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신은 신이 아니다 - 틸리히의 역설적 통찰과 종교 비판> / 정재현 지음 / 동연 펴냄 / 427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잠시라도 미워할 이유가 없는 신은 결코 하느님이 아니다"는 말을 남긴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폴 틸리히의 사상과 통찰로 종교를 성찰하는 책이다. 틸리히가 저서 전반에 관철했던 '우상 파괴'라는 주제를 다룬다. 연세대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치는 정재현 교수가 자신이 진행했던 강의 '틸리히의 종교철학'을 바탕으로 썼다. "하느님나라를 하늘 위로 되돌려 보내려는 듯 (중략) 높은 첨탑을 위해 옹벽 쌓기에 분주"한 한국교회에 자리한 종교주의·우상숭배를 성찰하면서, 복음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타율적 신앙관을 넘어서는 길을 제시한다. 총 3부 △종교에 대한 철학적 성찰 △철학적 성찰의 현실적 적용 △인간 실존에서 유한과 자유의 얽힘으로 구성됐다.

"우리가 좋아하기만 하는 신은 우리가 원하는 신이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신일 가능성이 많다. 틸리히는 그런 신은 신이 아니라 우상이라고 고발한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가 좋아하는 신의 모습들로 넘쳐난다. 물론 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렇기만 하다는 데에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 놓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서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름은 '하느님' 또는 '하나님'인데 실상은 우상일 수 있다. 틸리히는 이렇게 우리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우상화의 성향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한다." (들어가면서, 11쪽)

"종교 안에서 인간은 하느님을 인간 자신과 동일한 차원과 층위로 환원시킨다. 이것이 사실상 종교적 인간이 원초적으로 하는 일이다. 신화로 표출된 무수한 의인화뿐 아니라 교리적인 표현 양식도 역시 이해하고 정리 가능한 방식으로 신성을 추스르는 것이니 종교사가 그 좋은 증거이다. 막연한 신 대신 종교를 절대화해 왔던 유구한 역사는 차라리 인간의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그러니 은혜의 계시도 예측 불허로 들이닥칠 가능성에 두지 못하고 언제든지 가동 가능한 체제로 엮어 내고자 했으니 종교는 은혜를 제공해 주는 수단적 장치가 된 것이다. 결국 하느님과는 무관하게 종교가 하느님의 자리에 군림하도록 몰아갔으니 종교 안에서의 우상화를 넘어서 종교 자체의 우상화로까지 치달아 갔던 것이다." (1부 '종교에 대한 철학적 성찰' - '종교적 우상화 극복을 위한 역설: <종교란 무엇인가?> - 2', 104~105쪽)

주요 장로교단들의 총회 기간인 9월 23일~27일에는 신속한 총회 소식 보도를 위해 1일1책은 업데이트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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