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처음부터 평신도 운동이었다. 교회 역사에 있었던 교회 갱신이나 부흥은 성직자의 권력 독점에 대항해 평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으려 했던 운동이었다." -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봉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앤조이>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보여 줘야 할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삶의 기로에서 소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전문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집사님·권사님·장로님, 성경에서 가르치는 모습을 좇아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인분들을 소개합니다. 제보도 환영합니다. 주변에 '진격의 교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이메일페이스북카카오톡 등으로 알려 주세요.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일가족 3명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올해 5월 경기도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경제적 비관을 이유로 봤다. 이 가정은 2억 원 가까운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 은행과 제2금융권에 돈을 빌려 한 달 이자가 200만 원이 넘었다. 남편 휴대폰에서는 사건 직전까지 개인 회생 제도나 파산 신청 절차를 알아본 기록이 나왔다.

희년은행 서경준 가계부채전문상담사는 빚이 한 사람 인생뿐 아니라 주변 관계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채무는 단순히 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삶의 활력을 빼앗고,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를 무너뜨린다. 자괴감·비관 등으로 자기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서 상담사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빚 상환을 포함해 개인 내면과 일상 회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차원에서 희년함께(김경호·남기업·방인성·이대용·벤 토레이 공동대표)는 지난해 서 상담사가 희년은행 전문위원으로 합류한 이후 상담 역량을 강화했다. 희년함께는 2014년부터 부실채권 소각, 무이자 전환 대출, 개인 회생 제도 안내, 자조 모임 운영 등으로 과다 채무자를 도왔다. 2018년부터는 채무자 상담 비중을 늘리고 희년은행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년재무상담사 양성 과정을 시작했다.

지금은 악성 채무자를 돕고 있지만 서 상담사 자신도 20대 때 과다 채무자였다. 군 전역 후 도전했던 사업이 잘 안 돼 신용카드 5~6개를 돌리며 생활했다. 그는 "젊었을 때는 신용카드 한도가 모두 내 돈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서 상담사는 교통 카드를 제외하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 강연이나 상담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빚을 양산하는 신용카드를 당장 자르라고 말한다.

서경준 상담사를 9월 10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는 빚을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빚은 소득에 맞게 최소한 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 상담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서경준 상담사는 상담으로 채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삶의 의지, 활력 무너뜨리고
주변 관계 파괴하는 채무 문제"
"빚 당장 안 갚아도 돼,
소득 활동 회복이 먼저"

- 2009년부터 가계 부채 해결을 돕고 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채무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상담한다. 빚을 경감하거나 해결 가능한 상태로 바꿔 주는 게 주요 목표다. 무이자 혹은 저금리 전환 대출, 개인 회생 제도, 파산 신청 절차 등 기술적인 해결 방법을 안내한다.

일상 회복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채무는 돈 문제뿐 아니라 내적 갈등을 일으킨다. 채무자를 자괴감·비관·우울증 등에 내몰고 신앙을 잃게 한다. 가족·친구 등 주변 관계까지 훼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빚을 갚는다 해도 또 다른 갈등을 겪을 수 있다.

- 채무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은 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일반인은 재무관리 전문가가 아니다. 대부분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지 않는다. 감기나 가벼운 질병에 걸리면 약사나 의사를 찾는 것처럼 돈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다들 처음에는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상태가 심각해졌을 때 찾아온다. 내담자 중에는 의기소침해하거나 활력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한 이가 많다.

어떤 채무자는 빚을 한꺼번에 갚으려다 포기해 버린다.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빚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니까 빨리 처리해 버리려는 거다. 이런 방법은 자칫 과다 채무로 전락할 수 있고 빨리 지칠 수 있다. 이분들에게 우선순위를 조정해 주고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 주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해결을 원하는 채무자가 있다. 빚을 갚으려면 생활수준을 낮추거나 소비를 줄이는 등 일정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나 생활 방식을 고수한 채 채무를 해결하려고 한다. 원하는 직업, 자녀 사교육, 보통 소비 수준을 모두 충족하면서 빚을 갚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급한 불부터 끄고 나머지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대출금 지원뿐 아니라 상담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빚을 해결하는 건 결국 돈인데, 상담까지 하는 이유는?

희년은행은 2018년부터 상담 부분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대출금을 지원하고 회생 제도를 안내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채무자 내적 문제까지 함께 살핀다. 일반 기관에서 진행하는 채무 상담은 소득과 재산 현황을 파악하는 정도다. 희년은행은 왜 채무가 발생했는지, 지금 가계 상황은 어떠한지, 부채를 상환할 의지와 활력이 있는지, 앞으로 비전이나 꿈이 무엇인지 등을 묻는다. 삶과 내면에 꼬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희년이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청년에게는 채무 상환을 일부러 연기하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는 한 변호사에게 채무 상담을 받았는데, 변호사가 당장 채무를 일부 감면받고 남은 빚을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우리는 채무 상환이 당장 급한 게 아니라며 이를 만류했다. 목적은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청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상환 대신 구직 활동에 쓰게 해, 정상적인 소득 활동을 갖게 했다. 그러자 채무도 해결할 수 있었다.

- 빚을 오히려 늦게 갚으라고 했다고?

빚을 보는 관점을 금융기관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채무가 발생하면 채무자는 연체를 막는 데 급급한 나머지, 자기 삶이 어떻게 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소득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자 내기 바쁘다면 궁극적으로 채무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오히려 상환을 미루라고 권한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바꾸자는 의미다. 빚은 개인 회생 제도로 조정할 수 있다. 과도하게 누적된 연체이자는 채무 조정 제도로 탕감받을 수 있다. 불법·편법이 아니라 엄연히 정부와 금융기관이 마련한 합법적 절차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우선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도록 안내하고 있다. 채권자 입장에서도 채무자가 다소 채무를 지연하더라도 소득 생활을 회복해 원금을 갚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서경준 상담사는 1년에 100회 넘게 강연을 다닌다고 했다. 9월 3일 희년 실천 주일 예배에서 서 상담사가 설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신용카드 없는 삶 가능해
재정 전문가들도 이미 실천
하나님이 기뻐하는 소비 습관 고민해야"

- 가계 부채 문제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나도 10년간 과다 채무로 고생한 적이 있다. 군 전역 후 몇 번 사업을 시도했는데 잘 안됐다. IMF였다. 그때는 사회가 지금보다 더 신용카드를 권장했다. 한두 달만 써도 한도가 몇 배로 늘어났다. 신용카드 무서운 줄 모르고 마구 써 댔다. 한도가 마치 내 돈처럼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용카드 5~6개로 돌려 막으며 생활하고 있더라.

삶에 의욕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 지인들이 이런 사정을 알고 빌려준 돈을 일부 탕감해 줬다. 카드 빚은 소득을 쪼개며 겨우 갚았다. 이후 보험설계사를 하다가 개인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몇 번 만났다. 그때 하나님께서 과다 채무에 시달렸던 옛 모습을 보여 주며 이들을 도우라고 말씀하셨다. 2009년부터 가계 부채 문제를 돕는 일을 시작했고, 2012년부터는 가계 부채 상담에 전념했다.

과거 경험과 지금 내담자 상황을 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100만 원 빚이나 100억 빚이나 채무는 규모와 상관없이 사람을 절망에 빠지게 만든다. 자발 예방 센터에서 연결된 분과 전화로 상담한 적이 있다. 빚이 5억 원이었다. 내담자는 병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전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내담자는 빚을 갚을 의지가 없어 보였다. 나는 물었다. 만약 빚이 5억이 아니라 5000만 원이면 갚겠느냐고. 내담자는 그 정도면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나는 5억이든 5000만 원이든 사회제도를 이용하면 해결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내담자는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후 일상을 회복했다.

- 지난 희년 실천 주일 예배에서 "신용카드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좋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현명하지 못한 선택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사용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계획에 따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먼저 빌려서 쓰고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카드 대금을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사람은 점차 카드 빈도를 줄여 나가면 신용카드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없이 어떻게 사느냐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면 스스로 돌아봤으면 한다. 신용카드 의존도가 높아서 카드 없는 삶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신용카드가 갖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 요소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소득 이상을 지출하게 만든다. 빚에 대한 경각심을 약하게 만든다. 만약 현금을 사용하는 게 불편하다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한국 사회는 신용카드 위험성을 너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격하게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어떤 이들은 현대사회에서 신용카드를 안 쓰는 건 바보가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자산 관리 전문가들 중에도 신용카드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 현대 기술을 부정하거나 바보라서 신용카드를 안 쓰는 게 아니다. 사회적 병폐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기 소신에 따라 신용카드를 없앤 거다. 이미 신용카드를 안 쓰는 사람이 있는데, 안 쓰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건 어불성설이다.

- 빚 없이 생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서민들이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세금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경우는 괜찮다고 본다. 오히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해 주는 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게 경제생활을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믿을 만한 기관이고, 개인의 현금 유동성도 증가하니까. 문제는 소득 수준이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이나 가치에 따라 무리하게 대출하는 경우다.

빚을 지느냐 안 지느냐보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를 세우고 그에 맞게 돈을 사용하는 것이다. 돈에 주도권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계획 없이 돈을 사용한다. 최소한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한 물질과 자원을 어떻게 하나님나라와 접목해서 쓸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한때 신용카드 5~6개를 돌려쓰는 과다 채무자였다. 지금은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교회에서 재정 관리나 채무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나.

희년함께와 함께한 대형 교회 청년들 채무 문제를 상담한 적이 있다. 희년함께 홈페이지에서 보고서를 볼 수 있다. 몇몇 청년 채무 상태가 심각했는데, 이들이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계속 문제를 키우고 있었다. 교회가 나서서 이들을 도울 수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에서조차 자기 허물을 잘 얘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밀도 유지되지 않는다. 나는 교회에서 개인 채무 문제나 재정 관리를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허물도 덮어 주는 게 공동체 아닌가. 희년함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아예 희년함께가 제공하는 강좌를 통해 각 교회가 희년재무상담사를 양성하면 좋겠다.

- 빚도 그렇고 돈 이야기는 민감하니까 교회에서는 이 주제를 피하게 된다.

교회가 채무 문제뿐 아니라 교인들이 일상에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한 대형 교회에서 진행한 크리스천 재정 강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 교인이 지금 집을 살 때냐고 묻자, 강사가 "현시점에서 볼 때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올바른 답이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투자는 집이 없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고 한국 경제의 현금 유동성을 줄이며 성경적이지 않다고 답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다른 재정 강좌에 참석하면, 수강생들이 강사 이력을 동경한다. 그 강사는 수십억 부채를 단번에 갚은 이력을 내세우며, 30배 60배 100배로 채우는 하늘의 복을 설파하고 있더라. 제대로 된 크리스천 재정 강사라면, 기독교인들이 수강 이후 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나도 저 강사처럼 부자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기독교적으로 잘못된 강좌다.

기독교인은 모두 청지기로 부름을 받았다. 청지기는 주인의 뜻을 알고 재산을 대신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물질을 하나님나라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교회에서 이러한 소명을 상기하며 올바른 소비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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