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활동하는 성경해석학을 전공한 교수님께 동성애 문제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성경이 지적한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소년애' 아닙니까?

찰스 스윈돌은 동성애 문제의 대표적 성경 구절 로마서 1장 27절에 대해 "헬라 문화에서 지체가 높은 남성은 훨씬 어린 파트너와 동성애를 하는 게 으레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겼다. 아니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헬라인과 로마인들은 소아 성애를 용인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에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했다"고 주석했습니다.

알버트 반즈는 더 방대한 자료로 훨씬 명료하게 해석합니다. 로마서 1장 27절 하나를 3쪽이나 할애해 주석했습니다. 10권 이상의 저술을 인용합니다.

키케로의 <문답집> 4권에서는 "시인들이나 위대한 사람들 심지어 학자들이나 철학자들도 그러한 습관에 젖어 있었을 뿐 아니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소년들에 대한 변태적인 사랑은 아주 일반적인 현상으로 공식적인 법으로 제정되어 있는 지역도 여러 군데 있었다"는 크세노폰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원문 중심의 이야기 로마서>에는 "일반 동성애자를 향한 경고가 아니라 로마제국의 권력자들이 사치와 향락에 근거하여 행하는 잘못된 성 문화에 대한 지적"이라는 구 아무개 교수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도올의 로마서 강해>는 더 선명합니다. "희랍의 호모 섹슈얼리티는 동년배의 성인 남성 사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동년배 사이의 사랑은 매우 괴이한 것으로 치부된다. 호모는 반드시 성인 남성과 어린 남성 사이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태양신 아폴론의 소년애를 다룬 알렉산드르 이바노프(Alexander Ivanov, 1806~1858) 작품. 그림 속 두 소년 히아킨토스, 키파리소스는 아폴론의 동성 연인으로 등장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로마서는 로마시민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당시 로마 사회에서 용인, 심지어 장려했지만 신앙적으로는 허용할 수 없는 성 문화가 '소년 성애'였습니다. 바울 사도는 동년배의 비정상적 성관계를 지적한 것이 아니고, 미소년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일을 죄악시하고 질책한 것으로 해석하는데, 교수님 생각은 어떤지요?

스윈돌 해석대로라면 지금 한국교회의 동성애 결사 반대 대중 집회는 바람을 잡고 허공을 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아시는 대로,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성경해석학적 논의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교단을 초월해 성경해석학 전공자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성경에 근거하지 않으면 어떤 행위도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는 위험한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한국교회의 집단행동이 지나쳐 과유불급을 떠올리며 <성경해석학 원론>을 다시 읽었습니다. 성경 해석을 위해서는 기록 당시 언어·역사·문화 등을 우선적으로 연구하라고 했습니다. 바울이 로마서를 썼던 시대의 기록을 집중적으로 탐독했습니다. 로마서 1장 27절을 동년배의 동성애로 이해하는 것은 성경 기록 당시 언어나 문화와 거리가 먼 해석 같은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나이 많은 남성의 소년애를 묘사한 도기 장식화. 당시의 풍속을 보여 준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이탈리아에서 4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에서는 "동성애라는 것은 로마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게이나 레즈비언에 해당하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록이 흥미롭다. 그들이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음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2000년 전에는 동성애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는 것. 거대 담론이 아니었다는 말이지요. 로마서 1장 27절도 콕 집어 '동성애'라고 하지 않고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아스케모네수네/외설스러운)"이라고 풀어서 쓴 이유를 알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문제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됐습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성소수자를 향해 무자비한 비난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붓고 있습니다. 사랑을 빙자해서 말입니다. 약자에 대한 일체의 배려가 없습니다. 한국 개신교가 자신들의 추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동쪽의 적을 치는 척하며 서쪽의 적을 공격하는 '성동격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우리가 지금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위선적인 한국교회입니다. 저는 그들의 평가보다 더 가혹하게 자책합니다. 제 눈의 들보는 숨기고, 타인의 티끌을 시비하는 허장성세. 많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두 개의 글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더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교회가 결사 반대하는 동성애 문제를 놓고 진지한 공개 토론이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원홍 / 서문교회 담임목사, 꿈의숲기독교혁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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