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헌법위가 명성교회를 위한 헌법 시행령 신설 제정을 청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헌법위원회(이현세 위원장)가 교회 세습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제정안을 104회 총회에 청원했다. 개교회 담임목사가 사임한 후 5년이 지나면 직계비속 청빙도 허용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신설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동안 헌법위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교단 헌법 28조 6항이 미비하다고 주장해 왔다. 헌법위는 이번 기회에 시행령 16조 1의 5항 '담임목사 사임 후 5년이 초과하면 청빙할 수 있다'는 안을 만들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위원장 이현세 목사(황금동교회)는 9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행 28조 6항은 미비하기 때문에 보완해야 한다. 지난 회기에도 올렸다가 (부결된) 내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시행령이 통과할 경우,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 5년이 지나면 세습이 가능하다고 했다.

헌법위가 기존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을 신설하는 이유가 있다. 이 목사는 "헌법을 개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본회의에서 2/3 동의를 얻어야 하고, 노회 수의도 거쳐야 한다. 만일 부결되면 분쟁과 다툼이 있을 수 있어서 헌법 시행령 신설을 제안한 것이다. 헌법 시행령은 총회 결의를 거친 다음, 총회장이 공포만 하면 된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단 내 단체들은 헌법위가 명성교회 세습을 열어 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만약 시행령이 통과할 경우 명성교회는 2021년 1월 김하나 목사를 재청빙할 수 있다.

이현세 목사는 "명성교회만이 아니라 우리 통합 측 모든 교회를 위해 시행령을 제정하고자 한다. 통합 교회들 중 앞으로 (명성교회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다. 자꾸 사람들이 (헌법위는) 명성교회만 보고 헌법 유권해석을 하고, 법을 만든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통합 전체 교회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고 했다.

'5년'이면 전임 목사 영향력이 빠지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5년 정도 경과하면 은퇴한 분의 영향력은 상쇄된다. 5년간 다른 목회자가 와 있는데, 은퇴한 목사가 무슨 힘을 쓰겠는가. 5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현세 목사는 총회도 살고, 명성교회 살아야 한다면서 세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총회도 살리고 명성교회도 살려야 한다. 10만 명이 다니는 큰 교회는 1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앞으로 통합 교단에서 그런 교회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 이 문제로 또 싸울 수는 없다"고 했다.

"헌법 시행령, 개교회 분란만 야기할 것
세습 의도 가진 이들에게 명분 제공"
명성교회 측 "엎드려 기도"

헌법 시행령이 이번 총회에서 통과하면 명성교회는 2021년 김하나 목사를 재청빙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명성교회 세습 반대 측은 헌법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헌법위가 명성교회 세습을 위해 길을 터 주려고 한다. 이럴 거면 차라리 법을 없애는 게 낫지 않겠나. 10년이면 모를까 5년은 금방 지나간다. 오히려 건강한 교회조차도 '어, 그래 우리도 한번 해 볼까' 하며 시험에 빠질 수 있다.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은 중간에 내쫓기는 등 개교회 분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명성교회불법세습총대대책위원회도 9월 17일 서신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대책위는 "시행령 신설 제정 청원은 명성교회 세습을 위해 노골적으로 합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세습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 명분을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교회가 세습을 둘러싸고 큰 갈등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명성교회 측은 헌법위 시행령 제정 청원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교회 한 장로는 "총회를 앞두고 말이 너무 많은 상황인데, 현재로는 우리 교회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가 없다. 엎드려 기도할 뿐"이라고 했다.

명성교회는 헌법 시행령 제정 청원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명성교회 교인들이 지난해 103회 총회가 열린 이리신광교회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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