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이 총회를 개최하고, 유만석 목사(수원명성교회)를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4년 전 '한국교회 연합'을 외치며 떠들썩하게 통합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과 대신이 결국 남남이 됐다. 동료들 이탈에도 끝까지 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에 남아 있던 구 대신인들과 백석 출신 일부 목회자·장로가 따로 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단 이름을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예장백석대신)으로 정하고 9월 19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총회를 열었다.

예장백석대신은 이번 총회를 창립이 아닌 '42회'로 정했다. 총회준비위원회는 예장백석이 9월 2일 평창에서 열린 42회 총회에서 '대신'을 지웠다며, 예장백석대신은 41회 통합 총회 정신을 이어 가는 의미로 42회 총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구 대신인들 주축, 487명 총회 참석
예장백석 유만석 전 총회장 합류
"제대로 된 총회 만들어 보겠다"

예장백석대신은 예장백석에 남아 있던 구 대신 측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총회 당일까지 예장백석에서 누가 얼마나 참여할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등록한 사람은 487명. 등록하지 않고 참석만 한 사람까지 합하면 538명이었다. 총회준비위원회는 "사전에 총회 참석 여부를 위임한 일부 노회원까지 포함하면 7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회와 함께 유충국 전 총회장(제자교회)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했다. 조직도 인원도 아무것도 없는 총회에서 임원회 선거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총회준비위원회는 현장에 참석한 전 총회장들에게 임원진 구성을 맡겼다. 잠깐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들은 유만석 목사(수원명성교회)를 총회장으로 하는 임원진을 발표했고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통과시켰다.

유만석 총회장은 백석대신 총회가 세워지지 않았어도 교단을 탈퇴했을 것이라며 건강한 장로교단을 세워 보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유만석 목사는 예장백석 총회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백석 측 인사다. 유 목사는 지난 회기 총회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며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만들었다. 이주훈 당시 총회장 측이 유 목사를 총회 재판국에 회부하자, 유 목사는 판결을 앞두고 교단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재판국은 유 목사가 교단 분립을 시도했다며 면직 판결했으나, 그는 사회 법을 통해 돌아왔다.

유만석 목사는 9월 2~3일 예장백석 평창 총회에 참석했다. 교단 설립자 장종현 총회장을 만나 교단 정상화를 위한 △재판 피해자 복권 △공천 개혁 △총회정상화위원회(가칭)에 비대위 2명 포함 등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평창 총회 이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만석 총회장은 기자에게 "(장종현 총회장이) 발표한 15개 조항을 보고 더는 남아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막판까지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라며 기도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또 다른 섭리와 경륜이 어디 있는지, 결국 우리 모임을 발족하게 하셨다. 여러 회원이 (내 거취를) 우려한다는 말도 들었다. 오늘 이 총회가 세워지지 않았으면 개인적으로라도 내가 몸담았던 총회를 떠났을 것이다. 홀로 외로운 길을 가더라도 그런 체제에는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백석대신은 '장로교 정치 원리에 충실한 총회'를 목표로 출범했다. 평창 총회에서 예장백석 설립자 장종현 목사가 다시 총회장으로 추대되고, 교단 헌법까지 초월한 권한을 얻어 일방적으로 15개 조항을 발표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예장백석대신은 "대의정치를 충실히 구현하고, 총회는 슬림하고 노회 중심의 행정을 실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창립총회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입구에서 총회 등록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번 총회에 참석했지만 아직 예장백석 소속인 교회도 다수 있었다. 서기 류기성 목사(모퉁잇돌교회)는 "향후 당회, 공동의회, 노회 등을 거쳐 교단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10월 개최하는 가을 정기노회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하면 총회에 합류하는 이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장백석대신 총회는 △상비부서 조직 △헌법수개정위원회 구성 △규칙수개정위원회 구성 △총회 사무국 조직 및 설치 △세계 선교회 조직 △ 법인 설립 인가 신청 △총회 신학위원회 구성 등은 임원회에 위임하고 정회했다. 총회는 11월 4일 속회할 예정이다.

장종현 1인 체제 불만 폭발
"평창 총회는 교황 배출한 것
1인 독점 체제는 장로교 아냐"

이번 예장백석대신 총회에 주축이 된 구 대신 출신 총회원 350여 명은 총회 시작 전 따로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교단 이름을 백석대신으로 그대로 갈지, 다른 제안은 없는지 토론했다.

일부 회원은 이 자리에서, 4년 전 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잔류했던 이들과 중간에 이탈한 이들이 합친 '대신(수호)' 측전광훈 목사의 '대신(복원)' 측과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목사는 "우리 대신이 교세는 적어도 정통성 있는 교단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나. 백석대신 총회로 결정하면 결국 우리는 삼등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총대 역시 '대신'이라는 이름을 내건 사람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예장백석대신 총회에는 600명 가까운 사람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하지만 대다수 회원은 백석과의 '통합 정신'에는 동의하기 때문에, 다른 대신과의 통합은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결국 '백석대신' 명칭을 그대로 쓸 것인지를 표결에 부쳤고 참석자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동의했다.

대신 출신 목회자들은 평창 총회 이후 교단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한 목사는 기자와 만나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까지 통합을 희망하던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중간에 떠나도 우리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평창 총회는 우리가 봐 왔던 장로교 총회가 아니었다. 총회장이 모든 걸 결정하는 곳이 어떻게 장로교 총회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다른 목사도 거들었다. 그는 "평창 총회는 교황을 배출한 것이다. 자신은 합법적으로 당선됐다고 하면서, 발언권도 주지 않고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듣지 않는 총회가 무슨 장로교 총회인가"라고 말했다.

장종현 목사는 총회장에 당선되고 일방적으로 15개 조항을 발표하면서 '대신'이라는 이름을 삭제했다. 한 대신 측 목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총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고쳐지기를 바라고 총회에 참석했는데 아예 초법적으로 가 버리니까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예장백석 장종현 총회장은 9월 16일 발표한 목회 서신에서 예장백석대신 총회에 참석하려는 이들을 '이탈자'로 표현했다. 장 총회장은 "총회나 교회 분열에 정당한 명분은 없다. (중략) 이탈자들과의 통합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개별적 가입도 불허할 것이다. 총회 소집 공고가 타협을 위한 명분이 될 수 없고 이탈자들이 총회 개혁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서하는 임원단. 왼쪽 두 번째부터 유만석 총회장, 양일호 목사부총회장, 정복섭 장로부총회장, 류기성 서기. 뉴스앤조이 이은혜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