 아니지만 이단이라고 말장난하고 있다. 지금 신진 세력이 신학을 바르게 전하지 못해서 이런 논쟁이 나오는 것이다.

박성규 목사(부전교회) / 나도 로마 가톨릭 교리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 세계 교회가 기독교라는 그룹 안에 프로테스탄트와 그리스정교회, 로마 가톨릭을 넣고 있다. 우리가 가톨릭을 이교로 규정하게 된다면 굉장히 큰 세계적 저항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이교로 결정하기보다는 '이단성이 있다' 정도로 결정하는 게 옳다.

홍석기 목사(상리교회) / 가톨릭 신자들은 이스라엘에 성지순례를 가면 예루살렘이 아니라 수태고지 성당에 간다. 마리아 숭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톨릭은 예수교가 아니라 마리아 종교다. 마리아 밑에 예수님이 계신다. 그러므로 이단 종교가 아니라 이교가 맞다.

총대들은 대체로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올 때 호응했다. '아멘'이나 '옳소'를 외치며 이교 지정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교 지정에 신중하자는 발언이 나올 때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논의가 격해지자 신학부 서기 신종철 목사는 "신학부가 예장합동의 개혁신학을 무시하거나 가톨릭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이 부분 연구를 맡긴 총신대 교수 5명 중 1명은 강력히 이교로 지정해야 한다고 했고, 1명은 결론을 내지 않았고, 3명이 이교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해 달라는 헌의가 올라와 연구하고 보고했지만, 총대들 마음이 다칠 것 같으니 우리가 보고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보고를 철회했다.

'WEA와의 교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학부 보고를 받을지 말지는 격론 끝에 투표로 결정했다. 찬성이 반대보다 89표 많이 나와 보고를 받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WEA와 교류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전자 투표까지 들어갈 정도로 찬반 양측이 치고받았다. WEA와 교류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들은, WEA가 WCC(세계교회협의회)와 공산주의, 동성애 등을 받아들이는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유장춘 목사(새소망교회)는 "박형룡 박사님도 WEA가 용공이라고 했고, 김남식 교수도 포용주의·변질이라고 했고, 정성구 박사도 WEA 노선을 따르는 건 잘못된 길이라고 했다. 정규남 박사도 WEA가 성경적 입장과 다르다고 한다. 우리가 신뢰할 만한 분들이 우리 길과 다르다는데 정통 신앙을 바꿀 수는 없다"며 WEA와의 교류를 반대했다.

임종구 목사(푸른초장교회)는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WEA에는 PCA(미국장로교회), OPC(정통장로교회), 브라질장로교회(IPB) 등이 다 포함돼 있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칼빈신학교도 회원 신학교로 가입돼 있다. 회원들이 WEA를 의심하는 거 좋은 현상이다. 만일 WEA가 교단 포용주의, 자유주의로 가는 징후가 분명하면 그때 단절하면 된다. 우선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총회장 명의로 우리 우려를 전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WEA 문제는 격론 끝에 전자 투표로 표결에 들어갔다. WEA와의 교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표가 537, 교류를 단절해야 한다는 표가 448표였다. WEA 연구 보고를 받기로 하자 볼멘소리도 나왔다. 나학수 목사는 "해가 동쪽에서 뜨는지 서쪽에서 뜨는지 여론 몰이로 결정할 수 있느냐. 교수들은 뭐라고 하는지 몰라도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가 중요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종준 총회장은 "양쪽 의견이 팽팽하기 때문에 논의하고 결의하는 건데, 이걸 즉흥적으로 결의한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주장이 옳고 다른 사람 주장 틀리니 회개하라는 말은 하면 안 된다. 내가 볼 때는 (토론 후 투표가)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일축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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